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실리콘밸리 창업 후 글로벌 300만 유저가 찾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40개가 넘는 제품을 만들고 폐기하기를 반복하며 열심히 달리고 있는 친구와 커피챗을 했다. 잠시 한국에 나온 김에 만났는데, 고군분투 속에서도 배운 인사이트와 늘 도전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오늘 대화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B2C 시대에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GTM과 마케팅이 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GTM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친구의 경우, 마케팅 비용 0원으로 300만 유저를 만들었다. 마케팅 활동에 특별히 더 집중한 게 아니라, 그냥 제품 자체가 바이럴을 탈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주제별로 정리해 본다.
이 친구의 첫 서비스는 캐주얼 챗봇이었다. 2024년 GPT API가 출시된 초기, 비개발자도 나만의 챗봇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예를 들어 특정 연예인의 말투를 흉내 내는 봇이나, 공무원 보고서 스타일로 글을 써주는 봇 같은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누적 300만 유저를 달성했다. 마케팅 비용은 0원이었고, SEO만으로 전체 유입을 만들어냈다. 비결은? 장원영이 유퀴즈와 라방에서 언급하면서 웹사이트를 직접 시연했다. 몇억짜리 프로모션을 공짜로 해낸 셈이다. 그리고 이 바이럴 포인트가 한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터키, 포르투갈, 인도 등 비영어권에서 같은 방식으로 모두 터졌다. 당시 GPT가 각 나라의 문화적 언어 특성(말투, 뉘앙스 등)을 잘 살리지 못했는데, 이 서비스는 그 부분을 잘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 나라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직접 자기 이름으로 만들어진 봇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퍼졌고, 자발적으로 홍보하면서 확산됐다. 처음부터 계산한 전략은 아니었지만, 거슬러 보니 제품의 구조 자체가 바이럴을 만들어낸 셈이다.
B2C는 제품을 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다. 이 사례를 보면서 제품 자체가 마케팅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기획하는 것이 더 본질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캐주얼 챗봇의 엄청난 트래픽 성장을 보고, 자연스럽게 사무용으로도 확장했다. 워드나 한글 파일을 넣으면 AI가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병행 런칭한 것이다. 워드 쪽은 3개월 만에 제미나이와 GPT가 직접 대응하면서 바로 사양화됐지만, 한글(HWP)은 2년 6개월 이상 AI가 미지원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이 발생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AI 적용 시차가 로컬 시장에서의 기회를 만들어낸 케이스다.
재미있는 것은 매출 구조였다. 실제 매출의 99%는 사무용에서 나왔다. 주요 사용자는 직장인, 공무원, 교사 등이었고, 생활기록부 작성이나 사내 보고서 같은 실무에 쓰이고 있었다. 반면 캐주얼 봇의 매출 기여는 1%에 불과했다. 하지만 핵심은, 사무용 봇으로 직접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모두 캐주얼 봇을 통해 유입된 후, 안에서 사무용 봇을 발견하고 전환되는 구조였다. 캐주얼 봇이 의도치 않게 유입 퍼널의 미끼 역할을 한 것이다.
이건 아마 경험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인사이트일 것이다. 그래서 이걸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현하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우리가 이걸 따라한다면? 기술과 기획의 문제라기보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롱런으로 보면 결국 트래픽을 모으고 이걸 수익화하는 그림인데, 우리는 마음이 급해서 늘 시작하다가 접게 된다. 어떤 게 방법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더 중요한 인사이트는, 캐주얼과 사무용의 사용자가 결국 같은 페르소나라는 점이다. 만약 캐주얼 봇의 유저와 사무용 봇의 유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퍼널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 사람이고, 24시간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직장인도 퇴근 후에는 재미있는 챗봇을 가지고 놀 수 있고, 그 사람이 다음 날 출근해서 같은 플랫폼의 사무용 기능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전환이 일어난다. 좀 더 넓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그려보면서 설계하면 이런 퍼널을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현재 이 친구의 메인 비즈니스는 AI 수집 및 가공 데이터 솔루션이다. 미국에서 고객도 꽤 있고 현재까지 안정적인 메인 매출원이 되고 있다. 이 회사의 본질적인 비전이 모든 사람들에게 AI로 기술 파워를 주자인데, AI를 잘 쓰고 싶으면 데이터를 모아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요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본인도 이 사업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지금 잘되는 것도 언제 대체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친구의 전략은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에 스텔스로 올리고, 반응을 보면서 살아남는 것만 키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40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었고, 그중 살아남은 것들이 현재의 비즈니스를 구성하고 있다. 나머지는 죽었거나 아직 빌드업 중이다. 요즘은 AI 제품이 너무 많아지면서 반응을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던지고 있다.
AI 덕분에 개발의 허들이 낮아졌고,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경쟁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상황에서 제품을 만들고 나서 마케팅을 고민하는 것은 이미 늦다.
이 친구의 캐주얼 봇이 300만 유저를 만든 것은 마케팅 활동에만 총력을 가해서가 아니다. 제품 자체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아예 GTM과 마케팅을 감안해서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의미가 없다. 퍼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의 일부라는 생각이 오늘 강하게 들었고, 더 고민하게 되었다.
AI 전문가는 아니지만 늘 커피챗에 열려있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다른 분들의 경험을 더 자세히 듣고 싶으시다면 링크드인으로 DM 혹은 이메일(pahan@umich.edu)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