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태그라인&슬로건의 역할을 중심으로
다음은 브랜드 슬로건을 제안하는 대기업의 회의에서 CEO와 임원, 사업팀장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 중 일부이다.
“CEO: 우리 회사 슬로건은 우리의 철학과 정신이 담겨 있으면 좋겠어, 고객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문구로 내부/외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슬로건 말이야~
임원: 우리 회사는 미래에 이렇게 바뀔 것이다. 예를 들면 Digital Interactive company 등 우리의 비즈니스 영역이 더 확장된 것을 표현했으면 좋겠어
사업팀장: 우리가 하려는 광고처럼 회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담았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변한 이미지로 고객들이 우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브랜드 담당 팀장과 팀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독자 중 브랜드 공부를 하신 분이라면 참 산만하고 각자 이야기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말씀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CEO의 요구는 기업 브랜드 슬로건으로(Tagline에 가까움) 아주 교과서 적인 요구에 가깝지만 가장 중요한 요구가 빠져있다.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 하자는 What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볼보의 안전, 벤츠의 최고 No.1, 페이스북의 연결/발견과 같이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가치에 대한 요구가 없는 것이다.
임원의 요구는 구체적인 비즈 영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CEO가 요구하는 철학, 정신, 가치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비즈니스 영역을 표현하는 슬로건/태그라인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보통 사업 초기의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시장개척 브랜드 등일 경우 업역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팀장의 의견은 광고 캠페인 슬로건입니다. CEO와 임원이 요구하는 슬로건과는 내용이 많이 다른 내용을 원하는 것이다.
위 상황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 브랜드 슬로건을 결정할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이다. 대부분 CEO, 임원들, 사업팀장들은 광고, 브랜드 등 Communication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슬로건과, 태그라인 같은 단어를 들어본 경험은 있으나 명확한 의미나, 역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모르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어디선가 본 책의 한 구절을 기꺼이 말해야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기업이 슬로건이 왜 필요한지,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 잘 모른다. 광고의 카피로 써야 할 제품의 특징이나, 기능을 태그라인으로 써놓은 경우도 있다. 태그라인과 슬로건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학문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2010, Michelle Ong, labbrand.com)
태그라인이 슬로건보다 범위가 넓다고 명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 눈에 슬로건과 태그라인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다. 때로는 슬로건과 태그라인을 동일 레벨에서 표기하는 캠페인도 있다. 필자도 어떤 브랜드의 간판이나, 광고물 등을 볼 때 태그라인과 슬로건 키카 피를 구분지어서 보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명쾌하게 구분 지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국내에서는 Tagline 이란 말보다는 Slogan이라는 말이 더 널게 사용되고 있다.
아래 독일의 대표적인 승용차 브랜드의 태그라인과 슬로건을 정리했다.
1. 아우디: Vorsprung durch technik (기술을 통한 진보)
2. 메르세데스-벤츠 태그라인: The best or nothing
2-1. ‘18년 벤츠 CLS모델 슬로건 Designed to seduce:
아우디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고 벤츠는 역사/전통/기술 모든 측면에서 No.1이라는 자신감을 태그라인으로 소구 한다. 하지만 ‘18년 새롭게 출시한 CLS 광고에서는 새롭게 바뀐 디자인에 대해 강렬한 어휘로 캠페인 슬로건을 소구하고 있다. 이렇게 태그라인과 슬로건은 그 역할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태그라인보다는 슬로건을 우선 소구 하는 경우도 있다. Comm. TPO에 따라 판단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3. BMW: ‘Sheer driving pleasure’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3-1. BMW 3 시리즈 광고 slogan
BMW는 태그라인과 슬로건에 항상 Driving을 핵심가치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태그라인 ‘The Ultimate Driving Machine’은 1970년 대부터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이 태그라인이 수십 년 동안 사용되는 배경에는 경영진과 마케팅 담당자들의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캠페인도 큰 역할을 했지만, 슬로건 자체가 막연하지 않고, 기능과 성능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회사의 목표가 명확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bmwstyle.tv). 3 시리즈 광고의 헤드카피에서도 역시 ‘Driving’을 소구하고 있다. ‘Driving’은 BMW가 지향하고 또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핵심가치인 것이다. 필자가 BMW 3 시리즈를 주행한 주관적 경험을 말하자면 정말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동일급(벤츠 C, 아우디 A4)의 독일 승용차 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스피드감에서 월등히 높은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자동차 브랜드는 각자의 장점이자 차별점 또는 제품의 지향점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핵심가치로 만들고 그 방향과 철학을 담아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고객에게 Benz = 최고, Driving = BMW, 안전 = Volvo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쌓아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떨까? 중소기업들이야 말로 브랜드 슬로건이 반드시 필요하다.(상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 단 어가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으니 국내에서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슬로건'으로 통칭해서 기술함)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라면 멋진 회사명, 제품명과 함께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무슨 제품인지에 대한 문구가 있어야 시장에서 쉽게 인지도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성숙기 시장이라면 회사/제품의 차별점, 장점을 소구 하는 문구가 시장에서의 차별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B2C 비즈니스는 물론 이거니와 B2B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도 슬로건 하나로 회사/상품의 신뢰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나름 의미는 있지만 쉽지 않은 브랜드 네임과 주변 지인을 통해 퀄리티 검증이 안된 Logo design을 개발한 후 열심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외부에서 어떤 회사로 어떤 제품으로 인식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마도 사업 초기에 회사의 명함을 받은 상대가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 그래 그런데 뭐하는 회사야? 어떤 일해?”. 업종을 정의 하든, 차별적 가치를 이야기하든 짧지만 강한 문구가 브랜드 앞에 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Vladimir Gendelman는 forbes(2014)지에서 좋은 슬로건은 제품 차별화에 도움을 줄 것이며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Farooq-E Azam Cheema은 Journal of Business Studies(2016)에서 브랜드 슬로건은 브랜드 차별화와 브랜드의 감성적 이미지 형성, 인지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게 슬로건의 역할은 업종을 설명하고, 차별점을 설명하고, 감성적 이미지 전달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아주 적합하고 강력한 슬로건을 브랜드와 함께 사용한다면 시장에서 훨씬 더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좋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 해외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중소기업은 더욱 슬로건이 중요하다.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적 네임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슬로건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 작업한 중소기업 코뿔소라는 한국의 주름관 업체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미국 진출 시 코뿔소(KOFULSO)라는 브랜드로 사업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Rhino라는 브랜드로 론칭해야 할까? 아마도 업종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슬로건도 없었다. 그래서 주름관이라는 속성을 표현한 네임 ‘이지 플렉스(EASYFLEX)’라는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배관(Pipe) 회사라고 직관적으로 알기 쉽지 않은 네임이다. 그래서 내부 구성원의 인터뷰 및 외부 리서치를 거쳐 여러 방향의 후보 태그라인 중 ‘Global pipe manufacturer’이라는 태그라인을 선정했다. Global이라는 키워드로 규모감과 신뢰성을 소구 했고, pipe manufacturer로 업역과 함께 우리는 단순 유통회사가 아닌 직접 생산하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다 라는 점을 소구 한 것이다. 이런 사례처럼 기술이나 상품 경쟁력을 가진 국내 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경우,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브랜드에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브랜드 관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태그라인을 개발하는 것은 해외 비즈니스 성공에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소기업들이 좋은 태그라인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태그라인/슬로건을 개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장님이 결정하는 방안,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방안,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들이 있다. 내부에서 개발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핵심가치와 지향점 등을 고민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된다. 하지만 어휘력과 브랜드 마케팅 인사이트가 있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훨씬 더 강력한 문구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유명 브랜드 에이전시와 일을 한다면 몇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적은 매출로 그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명한 에이전시가 아니더라도 작지만 중소기업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그런 브랜드 개발 에이전시를 찾아보면 좋은 회사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태그라인-슬로건을 명확히 구분하려 하지 마라. 논문, 학술지에서 두 단어에 대한 정의를 논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실무적으로 두 단어를 구분하려 한들 크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 슬로건 개발은 반드시 내/외부 고객들에 대한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개발 해야 한다. 때로는 사장님의 거스를 수 없는 아이디어라도 반드시 내/외부 고객 대상 조사(회사의 이미지, 인식, 지향점, 장점, 비전 등)를 거쳐 그 방향이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과거, 현재의 브랜드 자산을 검토하고 유지할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을 판단해야 한다.
3. 간결한, 쉬운, 강렬한, 재미있는 슬로건을 개발 해라, 4가지 모두 충족할 수 없다면, 간결하고 쉽게를 우선한 가이드로 개발하길 바란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간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4.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적용해야 한다. 기업 슬로건과, 광고 슬로건에 차이가 있겠지만 사업적인 변화, 기술/상품 등의 변화 등 무엇인가 큰 전환점이 있을 때 슬로건 또는 캠페인을 변화 해야 한다. 회사 CEO 또는 브랜드/광고 담당 임원이 교체 되어 이유 없이 개인적 성과를 위해 새롭게 개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마치며..앞으로 우리나라도 중소기업들이 좋은 브랜드를 육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 태그라인과 슬로건의 차이 그리고 역할에 대해 정리했으며,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꼭 태그라인과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실무 운영을 위한 제언을 정리했다. 부디 이 글로 좋은 영감을 받으셨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