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정세주 의장은 토종 한국인으로, 대학교를 중퇴한 뒤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뉴욕에서 가장 큰 비상장 기업이자 헬스케어 앱 눔(Noom)을 창업한 인물이다.
사실 눔은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스타트업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할 일이 없었던 탓에 그저 지나치고 말았던 서비스였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에서 진행된 그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세주 의장은 "스타트업계의 어른" 같은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거의 20년간 스타트업계에서 몸담아 오며 그의 내공은 확실히 남달랐다. 두루뭉술하지 않고 직설적이며 솔직한 태도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세주 의장이 강조한 두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은 생각보다 조언이나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정 의장 역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솔직히 말해, 그와 청중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들여 깊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산나눔재단 역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수년간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왜일까? 세상은 의외로 서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둘째, 스타트업의 가장 큰 적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점이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창업자의 시간이며,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빠르게 흐른다. 새로운 스타트업이 계속 생겨나고, 기술이 출시되며, 정해진 런웨이는 점점 줄어든다. 예를 들어, 시리즈 A를 받았다면 시리즈 B를 받기 전까지 일정한 시간과 목표가 주어진다. 이 기간 내 최대한의 성과를 달성해야 시리즈 B, 나아가 시리즈 C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스타트업에게 하루하루는 돈보다 더 소중한 자산인 셈이다.
아래는 내가 영상을 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들이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에 대해 깨달은 점 (눔 창업 이전)
시장 크기의 중요성: 시장 크기가 작다면, 투자 유치를 통해 벨류에이션을 높이는 자본 중심의 사업(equity business)이 아니라, 100% 지분을 보유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장사'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업'인지 '장사'인지를 시장의 크기를 기준으로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 중심의 삶 (Purpose-Driven Life): 사업이 성장해도 재미없고 행복하지 않다면, 이는 사업을 시작할 때 인생의 목적을 깊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삶이 불행하게 느껴지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점은, 사업의 방향과 개인적인 소명을 일치시킬 때 비로소 성공과 행복한 삶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 끝없이 고민하라: 나는 19살 때 장사를 하며 생존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실패하면 알래스카 고기잡이 배에 오를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러나 3년간 투자 유치를 받지 못했던 기간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그 시간은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 되었다.
투자 유치 잘하는 법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전에,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분위기와 에너지를 먼저 만들어라. 그 후, 차분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라. 자신의 지식을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쏟아내기보다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적인 엣지를 하나 만들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라. 스토리가 명확하고 강렬할수록 상대방의 관심과 신뢰를 얻기 쉽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PMF(Product-Market Fit)를 찾느라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노이즈가 낀 데이터나 틀린 가설에 의존하지 말고,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명확하고 근거 있는 결론을 도출하라.
아무리 좋은 지표가 나와도 그것이 진짜 의미 있는 데이터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내가 집중하는 지표가 실제로 사업의 성공과 연결되는 올바른 지표인지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 과거 피트니스 트래킹 앱을 개발했을 때, 초기 지표는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유는 건강이 좋은 사용자들만 앱을 사용하거나, 특정 기능(예: 만보기)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저 수는 많았으나, 유료 고객 전환이 가능한 시장 규모가 부족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눔을 창업하게 되었다.
나사업 철학은 "Do not reinvent the wheel"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마라)에 기반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반복해서 구현하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1. 한국 기업이 첫 미국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따내는 법
미국에는 이미 수많은 경쟁사가 존재한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차별화된 강점(엣지)을 명확히 도출하라. 경쟁력이 될 핵심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라.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현지로 직접 와야 한다. 한국에서 원격으로 운영하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CEO가 직접 현장에 와서 제품을 팔아야 한다. CEO가 못 팔면 누구도 팔 수 없다.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비싼 미국인 세일즈맨을 고용할 준비를 하라. 창업자보다 연봉이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식이다. 비용을 아끼려 하지 말고, 대신 철저히 분석해 누가 이 제품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사람인지를 찾아라. 애매하게 성장하다가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
2. 우리 회사의 윤리와 맞지 않는 유능한 인재를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윤리와 맞지 않는 인재는 결국 떠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인재 한 명의 중요성은 크다. 떠날 것을 대비하면서도, 당장의 가치를 최대화할 방법을 고민하라.
해당 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자신이 있다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선 활용하라. 그러나 컨트롤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포기하라.
조조는 소매치기범을 장수로 임명하며 적군의 정보를 빼내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를 하차시켰다. 마찬가지로 그 인재가 가진 능력을 적재적소에서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시점이 지나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하고 관리하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3.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게 올바른 결정인지 판단하는 방법
"이 사람이 나와 결혼할 대상인지"를 남에게 물을 수 없는 것처럼, 스타트업 시작 여부도 누군가 대신 판단해줄 수 없는 문제다. 결국,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가까운 사람들은 현실적인 조언보다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사업 경험이 풍부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라. 이들은 더 솔직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피드백이 당신의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공동창업자조차도 역할과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당신의 고민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고민을 깊게 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라.
4. 한국 팀이 미국식 사고방식을 갖는 방법
팀 전체가 스스로 빠르게 적응하려고 무리한다면, 오히려 시행착오와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은 리스크를 무모하게 감수하는 집단이 아니라, 계산된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한국 팀이 미국식 사고방식을 완전히 습득하려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미국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환경이 바뀌었을 때, 기존 팀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해당 환경에 적합한 현지 인재를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지 전문가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라.
5.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절제된 삶을 살아라
시간을 어떻게 쓸지 충분히 고민하고,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고민만 하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최악의 상황은 결정을 내린 후에도 계속 고민하는 것이다. 틀린 결정에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도 "결정을 내렸으면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규칙적인 라이프 루틴을 만들고, 꾸준한 운동으로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이렇게 해야 감정의 기복 없이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6. 투자는 언제 받아야 할까?
돈이 필요 없을 때 투자자를 만나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스케줄에 맞춰 회사 소식을 공유하고, 우리 페이스대로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다.
반대로 돈이 다 떨어졌을 때 투자자를 찾기 시작하면, 주도권을 잃고 그들의 흐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는 투자자에게도 전달되고, 곧 시장 전체에 안 좋은 소식으로 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