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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Mar 31. 2017

#12. 타인의 취향

“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렌터카는 필수적이다. 우리도 차를 빌려 오키나와 여행했다. 차에서는 두 친구가 선곡을 담당했다. 지니나 멜론 같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 리스트에 최근 들은 음악을 적당히 모아놓거나 사운드 클라우드 자동 선곡을 이용하는 나와는 달리, 음악들을 한 곡씩 구매해 모으고 애플뮤직, 사운드 클라우드 등 여러 가지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와 활동을 훤히 꿰고 있기도 했다. 잘 입력해둔 많은 양의 음악 데이터를 필요할 때마다 척척 꺼내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대단하다고 이야기 하니 그저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수집하고 즐기는 에너지가 여전히 대단해 보였다. 여행 내내 훌륭한 음악의 혜택을 넘치게 보았다. 익숙해지는 거리와 바다 풍경에 음악이 더해져 비디오 클립 안에 있는 것 같았고 음악이 채워진 차 안에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음악은 여백을 채색하고 기억에 기록된다.


취향이 그 사람의 성분을 판단하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취향으로 무장하고 취향에 담긴 가치를 자신의 것인 양 과시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하거나 신경 쓸 가치가 없다. 하지만 의도적인 허영 없이 애정으로 구축된 타인의 취향은 매우 흥미롭다. 음악, 영화, 소비, 생활습관 곳곳에서 그 사람의 역사와 성향이 전해진다. 사람을 알아가고 취향을 공유하다 보면 마음의 거리가 단축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호기심이 생기고 알고 싶어진다. 감각은 온몸으로 퍼진다. 귀로 들어온 음악은 온몸으로 퍼지고 공간과 시간을 채우며 관계의 실마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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