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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파랑 Aug 27. 2017

<영화> 공범자들 :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을...

씨네왕자 부크공주 : 8월 25일

 1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소위 말하는 주상복합의 전세살이.... 남쪽으로는 통탄의 거대한 빌딩 숲, 동쪽으로는 반석산의 푸르름과 소음이 가득한 대로의 자동차, 그리고 서쪽으로는 동탄 2기 신도시의 거대한 건설현장을 다 볼 수 있는 삼면이 노출된 공간.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가면 먹거리가 가득한 동탄의 번화가. 분주하게 예쁜 언니들을 현장과 현장으로 연결하는 봉고차와 승용차는 늘 주차 출입구를 번잡하게 막고 있었다. 신도시의 공해와 소음으로 가득한 이 곳은 글을 좀 쓰고자 하는 문인이 살아야 할 공간은 아닌 것 같다. 토요일 저녁  박근혜 피의자도 못 보는 드라마 <아빠가 이상해>를 반 강제적으로 보느니 개학을 앞두고 빈둥거리는 아들을 벗 삼아 슬리퍼 신고 길 건너 메가박스로 향했다. 이 험한 주거지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TV 보듯이 쉽게 영화보기'이다.


영화 : 공범자들

개봉일 : 2017년 8월 17일

감독 : 최승호

장르 : 다큐멘터리

출연 : 이명박, 김재철, 김장겸, 고대영


영화 <공범자들>

 하루 한 타임 겨우 개봉하는 영화라서 관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의외로 2/3 정도의 객석이 메워져 있었다. 영화 <자백>이나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등의 관객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도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년 10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청명한 5월의 맑은 햇살을 보기까지 7개월도 어떻게 보면 매우 빠르게 일어난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징한 고름을 터뜨리기 위해 세월호 참사, 블랙리스트 파문, 노동탄압 등 많은 구성원들의 아픔을 대가로 치렀던 것을 고려하면 짧다고 하기 어렵다. 공영 언론에 대한 탄압은 이미 10년이 되어가는 상황으로 <흰수염 고래>가 작은 연못에서 큰 바다로 가는 험한 길에 아직도 고통스럽게 헤엄치고 있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끝나지 않는 긴 싸움 중'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지고 있다.


 영화로서의 작품성이나 구성이 최승호 감독의 전작 <자백> 이상의 것은 아니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가지고 있는 자료의 구성을 최적화하여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강하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중간중간에 최승호 PD의 강단 있는 인터뷰 시도는 임팩 있게 구성되었다. 김장겸, 김재철, 고대영 그리고 이명박. 이들은 인터뷰 요청에 침묵하거나 도망가거나 무시하거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물론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씨는 반말까지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그리고 그들은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출했으나 기각되었다. 영화의 흥행에 적지 않게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질구질한 권력의 부역자들은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겠지만 떳떳이 토론을 하거나 논리를 반반하지 못하는 그 자신의 처참한 굴복을 여러 가지 논리를 끌어들여 합리화하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많은 국민들 앞에서 그 최면술을 연장할 경지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MBC 아나운서들의 기자회견, 2017년 8월 22일.

 그들은 그냥 그 비 좁은 연못에서 배를 채우며 안주하기를 원한다. 그들 중에선 채워도 너무 채운 사람들도 있다. 4대 강과 자원외교 그리고 국방비리 등으로 의심받는 이명박 씨가 그 중심에 있다. 그 이후에 나라는 조금씩 조금씩 처참히 무너져 갔고 언론은 무기력하게 10년의 세월을 숨을 죽이고 살았다. 그 과정에서 300여 명의 많은 언론인들은 징계나 해고되었고,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정정하기 않고 골든타임을 그냥 그렇게 보내 버렸다. 해고된 자리에는 언제나 '애완견'들이 어김없이 그 자리를 채웠고 그들은 이 시대의 퇴보를 앞장서서 주도한 '공범자들'이라고 이 영화는 규정하고 있다.


 며칠 전 김민석 PD의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가 충격적이었다.

"김장겸을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MBC 사옥에서 사장의 퇴진을 외친 이 분은 그냥 한 명의 '또라이'가 될 것을 감수하고 그의 주장을 실행에 옮겼다. 몹시도 여린 그의 표정 한 구석에 우러나는 강한 분노 또한 참고 참았던 사연과 연유된 것이었다. 2012년 170여 일의 격한 파업 끝에 업무복귀를 놓고 이용마 기자와 격한 대립을 했다고 인터뷰를 했다.

"영화에서 저를 <저항자>로 규정했지만 저는 제가 <공범자>중의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용마 기자는 끝까지 저항을 했고 그 친구의 속은 썩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안에서 잘 살았습니다.  드라마 연출하면서 잘 살았습니다. 정말로..."

그리고 그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민식 PD의 오열

MBC 김민식 PD의 시사회 인터뷰

 시골의 조용한 마을에서 또 다른 투쟁을 하고 있는 이용마 해직 기자. 그의 속은 암덩어리고 썩어가고 있고 이 싸움에서 그는 권력과는 다른 사뭇 순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식들에게 남겨줄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기나긴 그의 싸움에서의 의미를 "암흑의 시대에 침묵하지 않음"에 두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만들어진 작은 연못에서 거대한 흰수염 고래는 다시 넓고 자유로운 바다로 나가려 하고 있다. 엔딩 크레딧에서 기록된 300여 명의 억압받는 언론인, 그리고 현재의 공영방송에서 꿋꿋하게 저항하는 언론인들은 세상을 바다로 끌고 가고 있고, 일부의 부역자들은 이들의 정당한 주장을 막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탑승한 <저항자>도 <공범자들>도 아닌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 사태에 관심을 두거나 의견을 표출하지 않았던 우리와 같은 <방관자들>이다. 내달부터 MBC, KBS 노조는 동시 총파업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다시 '지칠지도 모르는 험한 그 길'을 향해 다시 노를 저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공영방송에 근무하지 않아서 <저항자>가 되거나 <공범자>가 되는 것을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커다란 흰수염 고래가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려 할 때 그곳에 승선하고 있는 대부분의 <방관자>들은 이 길고 긴 싸움을 지켜만 볼 것인가? 소극적으로도 <저항자들>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 푸른 바다에서 맘 껏 향해를 하는 좋은 세상의 혜택바로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 세대의 것이기 때문에...


<방관자들>이 아니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그 영화 <공범자들>!


방송 3사 파업 응원가 - YB의 흰수염 고래

방송3사 파업 응원가-YB의 흰수염 고래 M/V - YouTube

MBC, KBS, YTN 방송 3사 스타들과 윤도현밴드가 3월 16일 여의도광장 콘서트를 위해 만났다!!
무한도전 김태호 PD, 나는 가수다 신정수 PD, KBS 엄경철, 박대기 기자와 3사의 아나운서들이 함께한 훈훈한 현장~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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