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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ludenshomo Aug 16. 2016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테러의 가능성과 무고한 죽음의 확실함 사이에서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제가 올해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중 최고작입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유독 좋은 작품들을 많이 봤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죠.

'드론'이라는 소재를 택하고도 그 흔한 눈요기용 촬영, 즉 현란한 카메라워크조차 없습니다.

그 덕분에 영화 전반에 냉철함과 실재감을 불어 넣지요.

또 전쟁 영화로 분류하기 힘들만큼 전투 장면은 커녕 자극적인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죠.


영화는 언뜻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케냐 나이로비의 풍경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그 풍경을 담고 있는 시선이 정찰용 드론이란 것이 드러나고,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드론은 케냐-미국-영국 3개국이 테러 조직 생포를 위해 벌이는 합동 작전을 위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지시를 내리는 영국의 합동사령부와 드론을 직접 발사하는 미국 공군기지,

케냐 현지의 첩보원들과 테러리스트들 사이를 오가는 연출은 다큐멘터리라할만큼 사실성이 뛰어납니다.


드론을 통해 테러 조직이 곧 수많은 인파 속에서 테러를 자행할 것을 알게된 합동사령부는 

타겟에 대해 살상 명령을 내리지만, 미사일을 쏠 경우 근방에 있는 무고한 소녀가 다칠 것을 알게되죠.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나을 것으로 보이는 

테러의 가능성과 무고한 소녀의 죽음의 확실함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지 

딜레마에 봉착한 인물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그 결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에 앞으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선 일어나고 있을 문제입니다. 

그 지점에서 영화는 회피하지 않으며, 진중하고도 현실적으로 고민에 파고듭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는 당연스럽게도 이 영화를 통해 

전쟁과 정의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이 훌륭한 영화를 본 우리의 의무이겠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대배우의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헬렌 미렌과 앨런 릭먼을 비롯해 조연들까지 모두 연기가 훌륭합니다.

헬렌 미렌의 극중 캐릭터는 여성 군인을 묘사할 때의 클리셰가 전혀 들어가 있지않아 좋았습니다.

또한 앨런 릭먼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이 배우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더군요. 

참 좋은 배우란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때때로 어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우리의 마음 속에서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지요.

제게는 <아이 인 더 스카이>가 그런 경험을 하게해 준 영화였습니다.




추천지수: ★★★★☆ (4.5)


+메가박스에서 단독으로 <아이 인 더 스카이>가 재개봉된다고 한다.

반응 없으니 슬그머니 내렸다가, '익스트림 무비' 등을 필두로 한 영화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반응이 뜨거우니 개봉한지 한 달만에 재개봉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

영화가 반가우면서도 이러한 멀티플렉스의 행태가 얄밉지만 그래도 이 영화, 꼭 극장에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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