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매일 일하는 xAI 엔지니어 인터뷰

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by 클래미

*실리콘밸리는 너무 빠르고, 한국은 너무 느리다*


AI를 생각하면 3대 독주 체제인 오픈AI, 구글, 앤트로픽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제3의 길을 걷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있다. 그래서 xAI에서 AI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지인과 알차면서도 깊은 인터뷰를 했다.


먼저 일론 머스크의 성향상 직원들과는 최소 주 3회는 대면으로 만나고, 만날 때마다 아주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피드백과 지시를 준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이 꽤 스트레스풀하고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일론 머스크와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인재들이 모였고, 타 빅테크처럼 소프트웨어 driven이 아닌 테슬라라는 하드웨어와 스페이스X라는 우주 산업을 바탕으로 조금 다른 비전과 방향성으로 AI 사업을 이끄는 모습에 늘 많은 관심이 쏠린다.


참고로 최근 우리 회사의 투자사가 실리콘밸리 출장을 다녀왔는데, 실리콘밸리는 너무 빠르고 한국은 너무 느리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당연히 실리콘밸리는 테크 트렌드의 발원지이다 보니, 우리는 늘 패스트팔로워의 입지였다. 그래서 당연히 시차는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걸 투자사가 한번 더 짚었고 나름 우리도 꽤 열심히 쫓아간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객관적으로 우리가 어디에 위치하는지조차도 가늠할 수 없어서 더 황당함이 들었던 것 같다.


또한, 어제는 홍콩에 위치한 미국계 금융사에서 일하는 지인과도 얘기를 나눴다. 이분은 중국과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홍콩에서 일하다 보니, 균형 있게 동양과 서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홍콩에서 기차로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선전에 가는데,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듯이 드론 배달을 하고 호텔을 가면 로봇의 손이 나와서 노크를 하고 음식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원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미국과 서양권의 하청을 받아서 움직이는 생태계였지만, 사실상 미국의 엔지니어 중 거의 절반이 중국인인 시점에서 많이들 중국으로 돌아오는 추세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제조업 베이스였던 시장에 아이디어 브레인까지 돌아오고,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충분한 시장과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공산당의 적극적인 푸시까지. 미국과 중국은 체제는 완전 반대이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치고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 xAI 지인과 통화를 한 건 현지 시각 일요일 밤 12시가 넘은 시점이었는데, 화면 너머의 사무실은 대낮처럼 밝았고 동료들의 대화 소리로 북적였다. 중국에 996(아침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이 있다면, 지금의 실리콘밸리는 그보다 더하다. 주말 출근은 기본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후 3시에 팀 미팅이 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 쉬는 거 빼고 다 일하는 시간"이라고. 샌프란시스코 물가가 워낙 높다 보니, 여기서 잡이 어그러지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 압박감이 일하는 강도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전쟁이다. AI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밀리기 시작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는 위기감이 모든 AI 랩에 퍼져 있다.


이 글을 읽은 아내 왈: "와우… 일이 더 빡세질 거면 대체 AI는 왜 생긴 거야? 아이러니네." 그러게 말야..ㅎ


이걸 보면 한국은 근래 K-pop이라도 터져서 다행이지, 기존의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이 하나씩 중국에게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또 미국에선 자율 로봇이 나오면서 우리의 노하우가 열등해지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전략 위기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임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이렇게 조바심을 느끼는 게 이상한 게 아닌 게 영국은 최근에 밤 10시 이후로 돌아다니기 어려워졌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위험해졌다고 한다.


또한 영국은 현재 전 세계 최대 백만장자 유출국으로서 2위인 중국의 3~4배가 되고, 인도가 3위 한국이 4위인 시점이다 (인구 비율로 하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2위이다). 한때 넥스트 재팬이라고 불렸던 필리핀 또한 지금은 부패와 마약의 성지가 됐고, 영국도 예전에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위상이 떨어지듯이 국가도 한번 내려가는 추세가 보이면 또 한없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들이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아직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계속해서 글로벌 트렌드를 듣고자 오늘 xAI 엔지니어와 나눈 대화를 공유한다.



1. 빅테크에서 xAI로 — AI 언더독에 베팅하다

지인은 미국 빅테크에서 2020년도부터 AI 프로젝트 초창기를 함께 했다. 에이전트와 툴콜 관련 작업을 담당하며 약 3년간 근무하고, 모델 트레이닝도 하고 에이전트 루프를 만드는 일도 했다.


그러다 xAI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xAI의 추세가 상당히 좋았고, 무엇보다 인재 풀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매니저가 될 사람은 딥러닝 분야에서 저명한 연구자였는데, 요즘 거의 모든 LLM 트레이닝에 쓰이는 옵티마이저 중 하나를 만든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컸다. 오퍼 조건도 다른 랩들보다 훨씬 좋았고,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의 백킹를 받으며 급격히 올라오는 언더독의 에너지가 있었다.


실제로 xAI에 오니 인재 밀도가 확실히 달랐다. 이전에도 스탠퍼드, MIT, 하버드 출신이 수두룩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의 긴장감과 일하는 강도는 SF에 있는 사람들을 절대 못 따라간다고 했다. 그리고 와서 놀란 점 중 하나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 리더십을 하고 있었는데, 진짜 잘한다. 그걸 보면서 나이와 경험에 기대면 안 되겠구나, 계속 배워야 되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요즘 인재 흐름을 보면, 아틀라시안 같은 C티어급 회사의 시니어들이 스트라이프에 일반 개발자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급이 내려가더라도 AI에 가까이 붙어서 일하는 것 자체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 일론 머스크와 독대 — 미디어보다 훨씬 무섭다

xAI에서는 거의 모든 팀이 일주일에 한 번씩 일론과 대면 미팅을 한다. 그가 한창 xAI에 집중하던 시기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를 실제로 만나면 어떤지 물었더니, 대답이 명쾌했다. 미디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무섭다고.


일론의 스타일은 CEO라기보다 "왕"에 가깝다. 자기 회사들을 독재자처럼 운영하는데, 이게 꼭 나쁘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원래 작고 빠른 스타트업의 경우 의사결정이 대기업처럼 민주주의적 합의보다 오히려 강한 리더십과 방향성 드라이브가 더 효과적인 구조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일론은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만들어냈고, 방 안에 모아놓고 이렇게 하라고 시키면, 말 안 들으면 잘리니까 다 따르고 열심히 하고, 그래서 엄청난 업적을 만들어내긴 했다.


일론이 전체에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는 "쓸모"다. AI가 쓸모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단순한 재미나 서프라이즈 수준이 아닌, 실제로 사람들의 일이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쓸모와 맞닿지 않은 것들은 하지 말라고. 이 방향이 모든 팀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깊다고 했다. 엔지니어들과 기술적 대화를 즐겨하는 스타일이고, 뭔가 목견디한 부분이 있으면 되게 꼬치꼬치 파고든다. 예를 들어 모델 학습에 100시간이 걸린다고 보고하면 "왜 꼭 100시간이어야 하냐, 뭐 때문에 100시간이어야 하냐, 분명히 어딘가에 개선점이 있다, 20시간으로 당겨라"라고 한다. 그리고 직접 제품을 매일 테스트하면서 단톡방에 "이거 이상하다, 고쳐라"라고 올린다. 지금 일요일에도 일론은 회사에 와 있다.


물론 부작용도 많다. AI는 일반적인 엔지니어링과 조금 다르게 R&D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모델을 만들고 데이터를 정제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에는 인내심이 필수인데, 일론에게는 그만큼의 patience가 없었다.


관련해서 일론과 친하게 지내던 xAI의 코파운더와 얘기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일론은 지금 당장 맞냐 아니냐가 아니라 "eventually(언젠가)"를 되게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안 좋은 결정처럼 보이고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여도, 지금까지 일론이 한 업적들을 보면 언젠가는 다 이뤄냈다고. 아이러니한 것은, 그 코파운더도 이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나갔다고 한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재들이 일론의 회사로 가는 이유는 우선 말로만 들으면 체감이 안 되기 때문이고, 아무튼 일론이랑 직접 대면하면서 일한다는 그 경험 자체가 굉장히 rare하고 영광스럽기 때문이다.


3. 매크로하드의 흥망 — 컴퓨터를 FSD처럼 조종하라

올해 초에 매크로하드(Macrohard)라는 프로젝트가 드디어 공개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는 작년 9월부터 시작된 xAI의 첫 프로젝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이기겠다는 야심찬 비전으로, 네이밍도 매크로하드라고 지었고, 비전은 AI로 컴퓨터를 조종하겠다는 것이었으며, 그는 이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했다.


일론이 준 지시는 명확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랑 똑같은 모델 구조로 하라는 것이었다. 일론의 생각에는 컴퓨터를 조종하는 것이 차가 운전하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었다. 심지어 컴퓨터를 조종하는 것이 운전보다 훨씬 더 쉽다고 생각했다. 운전은 잘못하면 사람을 죽이지만, 컴퓨터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개발팀의 생각은 달랐다. 차 운전은 도로가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다. 선 따라가고, 빨간불이면 멈추고, 초록불이면 가고. 플래닝이나 리즈닝이 크게 필요 없는 구조다. 반면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은 버튼을 누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왜 이 버튼을 누르는지, 어떤 로직이 들어가는지, 그 사고 과정이 핵심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봤다.


그렇게 수개월간 씨름한 끝에, 결과적으로 매크로하드 프로젝트는 테슬라로 넘어갔다.

한 달 전 Macrohard 프로젝트가 세상에 공개되었고, 테슬라가 진행한다고 써 있다. (비하인드는 xAI에서 넘어간 것)


4. 일론의 xAI 비전은 다르다

솔직히 xAI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파운더들이 다 나갔고, 리드 리서처들도 많이 떠났고, 지금도 계속 이탈 중이다. 특히 AI는 인재가 없으면 경쟁하기 힘든 분야인데, 그 부분이 걱정된다고 했다.


우선 일론의 현재 관심사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앤트로픽을 따라잡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xAI는 최근에 회사의 거의 절반 이상을 코딩 쪽으로 완전히 전환해서, 현재 코딩 에이전트를 만드는 데 올인한 상태다.

올해 3월에 xAI의 인재를 대부분 자르고 전면 개편한다고 했다.

둘째, 옵티머스다. 일론의 비전은 디지털 AI로 완전 최고가 되긴 힘들어도, 나중에 피지컬 AI 쪽으로 넘어가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제조 역량과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다. 우주에 사람을 보내서 노동시키긴 힘드니까,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들을 우주로 보내면 효율적이라는 논리도 나름 말이 된다.

셋째, 우주의 데이터 센터를 짓는 것을 되게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일론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xAI는 올해 초에 스페이스X와 합병을 했고, 그 이후로 더 가까이 일하고 있다. 일론이 xAI를 많이 밀어주는 구조라, 테슬라나 스페이스X가 다른 모델을 쓰고 싶어도 일론은 우선 xAI 모델을 쓰라고 한다고 한다. 물론 xAI 입장에서는 데이터가 빨리 들어오니 좋지만, 테슬라나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좀 다른 얘기일 수도.


5. 지금은 왜 앤트로픽이 선두인가 — 코딩이라는 황금 광맥

그에게 앤트로픽이 선두라는 걸 언제 체감했냐고 물었다. 작년 초 정도, 클로드 3.7이 나왔을 때라고 한다. 정확히는 클로드 코드를 처음 냈을 때. 바로 써봤는데 다른 것에 비해서 말도 안 되게 좋았다고 한다.


코딩이 그냥 한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나게 큰 베네핏이 있다. 먼저, 모델을 팔 때 토큰 수로 가격을 매기는데 코딩 에이전트에 사용되는 토큰 수가 일반 대화보다 훨씬 많다. 거기서 나오는 레비뉴가 훨씬 높다. 그리고 AI 랩에서 하는 일들이 거의 다 코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좋은 코딩 모델이 있으면 그 회사 자체의 효율성이 올라간다. 앤트로픽은 자기들이 만든 도구를 자기들이 써서 더 빨리 움직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다 코드로 만드는 것이니, 코딩을 잘하면 다른 버티컬도 잘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코딩이 다른 분야보다 먼저 발전한 데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AI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도메인이 코딩이다. 본인들이 매일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구가 빨리 이루어졌다. 반면 파이낸스 쪽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아직 모델들이 엑셀 같은 건 잘 못한다고 하고, 하드웨어 쪽에 있는 사람들은 환각이 많다고 한다. 다른 도메인들은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체가 아직 없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에이전트 하네스를 만드는 회사와 모델을 직접 만드는 회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에이전트가 학습될 때 사용된 하네스와 프로덕션 하네스가 똑같으면 똑같을수록 모델 퍼포먼스가 좋아진다. 하네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그 하네스로 트레이닝을 하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커서(Cursor) 같은 래퍼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모델과 하네스를 둘 다 가진 앤트로픽이 구조적 우위를 가진다.


AGI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우선 그는 샘 알트만의 말은 걸러듣는 편이라고 했다. 홍보맨이자 비즈니스맨이니까. 또한 AGI라는 것 자체에 명확한 정의가 없어서 애매하다고. 하지만 본인 기준의 AGI는 이미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본다고 했다. 이유는 요즘 테크 회사들 중에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를 빼면 회사가 지금처럼 잘 운영될 수 있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다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가 꽤 AGI에 도달한 것 같다는 증거 같다.

출처: a16z의 Marc Andreessen


6. AI 랩들의 DNA —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xAI

각 랩의 방향성과 기업 문화의 차이를 물었다. 꽤 다르다고 했다.


구글은 전형적인 대기업처럼 체계화가 돼 있는 만큼 관료제도 있고 속도가 느린 편이다. 대신 리소스가 압도적이니까 그만큼 좋은 아웃풋도 많이 나온다. 오픈AI는 오래 했고 컨슈머 쪽에 집중을 많이 했다. 추론이나 코딩 쪽에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사람이랑 교류를 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앤트로픽은 에이전트, 코딩, 엔터프라이즈 쪽에 확실히 집중하고 있다. xAI는 세계 최대 규모의 GPU 클러스터(Colossus)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 컴퓨트 어드밴티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Scaling Law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데이터를 리니어하게 늘리면 성능은 Log 스케일로 올라간다. 다만 뒤집어 말하면, 세상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다 넣기 시작하면 모델이 좋아지는 폭이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지금 있는 트랜스포머 형태의 모델은 언젠가 다 고만고만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구글이나 오픈AI도 곧 앤트로픽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었다. 앤트로픽도 특별한 비밀 테크닉이 있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집중을 잘해서 효과를 낸 것이지, 다른 랩들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서 이 경쟁은 마치 구글이 검색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과 비슷한 구도다. AI에 대한 투자와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모든 AI 랩이 조금이라도 앞서 보려고 악착같이 하는 것이다. 중국 회사들도 주시하고 있다. 성능 대비 인정을 못 받는 곳들이 꽤 있는데, 최근 나온 GLM만 봐도 거의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급의 최상위 모델 수준의 성능이 나온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의 스타일은 이거 된다 싶으면 영혼을 갈아넣어서 하는 것이고, 실제로 xAI 내부에서도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중국계라고 했다. 그들의 관심사는 출세와 능력 인정이지, 정치적 이념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냥 되는 곳에서 인정받으면 되는 거다.


7. AI 버블을 느낀다

AI 쪽도 확실히 버블이 있다고 했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AI 스타트업들의 레비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 레비뉴를 만드는 방법이 독특하다. 이 회사들은 거의 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래퍼를 만든 회사들이다. 앤트로픽이나 오픈AI나 구글이 좋은 모델을 만들수록 이 프로덕트를 쓰는 사람들도 저절로 많아진다. 래퍼 회사가 아무것도 안 해도 모델이 좋아지니까 제품이 좋아지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이 모델을 쓰려고 이 프로덕트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의 거의 전부가 다시 앤트로픽이나 오픈AI로 돌아간다. 스타트업은 프로핏을 안 보고 레비뉴만 보니까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걸 가지고 또 다른 펀딩을 받고, 토큰 사용을 더 늘리고.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자체는 이미 없으면 안 되는 기술이 돼버린 지점을 넘어왔다고 했다. 근간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래퍼도 무조건 죽는 것은 아니다. 커서의 사례가 그렇다. 우선 커서는 여러 모델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탭 모델이라고 코드를 쓰다가 자동완성해주는 피처도 있고, UIUX적으로도 코딩하기 편하게 만든 것들이 있어서 아직도 많이 쓴다고 한다.


다만 AI가 곧바로 모든 사람을 대체하느냐 하면, 현실은 좀 다르다. AI가 가장 잘 대체하는 영역은 디지털 작업이다. 컴퓨터로만 일하고, 타이핑만 하고, 데이터 정리하고, 이메일 보내는 직군이 가장 위험하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직접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감정을 읽어야 하는 일은 아직 AI가 많이 부족하다. 사람의 깊은 감정이나 관계의 맥락을 이해하는 건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도입이 안 되는 이유도 있다. AI가 99% 잘해도 1%는 에러가 남는다. 사람이 실수하면 다시 고치거나 상황에 맞게 대처할 여지가 있지만, AI의 그 1% 에러는 항상 거기에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그 1% 때문에 도입을 못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을 아예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두기보다는, 기존 사람들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간 단계가 먼저라고 봤다.


흥미로운 건 앤트로픽의 궁극적 목표다. 지금 클로드 코드는 사람이 계속 옆에 있어야 하는 구조인데, 앤트로픽이 추구하는 건 클로드 코드끼리 상의를 해서 다음 피처를 정하고, 로그를 분석해서 제품의 퀄리티를 올리는 리커시브한 하네스(recursive harness, 자율 반복 개선 루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 하네스 안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없어진다. 거의 모든 연구가 그 방향으로 쏠려 있다고 했다. 다만, 우리가 이런 논의를 하는 분야는 전체 대중이 아닌 아직 트렌드의 끝단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긴 하다.


8. 실리콘밸리의 문법 — 미국은 노동이 아닌 자본 중심으로 성장한다

초반에 우리 투자사가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속도 차이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지인의 의견은 명확했다. 결국 한국보다 미국과 중국에서의 펀딩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만 많은 게 아니라,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랩들이 직접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돈을 줘서 투자하는 것도 있지만, 토큰을 줘서 우리 모델을 써서 만들어라, 이런 식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빌더들이 훨씬 더 쉽게 만들고 쓸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때 부트스트래핑이 칭송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VC가 도는 방식은 버블을 만들어서 몸값을 키운 다음에 이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는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홍콩 등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 같이 무너지는 건데, 이것도 엄연한 금융 생태계이고 이미 돈을 투자한 사람들과 기관/국가 자본들이 매우 많다.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미국식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그 위에서 전략적으로 버블을 타고 다음 버블을 만드는 것 또한 사업의 일환이라는 거. 버블 위에서 익사하지 않고 서핑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걸 한국인의 입장에서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에는 힘들다. 어떻게 수익도 없는데 미국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에 우리보다 적으면 10배 많으면 몇백 배가 더 붙을 수 있을까? 2년도 안 된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몇십 조가 금방 될 수 있을지. 버블은 늘 리스키하다고 생각하고 피하는데, 미국 애들은 오히려 버블을 더 키우면서 이때 돈을 벌 생각을 하는 대담함을 갖는지.


내 생각에는 어쨌든 미국은 기축통화의 나라다. 나라 자체가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내도 괜찮은 인프라다 보니, 버블이 신기루가 아니라 그들에겐 충분히 통제 가능한 시나리오다. (반대로 옛날에 일본이 미국 상대로 플라자 합의를 당하면서 버블이 붕괴되고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걸 보면 버블은 아무나 마주할 수 있는 게 아니긴 하다)


그렇게 본인 금고 안에 돈을 쓰기보다 계속해서 국채를 팔면서 빚을 전략적으로 만들고, 그리고 막강한 군사력과 페트로 달러, 그리고 전 세계 신용/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가 신뢰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으니 계속해서 버블 위에서 더 큰 버블을 키워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거다. (그러다가 가끔씩 금융위기를 맞이하지만 뭐 피해는 그 아래 국가들이 다 맞긴 하니까)


약간 논외의 내용 같지만, 요즘처럼 AI를 통해 제품 개발 리소스가 현저히 최소화된 시점에서, 오히려 VC 입장에선 단순히 자금뿐만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 브랜딩, 유통 채널, 그리고 신뢰도라는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것이 VC 투자의 더 큰 가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VC 생태계에서도 명확한 부익부 빈익빈이 있으며, 그래서 a16z 같은 미국 유수의 VC가 new media 부서를 창설하고, 열심히 팟캐스트나 SNS 활동 팀, 디너 만찬 초대 같은 이벤트와 또 미국 정부랑도 각별한 커넥션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 미디어를 예전부터 제일 잘 활용하는 곳은 늘 Y Combinator였다. 테크크런치에 언급되는 것보다 YC에 들어가거나, Garry Tan이나 Paul Graham의 트위터가 더 막강하다. 그래서 오죽하면 YC 입학을 도와주는 컨설팅과 유튜브까지 그렇게 많다. 동시에 YC의 가장 큰 적은 alumni의 신뢰도 손상이다. alumni 한 명이라도 신뢰도 사고를 치면 내부적으로 그들의 커뮤니티를 떠나라고 한다고 한다. YC가 지금까지 열심히 키워온 신뢰도 뱃지에 손상이 가면 YC 자체의 가장 큰 무기인 브랜딩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실제로 Delve라는 YC alumni 기업은 컴플라이언스를 자동화해주는 스타트업인데, 정작 스스로가 컴플라이언스를 위반해 보안 인증서를 위조했다 혐의를 받았다.




a16z의 Marc Andreessen이 최근에 꼭 배워야 할 5가지 역량에 대해서 발표했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세일즈, 재무, 그리고 국제적 시각. 특히 마지막 항목이 와닿는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직접 시간을 보내는 것은 커리어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받는다"는 말.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있으면 우리가 제일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 뭐 맞을 수도 있지만 큰 그림을 모르면 그게 글로벌 시장에선 우리만의 공허한 외침일 수도 있다. 우리같이 글로벌 수출만이 답인 입장에선 계속해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중국,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의 기술 생태계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스웨덴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떠오르는 스타트업의 성지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른 핀란드도 Slush라는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이벤트를 통해서 이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Lovable이나 Legora(리걸 스타트업) 등 스웨덴에서 요즘 꽤 글로벌이나 미국 쪽에서 터지고 있다. 북유럽 여행을 다녀오면서 이 나라의 문화권에 대해서 꽤 관심이 많은 입장에서, 어쨌든 스웨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은 척박한 땅과 부족한 인구 때문에 늘 바이킹을 앞세우면서 주변 나라들에게 확장하고 꽤 강인한 전사 같은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아마 그게 과거 역사 DNA에 있을 텐데.. 우리는 전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경험과 문화가 없으니..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실리콘 발할라(Silicon Valhalla)라고 불린다. (*바할라는 북유럽 신화에서 전사한 영웅들이 가는 천국, 즉 "용사들의 낙원"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더벤처스의 조여준 CIO가 올린 글에서 Andrej Karpathy의 말을 인용하며, AI를 쓰는 사람은 두 부류로 갈린다고 했다. 20달러짜리 구형 모델의 실수에 킥킥거리는 사람들과, SOTA 모델(State of the Art - 특정 AI 작업에서 현재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최신 알고리즘)을 돌리며 얼굴이 하얗게 변해가는 사람들.


처음에는 Claude Blue 블로그를 집필하고 이게 바이럴이 엄청 되면서 한국 사람들이 FOMO에 너무 취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조금 더 고민해보니 AI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여기서 본인의 부족함을 찾고 곱씹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태도는 오히려 되게 건강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나는 이미 잘하고 있으니 문제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얼마나 AI를 깊게 써보고 고민해봤나 싶기도 하다. 전체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쓰나미는 멀리서 보면 무섭지만 막상 올라타면 멋진 서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Claude Bloom 행사를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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