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여름이다. 여름은 아이들과 여행 다니기 최고로 좋은 계절이다. 대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고 물놀이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수영과 물총 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신나게 하루를 보낸다
“와! 정말 부지런하세요. 주말마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다니시네요? 여행을 좋아하나 봐요.”
코로나 전에는 이런 말들을 여러 번 들었을 만큼 우리 가족은 자주 집을 떠났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나? 전혀 아니다. 짐 싸는 것도 힘들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정리로 더 피곤하다. 아이들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하여 떠나는 목적이 크기에 여행의 피로도와 긴장도가 꽤 높다.
그러나 징글징글한 역병으로 바이러스를 피해 안전하게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깥 활동이 절실해졌다. 집콕과 바깥 생활의 균형이 맞춰져야 건강하게 일상을 버텨낼 수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여행을 갈망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간 속에서 오롯이 가족끼리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이라는 공간이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 봐서, 상처를 받을까 봐서 겉도는 곳이 되었다.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때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장소인 집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들뜬 기분 탓도 있지만 여행이라는 묘약은 틀어졌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선뜻 화해를 청하게도 하고, 뒤죽박죽 얽혔던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해 주었다.
이제 코로나 백신 접종도 시작되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약간의 기대감이 생겼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조심조심 확 트인 야외를 찾아 나가고 있다. 요즘 매주 1박 2일 짐을 쌌다. 토요일 오전만 되면 집안은 분주하다. 먹을 것, 입을 것, 놀 것 등등 이것저것 바쁘게 챙기다 보니 집을 떠나기 전 한바탕 난리 브루스다. 아이들에게 호통 스무 번은 치고서야 겨우 여행지로 출발한다.
지난주에는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오토캠핑장으로 떠났다. 아무 생각 없이 불멍을 때리고 1박 2일 동안 휴식을 취하며 자연의 품에서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를 받고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찾은 캠핑장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해 줬다. 초록 세상이 주는 활기와 안정감을 느끼며 집중할 일은 ‘열심히 먹기’이다. 숯불에 고기를 굽고, 화롯불에 넣은 고구마를 먹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라면을 끓이고, 재미로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는다. 끊임없이 먹는 것이 일정의 전부이지만 그 즐거움과 행복이 크다. 주중에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매운 잔소리로 재촉했던 일이 많이 미안해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근심 걱정이 모두 씻겨 내려간다.
여행은 소중한 순간의 기억이다. 꼭 유명 장소를 가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디에 갔는지에 대한 기억보다는 엄마가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지어줬던 따스한 미소를 , 아빠가 요리한 뜨거운 고기와 라면을 호호 불어먹으며 느낀 넉넉함을 기억한다.
쉬어도 쉬어도 피곤을 물리치지 못할 때, 무기력감이 찾아들 때 여행 처방전이 필요하다. 짧게라도 여행 처방을 받고 돌아온 후 우리 집은 떠나기 전 서로가 건넨 말들의 상처는 지워지고 재잘재잘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따뜻한 곳이 된다.
나는 여행에 대한 취미가 없는 사람에서 여행을 계획하는 자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아이들 뒤치닥거리하고, 짐을 싸고 풀고 하는 수고로움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고, 다시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나의 집이 있기에 더욱 훌훌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여 당분간 여행 가방은 쓸쓸히 베란다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가 어서 물러가서 홀가분하게 짐을 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