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드디어 나타난 꿈이라는 꽃

by 하이뽀영



#54. 드디어 나타난 꿈이라는 꽃


첫 출근 후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났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퇴사를 하고

혼자 조식타임을 하면서 외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아침에 휴게실 창문으로 바라본 풍경들 속에

바쁘게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직장인들.


하긴 여기 방송국들 집합체니까

더 바쁘게 움직이겠지?


그렇게 풍경을 바라보며

조식으로 매일 나오는 김밥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디님이랑 같은 시간에 조식타임을 하게 되었다.


피디님은 혼자 창문 구석에서 조식을 먹던 나에게 손짓하며


“이리 와 보영아."

“여기 지금 아무도 없어. 혼자 먹지 말고 같이 먹자”


그래서 슬쩍 가서 같이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이력서와 포폴이 생각이 나셨는지

“너는 꿈이 뭐니?” ,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예전 같으면 나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몇 년 뒤 29살에 당당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가 만든 캐릭터 같은 것들이

우리나라 전통복이나 전통문화와 굿즈 콜라보 하는 거예요.”


“한복, 가방 등 예쁜 포인트처럼 제 캐릭터가

같이 패턴을 이루는 거죠!”

“그게 최종 목표예요!”


피디님은 놀란 눈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야~ 난 그런 건 처음 들어봐! 멋지다!”

“한복이나 가방에 패턴 같이 포인트를 준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멋진 꿈이야!”


처음이었다. 누군가 나의 꿈을 칭찬해 준 것.


다들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 어려워요! 전공자도 안되는걸”

“그게 말이 쉽지. 안 돼요 안돼”

“너무 욕심이 큰 거 아니야?”

“가능성이 너무 넘친다. 1%나 있어요?”

“못해요 못해 대단한 사람도 못하는데”


다들 꿈깨라고 했다.


유일하게 피디님은 나의 꿈에 첫 칭찬을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중에 유명해지면 그 캐릭터 나한테도 알려줘라”

“참 열심히 살아~ 노력해서 보기 좋다!”


이 말이 또 나를 내 꿈을 놓치지 않게 했다.

누군가 한 명은 내 꿈을 응원을 해준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었다.


계약직으로 취업해서 일을 하기 전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무모하게 시작한 방송통신대학교 공부.


남들은 그거 왜 하냐고 2년 더 공부해서 4년제가 되어도

유명한 대학교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난 그냥 하고 싶었다.

아니, 해내고 싶었다.


남들은 왜 하냐고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취업할 때 도움도 안 된다고

시간 버리는 짓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 순간 오기와 독기가 가슴속에서 올라왔고

무조건 해내고 싶었다.


방송국 계약직으로 일을 하면서도 밤에는 꼭 학교공부를 하고

또 시험 준비도 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했다.


피곤해도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 포기라는 방법을 몰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계획대로 하기에

피곤도 잊을 만큼 밤새 공부도 하고 캐릭터 작업해 보고

일본어 공부방에서 공부도 하고 회화연습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잘랐다.

9 to 6 회사에서 퇴근하여 집에 오면 7~8시.

그 이후로 저녁을 먹고 학교공부 과제.

밤 10시가 넘어서는 캐릭터를 끄적거리며 그리기.


수많은 흔적들이 아직도 내 마음에 노트에 사진에 남아있다.


그 기록은 나를 바꿀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간단하게 기록하기 좋은 방법을 찾았는데

그게 인스타그램였다.


출퇴근길에 쓰던 일상.

점심을 먹으며 좋았던 것들.

평상시 내가 즐겨했던 것들.

여행을 하며 느낀 감정들.


사진과 함께 그날의 감정을 적기 딱 좋은 매개체였다.


남들은 디지털 타투다.

지워지지 않고 남들에게 공개되는 그것들이

언젠가는 너를 발목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것에 대한 부끄럼은 없었다.


물론 기억하기 싫은 것들은 삭제하고 보관하며

지워버리곤 했지만, 그것 또한 나였음을 인정했다.


내가 살아온 기록을 실시간으로

남길 수 있다는 매력적인 공간.


난 그곳을 일상과 덕질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칭했다.


그저 그렇게 묵묵히 하다 보면 나의 길이 생길 거라고

그 길을 또 누군가 한 명은 똑같이 걸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그렇게 믿고 살아가기로 했다.


사실, 피디님과 조식을 같이 먹은 날에도

혼자서 이런저런 내 꿈의 대한 생각을 했었다.


내가 무엇을 앞으로 해야 할지.

이 다음 스탭은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첫 번째 계획은 2년제 대학이라는 타이틀 벗어나기.


2019년 초반 친구 따라 우연히 접한 방송통신대학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면

사이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앞으로 2년 안에 마무리를 지어서 졸업하기로

나의 첫 목표를 세웠다.


두 번째 계획은 캐릭터 작업, 나만의 캐릭터 만들어보기.

굿즈와 전통복장 콜라보에 필요한 나만의 캐릭터.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나를 대체할 캐릭터 만들기.


세 번째 계획은 틈틈이 쓰고 기록한 일기장 정리해서 에세이 쓰기.


브런치 작가 신청을 매번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언제 가는 꼭 저기에 내 이야기를 연재할 거다’라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적어 내려간 나의 일상 기록들.

그 기록을 브런치에 꼭 연재하여 나만의 이야기 만들기.


네 번째 계획은 나의 굿즈 작품을 출품하기.


여기저기 어디가 좋을지 찾다가 아이디어스를 발견.

저기 한번 도전해 봐야겠어. 내 것을 만들기에 좋겠어.

그때 그 시절에는 추천인이 있어야 작가 신청이 됐었고
좀 더 실력을 키워서 작가 신청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2019년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나의 4개의 계획들.

그 계획들이 현실로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 그리고 시간들.


2022년 1월 캐릭터 예뻠이 탄생

2022년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2022년 3월 아이디어스 작가 입점

2025년 7월 브런치 작가 입점 및 에세이 연재


그리고 2026년 1월 나에게 다가온 뜻밖에 기적.


2026년 1월 29일 재친구 방송에

예뻠이 폰케이스와 그립톡 출연.


우연히 다시 찾아온 2000년도 나의 오빠,

김재중이라는 사람이 준 기적.


어느 날 갑자기 문뜩 찾아온 기적에 정신이 혼미했다.

상상도 못 했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


인간에게 가장 절망의 순간에

희망이라는 빛이 나를 비춰준다고 한다.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The darkest hour is just before the dawn’


가장 어두운 새벽에 기적이 찾아온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나야 밝은 해를 맞이하며

그 깊은 고난의 시간이 비로소 빛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 빛이 오는 데 걸린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에게 그 빛이 보이는 순간까지 8년이 걸렸다.


남들이 보면 금방 이루었네, 되게 오래 걸렸네.

각자들 평가를 하겠지만, 난 이 시간을 위해서

20년이라는 세월을 매일 꿈을 찾아 헤맸다.


이제는 알 거 같다.

내가 가야 하는 방향 그리고 아직도 해야 할 것들이 잔뜩이고

하고 싶어서 계획해 놓고 실행하지 못한 일들과

그것을 하기 위한 발걸음들이 헛되이 지 않았다는 것을

시간이 증명해 주었다.


2019년 보영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보영아, 안녕?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혼자 너만의 길을 만들고 있구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가끔은 힘들어서 쉬어도 가며

때로는 눈물 한가득 오열하며, 기회를 달라고 외쳐보기도 하고


눈물로 지새운 밤들.

언제쯤 나에게도 그 기회가 올까?

매일 간절히 바라며 시작했던 일들.


그것들이 하나씩 모여서 미래에 네가 되었구나.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어.

너의 방식대로 하나씩 잘 풀어가면 돼.


괜찮아, 아직도 어리숙한 어린아이 인형을 좋아하고

귀여운 것에 집착하며, 쓸데없는 짓도 하지만 그게 너야.


매일 남을 비교하고 그걸 따라 할 필요 없어.

요즘 문화, 요즘 노래 모르면 좀 어때? 그렇지?


난 그냥 예전에 내가 듣고 있던 노래, 문화.

그게 너무 좋아서 듣고 보고 다시 해봐.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먹고 아줌마가 되고

언젠가는 엄마가 될 수도 있겠지?


그때 뒤를 돌아보며,

36살 나의 청춘, 그 청춘의 열정이

무기력해진 지친 일상 속에서

다시 너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달궈주길.


그런 날이 반드시 오기를.

그때는 나 열심히 잘 살았다고

스스로한테 칭찬한마디 해줄 수 있는 네가 되길 바랄게.


2026년 어느 작고 작은 문구점의 작가가 너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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