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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뚫고

Written by 클래미

by 클래미

2025년 6월, 한 달간의 장기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랜만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글을 써본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 한국 스타트업에서 아끼는 팀원들과 함께 도전하며 일하고 있는 지금. 과연 10년 전의 나는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때도 명확한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앞에 열리는 길을 따라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이 터널을 지나면 더 큰 꿈과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분명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감사한 일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점에서 이 길을 인도해주시고 함께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세상이 예측하기 어렵고 곳곳에서 비극과 슬픔이 발생하는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떤 방향성과 목표를 향해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감사하게도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드는 상황과 메시지가 주어진다. 이번 출장 중에도 감사하게도 매주 교회에 나갔는데, 그 시간들이 내게 많은 희망과 힘을 줬던 것 같다.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순간이 있다. 첫 주 예배에서 들은 메시지는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시간을 뚫고 이 땅에 내려오셔서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다는 이야기가 어찌나 감동적으로 다가오던지.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정말 오랜만에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 나를 위해 희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한 감사를 느끼는데, 나보다 훨씬 높고 위대한 존재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이 서사는 내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실제로 대학교 시절, 내 인생의 첫 ‘소명’을 다짐하게 된 것도 이 사실을 영혼 깊이 받아들인 순간부터였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순간은, 건장한 미국 청년이 자신의 과거와 죄를 씻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세례를 받는 장면을 교회에서 마주했을 때다. 과거에 내가 세례를 받았던 순간이 떠올라 벅차오름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글로 표현하니 담담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살아간다.


앞으로 10년은커녕 한 달 뒤에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움과 조급함 속에 살아가는 나 자신을 보며, 지금 이 비행기의 조종석을 기장님께 맡기고 편안히 앉아 있듯, 나의 삶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고 항해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담대함을 얻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늘 부족한 나를 위해 내 앞길을 비춰주시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상황을 허락하시며, 좋은 동역자들을 붙여주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더 나아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 희망과 은혜가 널리 퍼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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