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골드만삭스가 작년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2075년 기준, 대한민국 GDP가 25위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이었다. 출산율이 박살났으니 경제 규모가 작아진다, 라고 한 줄로 요약하기에는 그 위에 올라서는 나라들의 이름이 너무 무겁다. 말레이시아, 터키, 방글라데시, 필리핀,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세상은 원래 엎치락뒤치락이고, 우리도 누군가의 등을 밟고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고 담담하게 말하고 싶지만,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분노하고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단순히 인구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 지정학의 판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이 그 판 위에서 점점 애매한 자리에 서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우리나라가 나름 제조업, 반도체, 방산 강국이고 꽤 강력한 나라라고 치부한다면 정말 오산이다. 그냥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이란 전쟁 사태만 봐도 그렇다. 이걸 미국과 이란의 싸움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 대리전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유튜브 언론을 보면 미국을 악의 축이라고 말하는 곳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가 있고, 그런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의견이 소수가 아니라 메이저하게 올라온다면, 이건 정말 아주 심각한 문제다.
지금 전세계의 판을 냉정하게 보면 이렇다. 미국과 유럽은 관세 때문에 삐걱거린다고 사이가 소원해진 게 아니다. 미국은 원래 유럽으로부터 시작했고, 서로 부모 자식 관계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서방 국가의 핵심축이다. 중동에서는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이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친서방이다. 앙숙이던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종교보다 강한 것은 돈이다. 트럼프와 유럽 연합이 갈등한다고 서방 질서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솔직히 세상 경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가장 큰 관건은 인도다. 중동이 미국의 통제권에 온전히 들어온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는 유럽의 제조업 공장으로 부상한다.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도 안전한 판로가 열린다. 중동이라는 다리가 놓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에 지리적으로 가장 붙어 있는 나라인데, 그 누가 리스크를 지고 우리와 무역을 하겠는가. 지금까지는 퀄리티 대비 가성비 때문에 우리가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 공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도의 퀄리티가 따라오고, 훨씬 가까운 중동 루트가 열리면, 한국은 리스크만 남은 채 가치가 확 떨어진다.
그나마 일본은 부동산 재벌아들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해외 부동산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서 꼬박꼬박 세만 걷으면 된다). 한국은 과거부터 열심히 일하는 샐러리맨 포지션이었다. 샐러리맨은 일감이 끊기면 끝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이 지금까지 서방 국가의 핵심축으로 포지션을 정말 잘 잡아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지금 너무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누군가는 균형외교를 잘하는 게 한국의 비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은 늘 미국 쪽이었고 그래서 여기까지 발전한 것이다. 만약 사람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한곳을 선택하라고 하면,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상 다 미국을 선택한다. 우리는 하나도 잃은 것 없이, 전략적 위치라는 점 하나만으로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엄청나게 지략적인 상황을 진보와 보수를 넘어 늘 잘 고수해왔다. 물론 정당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미국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떠나 늘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해왔던 것처럼, 한국도 늘 미국을 최우선에 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은 우리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잘 알고 있다. 한국이 초강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이야기는, 솔직히 망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2075년 GDP 순위가 나왔을 때 한숨밖에 안 나왔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근데 지금 이란 사태를 보면서 한국이 정말 애매한 포지션에 서서, 마치 전략적 수를 쥐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 그건 참 처절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의 방향성은 달라도, 늘 친미였다고 믿으면서,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잘 나아갔으면 좋겠다. 원인을 미리 분석하고 알 수 있다면, 최대한 방어를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