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래미 Dec 14. 2024

(책 리뷰) 파산 - 이건범

Written by 클래미

회사 워크숍에서 마니또처럼 서로의 애장품을 소개하고 선물하는 자리에서 이 책을 받았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항상 높은 비전과 꿈으로 가득 찬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억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구성원들이 이를 실제로 느끼고 있어 긍정적인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파산 - 이건범 지음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 조금 놀랐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말했듯, 스타트업이 힘든 이유는 낙관과 비관을 동시에 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후 회사가 상상도 못 할 경지에 오를 것이라는 비전과, 내년에 현금이 바닥나 구조조정과 파산을 고민해야 할 현실이 공존하는 세계다.


중요한 건, 이 두 모습 모두 스타트업의 진짜 모습이라는 점이다. 어느 한쪽만 바라보면 회사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어쩌면 그게 스타트업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예측 가능한 평탄한 길보다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타는 일이 더 짜릿하고 행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무튼, 이 책이 꽤 소중하게 느껴져서 주말 토요일에 한 장을 펼쳤고, 약 3~4시간 만에 카페에서 완독했다. 참고로 나는 책을 굉장히 빨리 읽는 편이다.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책을 정독하기보다는 쭉 훑어보며 눈길을 사로잡는 구절만 노란색 펜으로 하이라이트하고 넘어간다. 그런 다음, 이렇게 블로그를 쓰면서 하이라이트한 부분들을 글로 옮겨 적으며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는 방식이다.


나는 무엇이든 첫 인상이 가장 순수하고 진실되다고 믿는다. 그래서 깊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특정 구절에서 바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지금 내 상황과 가장 관련 있는 인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블로그의 인트로를 작성한다. (책을 꼼꼼히 읽기를 바라는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내게는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독서법인 것 같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토스의 '유난한 도전'의 다크 버전 같다. 유난한 도전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당시 독후감을 쓸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아직까지 쓰지 못했다. 그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다큐멘터리처럼 과장하거나 억지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덤덤하게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회사의 속사정과 실명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솔직한 기록이라, 독자로서는 굉장히 귀한 책이었다.


토스는 아직도 성장 중인 회사라 결말이 정해지지 않았고, 열린 결말로 해피엔딩처럼 마무리된다. 반면, '파산'은 대표가 약 12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한때 연매출 100억 원까지 달성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구조조정, 파산 신청, 그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 제목만 봐도 대략 어떤 내용일지 짐작할 수 있었고, 내가 유튜브나 영화에서 극한의 상황들을 자주 접해서인지 예상 밖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건 저자의 극단적인 상황을 얕보려는 게 아니라, 미디어에 너무 자극적인 소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유난한 도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을 덤덤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아주 세세히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런 기록은 심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그럼에도 담백하게 담아낸 부분이 인상 깊었다.

둘째, 저자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에너지가 넘치지는 않겠지만, 책의 끝을 꽤 희망차고, 다시 일어서려는 긍정적인 톤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변호사이자 유튜버인 임현서는 한때 부동산 관련 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는 변호사 예능 '굿피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유튜브도 재미있게 잘 운영하며 TV에 출연할 때마다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분명히 성공할 거야"라는 확신을 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유튜브에서 스타트업을 파산시키고 약 100명 정도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는 영상을 봤다. 그렇게 똑똑하고 인지도가 높던 그가 몇 년간 사업을 운영하고도 회사를 닫아야 했다는 소식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2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1보 뒤로 물러섰던 전략처럼 보인다. 이전 회사를 정리한 후, 지금은 김앤장 출신 변호사 4명과 함께 새로운 로펌을 창업해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파산이라는 현실은 아무리 포장해도 쓰라린 경험이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매일 누군가가 어디선가 겪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안에서 누군가 성장하고 성공한다면, 반대로 누군가는 경쟁에 밀려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항상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를 꿈꾸지만, 늘 고공행진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고민도 때때로 미리 해두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더 지혜롭게 만들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한 번 넘어져도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현서 변호사는 아직 30대였기에 첫 회사를 파산시켰더라도 재기의 기회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상태에서 파산을 경험했기에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지만, 그 과정을 기록해 책으로 펴냈고, 원래 하던 디지털 교육업의 경험을 살려 출판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갔다고 한다.


씁쓸한 현실을 담으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오늘을 더 단단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우리 모두 겸손함과 헝그리 정신을 잃지 말고, 현명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자.




추천사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가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성공이 아니었듯, 우리가 실패라 여겼던 것이 실패만은 아니란 점이다.

파산과 처참한 몰락 뒤에 다시 유능한 출판기획자로, 복지운동가요, 한글문화운동의 대표 기수로 그가 일어나는 과정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소중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더 단단하고 튼실해진 그의 재기는, 실패가 가르쳐 준 성찰과 지혜에서 출발한다. 파산과 몰락의 고통 속에서 단련된 그의 낙관주의는 새로운 희망의 불씨다. 그 불씨를 함께 품어나가고 싶다.


돈 안 드는 사업은 돈이 안된다

내가 이것을 깨달은 건 이 회사에 출근하고 두 달가량이 흐른 뒤였다. 사장은 내게 회사의 방침을 소상하게, 아니 솔직하게 알려주었다. 헐! 이런, 종합정보통신망 서비스는 매우 장기적인 가능성을 살피며 그저 회사의 '뽀대'를 잡는 홍보수단에 지나지 않는 분야였다.

애초에 내가 너무 순진했던 탓에 그저 내 하고 싶은 일에만 눈길이 갔던 것이다. 사회생활 출발이 이랬는지라 난 지금까지도 온 안 들어가는데 돈이 된다고 말하며 그건 다 사기라고 여긴다. 이것이 사업에 관한 나의 첫 깨달음이었다.


돈은 사람을 따라온다

'자유로운 인격체들의 민주적 결합'이 내가 직원들에게 내건 구호였다. 아마도 마르크스가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묘사하면서 했던 말일 거다. 그 해석이나 어원이 어떻든 간에 난 이 표현을 정말 좋아했다.

사실 아리수미디어가 시장에서 처음 자리 잡게 된 건 미국의 브라더번드(Broaderbund)라는 굴지의 소프트웨어 제작사와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영문 팩스가 한 장 들어와 있었다. "아주 감동적인 편지였습니다. 거래를 시작합시다." 브라더번드 역시 작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던 터라 나의 정공법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돈을 좇아가면 돈은 더 빨리 도망친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좇으며 재미를 느끼고 그 일에 몰두한다면 돈은 사람을 따라온다. 적어도 창업 초반 3년까지 나의 이 믿음은 깨어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행복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이나 그렇듯이 행복이 오래 무디어지는 때부터 그것은 더 이상 행복일 수 없다.


다름을 인정할 때 대화가 된다

그러나 이런 관계가 회사의 발전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회사의 생존 비결이자 원동력이었던 내부의 인간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걸림돌이 된 것이다. 그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모두가 똑똑한 탓인지 함께 조화를 이루어내는 일이 잘 안 되었다. 지위의 차이에 따라 업무가 나누어지지 않은 채 모두 비슷한 수준의 일을 하고 있었다.

다들 책임감이 강하다고 믿는 탓인지, 남의 실수를 냉정히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 계속 뒤로 밀렸다. 어떻게 효율을 높일지 고민하지 않고 옛날부터 해오던 대로 되풀이하는 일이 많았다. 그 결과, 서로서로 남의 말을 귀담다 듣지 않는 태도마저 나타났다. 내리는 명령이 정확하지 않고, 하기로 해놓고 시간이 지나 보면 안 된 것이 눈에 자주 띄었다.

슬슬 관료화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관료화란 창의성이 죽고 기존의 관행에 따라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우리는 대화에 너무 야가다.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제대로 정리할 수 없기 때문에 대화를 기피하고, 그렇게 대화를 기피하다 보면 자꾸 자기 내부로 숨게 된다. 남의 이야기는 완전히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적어도 남이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자고 했다. 우리는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남을 넘겨짚거나 자신이 옳다고 단정 지으면서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외롭게 살기 때문에 발전을 계속 봉쇄당한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핵심 경영진은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하려 든다. 아니, 자신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고 착각한다. 직원들이 어떻게 자신의 판단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신의 기대대로 하지 못할 경우엔 점점 그들을 무시한다. 그럴수록 핵심 경영진의 할 일이 많아지고, 모든 판단을 해야 해서 더 큰 것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대화 능력의 무족은 남들이 가진 정보의 진정한 의미를 해독할 수 없게 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들 사이의 호환성 마저 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응용한 해석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정보들이 많아진다. 이 후진성은 연쇄적인 사슬을 갖게 된다. 회사 내부의 대화 단절, 외부와 대화 단절, 최종 소비자와 대화 단절.., 따라서 이 수진성을 시장을 판단할 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생존의 그늘

내가 자행한 첫 정리해고였다. 난 부끄러웠지만, 외환위기에서 분명하게 배운 것이 있었다. '생존'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회사 구성원의 기본 생존을 지켜낼 수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로 회사의 전망을 치장한다 해도 그건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교훈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끔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난 그렇게 1년을 버텼다. 그리고 이 1년을 버티면서 난 문서를 볼 수 있는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 5급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도덕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기업은 인류 역사상 어마어마한 진보를 이루어낸 장본인이다. 스스로의 소비가 아니라 타인의 소비를 전제로 한 상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주도함으로써 기업은 사의 물질적 부를 증대시키는 견인차 노릇을 해옸다. 기업이 없었다면 인간의 현실적, 잠재적 욕구를 포착하고 상품으로 개발하여 만족으로까지 이끌어 내는 과정을 누가 맡을 수 있었겠는가? 국가나 정당, 종교기관, 학교, 가족 등 기성의 어떤 조직이 이런 만족을 인간에게 제공한 적이 있었는가?

신인간 기업의 운영원리는 긴장과 대화이다. 규율과 자발성, 실험 정신과 책임성,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 고참과 신참, 개인과 조직, 우리와 타인, 이윤과 공익, 오늘과 내일, 현실과 이상... 이런 대립항의 통일된 긴장을 내적으로 유지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위, 단위와 단위 간의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해 인간기업은 자신의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고 순환시키다.

긴장과 대화의 운영원리는 기업 내의 모든 인간을 고립된 개인으로부터 진정으로 사회화된 인간의 수준으로 고양한다.

하지만 생존의 몸부림과 고결한 가치의 추구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악마의 힘은 여러분이나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가왔다.


처음 된 자 나중 된다

'선도자의 법칙'이다. 어떤 시장을, 그리고 소비자의 머릿속을 선점해야 그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처음 된 자 나중 되는 법. 선조자의 운명이란 이렇기도 하다. 유기체인 한 회사의 운명에서 보자면 선도자의 법칙은 어떤 저주와 같을 수도 있다. 선도자는 2위와 3위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항상 긴장해야 하고, 그만큼 다른 곳을 볼 여유가 적어진다. 19년대부터 정보통신혁명이 일어나면서 모든 부문에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지 이 법칙은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얼마 전 파산을 신청했던 코닥의 예에서 우리는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코닥의 목을 쥔 이 디지털카메라의 최초 발명자는 바로 코닥 자신이었다.

난 실체 있는 성공을 만들고 싶었다,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이상 그곳에서도 아이들의 영혼을 고양할 한 방울의 물이 될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자본가'는 타락하지 않으면 몰락한다

돌이켜보면 이 친구를 내보낼 때 전격적인 구조 조정을 단행했어야 했다. '자본가'는 타락하지 않으면 몰락한다. 악독하게 판단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결단하지 않으면 어영부영하다가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를 따르던 선량한 무리마저 죽음의 계곡으로 떨어뜨릴 위치에 서 있는 거다.

이렇게 어영부영 난 악덕 기업주가 되어 있었다. 이게 내가 원했던 모습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업하는 게 그리도 즐거웠던 그 시절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무실 출근하는 게 그리도 즐거웠던 그 시절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무실 출근하는 게 그저 신이 나고, 밤늦게까지 일이 좋아 집에 가는 것조차 귀찮아하던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들

"아리수에 만약 1백억 원의 돈이 들어갔다면 그 돈 가운데 90억 원은 지금 니 몸에 붙어 있는 거야. 넌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어. 회사는 사라지더라도 너는 사라지지 않잖아. 니 몸에 붙어 있는 가치를 살리면 앞으로 너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고. 난 지금 너에게 용기를 주려는 거야. 해법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난 마누라와 아들 녀석을 데리고 함께 디즈니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인 <니모를 찾아서>를 보러 갔었다. 참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 아빠가 아니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울컷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옆자리의 아들 녀석에게 불행이 닥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휴지를 꺼내어 안경 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옆을 보니 아들은 그 장면에서 재미있다고 웃고 있다. 나는 왜 울고 내 아들은 왜 웃을까?


망하는 데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두 달이 지나가고 결구 우리는 거의 모든 일을 무사히 마무리한 채 한 해를 마감했다. 성탄절 전에는 모든 직언들에게 회사의 폐업 방침을 알렸고, 난 마지막까지 고생한 중간간부들을 모아 남산의 어느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최초이자 최후의 만찬이었다. 그리고 만찬 뒤 노래방에서 부른 조용필의 <꿈>이라니.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신용은 은행이 평가하는 게 아니다

"참 놀랬습니다. 체불된 근로자 두어 명이 있는 곳에서도 어찌 처리되고 있느냐 언제 돈 나오느냐 하면서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전화가 옵니다. 근데 대상 직원이 60명이나 되는데도 지난 석 달 동안 그런 전화를 한 통도 안 받았으니... 이런 사건만 있으면 노무사 일하기 참 편하겠어요. 허허허."

편하게 돈 많이 벌어서 기분 좋았겠지. 쩝. 칭찬이라고 듣자.


바닥까지 간다는 것

돈이란 놈은 꽤 냄새를 잘 맡는지라 될 집 안 될 집을 곧 가려낸다. 

폐업 후 체당금을 처리하는 동안 난 어느 온라인 교육게임 회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월급사장으로 잠시 일하고 있었다. 오래 할 마음은 아니었고, 그 회사가 어느 정도 일이 돌아가도록 도운 뒤 휴식으로 들어갈 작정이었다.

호구지책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졸지에 할 일이 없어지면 마음이 너무 휑할 듯하여 연착륙을 시도하였다고나 할까.

파산의 문제는 특정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책제도와 개인회생제도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인 것입니다.

그나마 수입이 조금이라도 있어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라도 갚아 나간 후 남은 채무를 면책받는 것이 개인회생입니다.

숫자에 불과한 채무의 노예로 묶어 놓고 취업도 못 하게 하고, 빚 독촉 전화에 자살하고 싶도록 궁지에 몰아넣어서 채권자들이, 이 사회에서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문 판사의 말에 따르자면 난 또다시 보험 혜택을 받은 셈이다. 물론 보험이란 최악의 상태에 떨어져야만 작동하는 그 원리상 시각장애인, 파산자가 된 뒤에야 내게 손을 내민다.


나는 왜 망했을까?

후지필름의 이러한 변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 가지 답은 구조조정이다.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노리였으리라.

이 같은 사회적 공헌이 코닥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 새로 일어서는가?

도박에 중독되어 망가지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더 많은 것 같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 심리는 삶이 팍팍한 곳에서 더 강하게 이는 법이다.


어른에게 야말로 꿈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누구나 관성적으로 막살아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모두 고귀한 인간이다. 

그 삶이 고단할 때 어려움 속에서도 웃는 힘을 기르자. 힘들 때 웃는 힘이야말로 고통과 고정관념에 발목 잡히지 않고 아스라한 행복의 기억을 고스란히 되살려내 우리를 꿈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하는 마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