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이 제목을 보고 다소 불편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지금 일하는 스타트업이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의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훌륭한 동료가 있어도,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직장은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그 본질적인 역할은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물론 돈이 모든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요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돈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인생의 황금기가 2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생이 길어지면서 이 시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다.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매일 실감하며, 33세인 지금도 여전히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 귀중한 시간을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꿈꾸는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테니까.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에 일반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런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지금 버는 돈이 당장은 부족하지 않지만, 나중에 노년이 되면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내가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이 현실을 묻어두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비극적이고 불행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니 나도 자연스레 그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지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상당수가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다.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그럼에도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과 그렇지 못한 환경을 비교해 보자면, 나는 적어도 스타트업에서 미래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스타트업에서 도전하며 고군분투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물론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처럼 사회 경험 없이 창업에 성공한 예외적인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 회사에서 필요한 경험과 네트워크, 지식을 충분히 쌓고 나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을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경험을 잘 활용해 스타트업 시장에 도전한다면,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아주 행복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디에서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다르다. 여기서의 다양성은 단순히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는 것 이상의 의미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작은 회사의 상황부터 중소, 중견, 대기업의 단계까지 각기 다른 상황을 직접 겪게 된다. 그에 비하면 단순히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는 경험은 훨씬 제한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현실은 냉정하다.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개인의 성장이 따라오지 못하면, 이후 전문가들이 합류할 때 초기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책임이기도 하고, 오히려 이렇게 되었을 때 박수 쳐줄 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최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아쉽고 억울할 것 같다.
생각보다 창업자보다 초기 멤버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망할 확률이 높고, 초기 멤버들은 창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단순히 돈이 아닌 소명의식을 가지고 시작해야 모든 것이 의미가 있는 법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이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회사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망하더라도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없다. 예전에 팀원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건 결국 대표이기 때문에 너무 큰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물론, 이런 점을 남용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타트업에서는 책임은 대표나 창업자가 온전히 짊어지면서도 팀원들이 상당한 주체의식을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책임감이나 주체 의식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연락을 끊고, 때로는 상사와 갈등이 생겨 퇴사하더라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마치 내가 아이를 키우는 듯한 상황이 펼쳐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맡은 일에 애정을 쏟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내가 지지 않지만,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하면 내가 돌본 덕분에 얻는 보상과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간단히 말해, 창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일반 직장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며, 스타트업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세상에 임팩트를 내고 싶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막대한 책임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면 스타트업에 합류해 임팩트를 내면서도 상대적으로 덜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성장하는 작은 회사일 때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무의미하다.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가 ‘Start(시작)해서 Up(성장)한다’는 뜻이니까. 회사가 작지도 않고 성장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그냥 일반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회사가 아직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장점이 나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
지금 회사에 계신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창업진부터 초기 합류자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아직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모든 구성원이 희망에 차 있는 모습이다. 모두가 내년부터 시작해 앞으로 10년 후의 성장과 가능성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많지만, 꿈과 미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이러한 꿈과 미래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써보았다.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 각자의 성향이 다름을 나도 잘 알고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고 싶고, 지금도 그렇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