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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Designer Oct 12. 2021

#13 디자인과 사용성 그리고 브랜드

디자이너는 상품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끔 지인들과 디자인 그리고 사용자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뇌 속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핵심을 콕 집는 경우들이 있다. 아무래도 디자인 그리고 사용자 경험은 무언가 보이는 것일 경우가 태반이다 보니 마음속으로는 인지해도 막상 글로 찬찬히 써보려고 하면 이를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싶을 때가 많은데(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말로 툭 나왔을 때 그 이상의 좋은 표현이 없다 싶으면 급히 메모장을 꺼내서 적을 수밖에.


며칠 전 꽤나 널리 알려진 소비재 업종 O2O 스타트업에서 CMO로 일하는 분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는데 몇 개월 전부터 디자인 팀장을 채용하고자 여러 명을 만났으나 사업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져 계속 표류 중에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디자인 감각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팀을 잘 이끌려면 본업에 이해를 바탕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야 직접 그 현상을 양쪽에서 다 느껴본 사람이다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재밌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말이 생각하면 할수록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 급히 가방 속 포스트잇을 꺼냈다.



Appearance라 하면 아무래도 '미'적인 영역인지라 대체적으로 디자이너가 역할을 맡는 영역일 것이다. 상품 외형 디자인일 수도 있을 것이고, 광고가 될 수도 있고(라디오 광고가 아닌 이상) 시각적 요소는 들어갈 수밖에 없을 테니... 흥미 유도는 결국 노출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노출이 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흥미를 유도하고 고객을 확보하겠는가!


그렇다면 브랜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품 본질이 중요하고 사용성이 좋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용성이라 하면 상품 그 자체의 사용성일수도 있고 최근 들어서는 상품과 연동되는 app 등과 같이 부수적으로 연결되는 것 까지 범위가 확장될 수도 있다. 상품/브랜드 노출은 고객 유도를 위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상품 본질과 사용성은 브랜드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때문에 유지/지속에의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의 역할은...? 의외로 브랜드의 성장과 유지에 있어 광범위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 그 본질과도 그리고 외적으로도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최근에서의 디자이너는 미적인 감각 외에도 상품 본질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것이다.




카드사에 있을 당시 내가 맡았던 상품은 프리미엄 급이었던 관계로 브랜드 이미지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상품 본질과 상호작용하며 운영해야 했기에 일반 카드상품본부가 아닌 브랜드본부에 속해 있었다. 처음 배속되었을 때 당시 파트장님이 나한테 한 얘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같은 브랜드본부여도 상품 원리와 운영을 알고 모르고는 향후 브랜딩을 배우고 구축하는 데에 있어 다른 팀들과는 달리 배우는 점이 더 많고 남다를 거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싸움과 같은 것이겠지만 상품이 좋아야 브랜드 노출도 당당히 할 수 있고 브랜드가 유지되는 법. 상품에 허점과 한계가 있는데 본질에 대한 개선 없이 이미지로 계속 브랜드를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확인이 되는 허점과 한계는 다시금 왜 디자인의 관점이 요구되고 있는지 말해준다. 반대로 디자이너의 경우 그들의 역할이 광범위해지고 있는 만큼 상품 본질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만 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또 말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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