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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파랑 Aug 07. 2017

<영화> 택시운전사 : 두고 온 것이 있었다.

씨네왕자 부크공주 : 8월 6일

영화 :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개봉일 : 2017년 08월 02일

장르 : 드라마

감독 : 장훈

출연 : 송강호(김만섭), 토마스 크레취만(위르겐 힌츠페터), 유혜진(황술), 류준열(구재식) 등


군함도를 침몰시키다

 '스크린 독점', '역사보다는 액션' 등 영화 <군함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영화 <택시운전사>가 지난주 개봉을 하면서 영화팬들의 이목을 단숨에 뺏어갔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보다 더 뜨거웠던 1980년 <광주의 5월>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피터 기자의 광주 취재 (영화 장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는 실존 인물이다. 일명 <푸른 눈의 목격자>라고도 불린다. 독일 제일 공영방송 기자로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현장을 영상에 담아 언론 통제로 인해 대한민국 내에서는 보도될 수 없었던 광주의 참상을 외국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였는데, 자신이 촬영한 필름을 큰 금속캔 속에 포장해 과자 더미 속에 숨겨서 일본으로 반출한 뒤 독일 함부르크의 뉴스센터에 전달하여 이 영상은 독일에서 수차례 방송되었고 외국의 다른 언론들도 이 영상을 받아 보도함으로써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도 실존인물이다. 영화 에필로그는 위르게 힌츠페터의 생존의 실제 촬영 영상으로 구성된다. 그는 택시운전사 <김사복>씨를 애타게 찾고 있다. 친구를 찾아서 그와 함께 변화된 대한민국의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개념 연기파 배우 송강호

 아내와 사별하고 어린 딸내미와 함께 근근이 생활하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은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는 광주에서의 그 처참한 장면을 목격하는 몇 안 되는 외지인 되어 '현실과 역사'라는 서민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선택 앞에 서게 된다.


 배우 '송강호'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몇년 전에 보았던 영화 <변호인>에서 등기 업무를 통해 돈을 위해 현실에 충실한 한 변호사가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인간 '노무현'을 그리 듯이 이 영화도 또한 유사한 전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배우 <송강호> 자신도 그러했다. <넘버 3>라는 소위 말하는 '단순 상업영화'의 장르에서 지금은 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 언론과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적 배경의 영화에 거듭 출현함으로써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도 지난 정권에서의 그의 활동은 라이벌 배우인 '황정민'에 비해 현격하게 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그의 화려한 부활을 예감한다.

개념 배우 송강호

 정 많은 광주의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 역)과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역)의 구수한 광주 사투리 연기가 당시의 광주시민들의 입장과 생각을 대변한다. 대단한 이데올로기가 있어서도 아니고 독재에 대한 강력한 저항 정신이 있어서도 아니다. 단지 우리의 가족과 우리의 이웃이 우리를 지켜주어야 할 군대의 총칼에 의해 무참히 탄압당하고 학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생기는 분노와 저항인 것이다. 주유소에서는 이 외국인 기자와 기자를 태우고 온 택시운전사에게 넉넉하게 주유를 해 주고, 고장난 택시를 위해 기꺼이 자기 택시의 부품을 내어준다. 그리고 시민들은 정성스레 만들어 온 '간이 잘 된' 주먹밥을 나누어 준다. 홀로 남은 딸내미의 안위가 걱정되어 기자를 현장에 남기도 도망치 듯 떠나오던 길에 순천의 어느 식당에서 그는 또 주먹밥을 먹게 된다. 그리고 주먹밥을 나누어 주었던, 딸아이 같은 한 소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그는 운전대를 잡고 오던 길로 되돌아 간다.


전쟁영화가 아니다

 전쟁영화의 장르는 아니지만 영화는 전쟁영화를 방불케 한다. 금남로에서 진압군의 총격에 의해 힘없이 쓰러져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병원에서는 피를 흘리는 시민들의 절규가 지옥 같은 현장을 묘사한다.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2004년 강재규감독>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단지 다르다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남침을 강행한 북한군이 아니고 광주의 선량한 시민들일뿐이다. 장훈 감독은 이 장면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것 같다. 1975년생 감독이 그의 나이 다섯 살 때에 일어난 이 항쟁을 그는 정성스럽게 표현하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화려한 휴가, 2007년 감지훈감독>보다는 그래도 순화된 장면이라고 한다.

1980년 광주의 시민 학살

 금남로 시위 현장의 택시기사들의 활약과 광주를 탈출하는 장면에서 보안사 차량과 택시들의 질주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성을 갖는다. 영화 구성상의 완결을 위해 억지로 끌어내지 않았을까 생각도 되지만 역사가 가지는 준엄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할리우드식 클라이맥스는 애교로 봐 줄만 하다.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광주항쟁 그 자체로 시각을 표현한 것이라면 <택시운전사>는 한 서민의 시각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그 당시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통제된 언론에서 보도된 잘못된 시각으로부터 출발해 이 것이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과정들... <광주사태, 1980년>를 <광주 민주화운동, 1995년>으로 이름이 바뀌기까지 겪었던 15년 대한민국의 경험을 택시운전사 김만섭(김사복)의 3일간의 경험을 통해 빠르게 재현한다. 구성이 다소 우연의 일치처럼 잘 맞아떨어진 상황을 비판하는 평론도 있다. 역사를 기반으로 재 구성한 영화는 늘 이런 비평을 듣곤 한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송광호는 다소 코믹한 연기를 불어넣어 영화가 지루하게 흘러가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아무리 냉철하게 개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하는 소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라면 이런 것이 역사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 역사인식이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짧은 인연들의 죽음과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갈등은 억지가 아닌 가슴 깊은 곳의 우리의 역사인식과 광주에서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슬픔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두고 온 것이 없을까?

 지난 518 기념식에서 광주 둥이 김소형 씨와 대통령의 '뜨거운 포옹'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와 닿았고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6.25 이후의 최대 희생자 발생, 국가가 국민을 학살한 지울 수 없는 상처...  대통령은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다”며 “마침내 5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 혁명으로 부활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2017년 광주 민주화항쟁 기념식

 차를 돌려 광주로 향하는 김만섭은 집에 있는 딸아이게 전화를 한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열심히 살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정세 속에서 같이 변화하고 적응하려는 미래 지향적 시각도 중요하다. 하지만  조금만 돌려 우리의 가까운 역사를 다시 돌아보자. 과연 우리는 아픈  광주의 역사의 현장에 두고 온 것 이 없는 것일까?


택시운전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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