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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쿠다스 Sep 25. 2024

엄마가 되고 나서 제일 힘든 것은..

당연히 내 것인 줄 알았던 '시간'이 더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엄마가 된다는 것 = 나의 정체성을 나눠야한다는 것


"'엄마(mother)'라는 말은 발음하는 순간 'other(타인)'가 입속으로 들어와 차지한다. -----(중략)-----  
부모가 된다는 것은 주체성이 공유되고 침해당하도록 두는 일이라고 썼다. 이 주체성은 예측이 불가능한 타자를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 줄리 필립스 저, <나의 사랑하는 방해자> 中


 부모가 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요. 세상을 보는 눈(관점)이 달라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보다 타인을 위한 결정을 하게 되는 시작점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되기 이전엔 내가 내 일상의 주연이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엔 모든 시간이 아이를 중심으로 흐르니까요.


 단순히 밤샘 수유를 하고, 이유식을 챙기고,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든 건지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육아 자체의 물리적인 힘듦보다는, 내가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든 것 같았습니다. 출산 이전엔 오롯이 내 것인 줄 알았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던 시간(時間)이 더 이상 내가 통제할 수 없고 내 것이 아니게 된 상실감 무 큰 것이었지요.


 시간 뿐인가요. 월령별로 챙겨야할 것들, 아이 발달이나 교육을 위해 해줘야 하는 것들, 육아를 수월하게 해줄 아이템들, 유치원/학원 정보 등 엄마가 되고 나서 알고리즘에 뜨는 정보성 콘텐츠와 to-do들은 대부분 아이 중심이지요. 엄마가 되고 난 후, 나의 취향과 취미는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집니다.


 대부분의 육아 전문가들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가 언제 행복했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느낌과 경험이 기억이 나질 않죠. 혹은 몸이 따라주지 않거나요. 저도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의 즐거움'을 찾아보겠다고 K-pop 댄스를 배우러 다니다가 허리에 무리가 가서 낙(樂)을 잃고 말았거든요. (물론 원래도 대단히 춤을 잘 춘 건 일절 아니랍니다.)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엄마'는 나의 정체성을 나눠야만 영위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문제는 '엄마'로서의 내가 '나로서의 나'를 압도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죠. 이것이 잃어버렸던 시간에 대한 통제감을 느껴보고, 나를 위한 시간 속의 '내 모습'을 인지하면서 엄마 이전에 '내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로서 행복하고, 행복한 내가 곧 행복한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하루에 짧더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계획하고 가져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내 시간, 내 행복은 나 아닌 그 누구도 챙겨주지 않더라구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지에 따라, 그 시간은 내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결국 흘러갈 테니까요. 하루 30분이라도 생각의 시선을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보면 나로서도, 엄마로서도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답니다.


 엄마 이전의 나를 되찾는 방법 3단계

    1. 오늘 하루, 나를 위해 보낼 나만의 시간 계획하기.

    2. 계획된 시간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기.

    3. 그 시간 속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되돌아보기.


"하루는 삶을 닮았다. 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 개별적인 파도가 모여 바다가 되는 것과 같다. 파도는 바다의 호흡이며, 바다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하루와 삶의 관계도 그렇다. 시시한 하루가 모이면 삶이 시시해진다. 하루가 활기차면 삶도 그렇게 된다. 하루, 〈지금 여기〉가 유일한 삶의 현장인 것이다."

- 박승오,홍승완 저 <위대한 멈춤> 中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루틴을 지키다보면, 내일이 기대되기도 해요. "내일은 어떤 나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그 시간 안의 나는 또 어떤 마음을 느끼게 될까?". 등원, 설거지, 빨래, 집안일의 반복되는 하루 안에서도 기대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반복되는 하루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주더라구요.




 저는 주로 아이들 등원하고 나서 아침 9시 30분부터 약 30분 정도 저를 위한 시간을 갖고 있어요. 커피를 마실 때도 있고, 책을 읽을 때도 있고, 밀린 드라마를 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기 전에, 그 시간 동안 내게 제일 강하게 남은 느낌은 무엇인지 한 번 더 그 시간을 곱씹어보아요. 그 과정을 반복하면 할 수록 나의 취향, 욕구, 숨은 마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원래도 커피타임, 독서타임, 드라마 타임을 갖고 있으셨다면 그 순간의 내 모습, 내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시도해보시면 아마 흥미진진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젠 저는 아이들이 먼저 물어본답니다. "오늘 '엄마의 시간'엔 뭘 할거야?"


엄마로서, 나로서의 시간을 붙잡는 하루를 보내시길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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