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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정 Jun 09. 2022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_ 부산시립미술관

못 본 사람들 너무 아쉬워서 어트케....!!


 

 우크라이나 전생이 일어나고 피난민이 생기고 매일 전쟁 소식을 접했다. 방학동안 매일 뉴스를 챙겨보며 과몰입되었다. 지금 2022년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2월 말의 일이었으니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 작업의 주제로 이어졌다. 피난민 아이를 드로잉하며 전쟁 사망자를 추모하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볼탕스키 전시가 다시금 생각났다. 최근 본 전시 중 가장 여운이 오래 남은 전시였다. 작업의 막바지인 지금, 볼탕스키의 작업을 다시 한번 공부하며 전시 감상을 써 본다.

 나의 작업에서 다루는 ‘전쟁으로 피해받는 아이들’과 볼탕스키의 유대인들의 학살, 특히 어린이를 다룬 작업이 많았다는 점에서 더 마음이 울리는 전시였다. 전시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어둡고 노란 조명과 아이들의 사진, 그 아래로 보이는 상자 – 이 작업에서는 카메라를 들기 겸연쩍어지고 묵염을 해야할 것 같았다.

 전시는 각 관을 이동할 때마다 순수함, 경건함, 처연함, 숭고함,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전시 내용도 훌륭하지만, 전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고 관심도 없는 나들이 객에게도 아름다운 미술관으로서의 공간으로 설치됐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사진이 올라온다. 배경맛집으로! 주제를 떠나 이 조차도 동시대미술의 특징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학기 현대조형론 이론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작가들이 많은데, 기억에 남는 작가가  볼탕스키와 안젤름 키퍼였다.  이 두 작가의 공통된 주제인 홀로코스트와 그 시대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된 작품을 보니 더 몰입되었다.

 그리고 옷가지가 벽전체를 가득 채운 작업은 개체가 쌓여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게끔 만들어 주었는데, 김수자의 가득한 보따리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란 작품에서 가득 쌓인 뼈도 상기시켜주었다.

 지금 내 작업에서는 피난민을 대변하는 유모차나 캐리어가 그런 개체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다른 작업에서는 장바구니가 그럴 것 같았다.     

 작가의 초기작업과 어떻게 이렇게 발전해 왔는지가 궁금해 미술관 마루에서 상영되는 90분이 넘는 영상을 전부 다 보고 나왔다. 이런 비디오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훌륭한 작가지만 아직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아 정보가 많이 찾아지지 않는 탓도 있다.

초기 작업을 시작한 무렵부터 얼마 전까지 50년에 걸친 다큐멘터리였다. 그 긴 시간을 담아 놓은 것도 기록적이지만 시기별로 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웟다. 특히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초기 젊은 시절 모습과 작업과정에서 ‘볼품없고 쓰레기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는 그런 독백이었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과 너무 공감되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위대한 작가의 초기 작업도 저런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왠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부산에서는 보지 못한 엄청난 스케일의 전시 영상이 있었는데, 감탄사를 연발하며 영상으로라도 봐서 다행이다 싶었다. 베니스와 파리에서 열린 전시였는데 저런 스케일의 전시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나조차도 알게 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작가인데 사람들이 이 작가를 모른다는 게 왜 이렇게 안타까운지... 전시를 본 후 한동안 보는 사람마다 추천하고 다녔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안보이면 ‘BTS도 봤다’면서 꼭 봐야한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47o10W_ltVc

>>  필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레일 작업 - 영상으로 본 큰 스케일의 전시      


https://www.youtube.com/watch?v=Lv7tatnhFAc

>>  엄청난 양의 옷을 기계로 집어올리는 작업 - 영상으로 본 큰 스케일의 전시    

          

>> 바람에 날리는 종소리가 경건하게 만들었다. 제일 좋았던 작품               

>> 이렇게 누워서 한시간 반 가까이 되는 영상을 다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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