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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뒷간 Apr 16. 2021

미술 그런 거요?

고영란


앞으로 써나갈 모든 글들에 앞서 ‘아니, 일단 쓰라’는 누군가의 요구의 맞춰 이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서두에 꼭 밝히고 싶다. 나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다면 온전히 그의 덕분이요, 외면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심리적 완충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돌 임표 같은 불확신을 실낱같은 확신으로 전환케 한 그의 긍정적 에너지를 나는 애정하고 또 존경한다.



Ep.1 미술 그런 거요.


미술품 경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직업에 대해 항상 설명해야 하는 일과 병행된다. 내가 하는 일을 주변에 알리거나 설명하기 어려워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미술품 경매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이것에 종사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까지는 인내를 가지고 내가 하는 일을 끈기 있게 설명하곤 한다. 만으로 꼭 4년 차가 지난 지금도 무척 서툴긴 하지만.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의 인간관계는 곧잘 이분화된다. 내가 마치 딴 세상에 있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보이는 듯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 그리고 ‘아, 미술 그런 거요?’라는 말로 스스로와 예술의 경계를 매정히 그어 버리는 사람으로 말이다. 이것은 나에게 의외로 큰 이득(?)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미지의 사람을 만날 때 상대의 일면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좋은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은 물론, 심지어 우리 가족들도 미술품 경매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입사 초반에는 옥션에 다닌다고 이야기했다가 인터넷 쇼핑몰 옥션이라는 오해를 여러 번 받고 나서야 미술품 경매 회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 경매에 대해 작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그럼 경매 사세요?’라는 물음이 돌아오거나, 아주 생소한 사람들은 개인이 미술품을 살 수도 있는 거냐는 물음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막연함에 빠진다. 이 정도로는 내가 하는 일의 백분의 일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이 단계에서 미술품 사고파는 일이라 그냥 얼버무리며 포기하기도 한다. 여기서 더 자세히 들어가면, 더욱 곤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품 경매 회사 미술품 경매팀의 고미술 팀에 소속되어 있기에... 그래도 요즘의 나는 이러한 질문이 오고 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와서 인지 조금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다. 또 다행스러운 것은 미술시장, 미술품 경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도 그러했듯, 그저 주변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고 또 미술품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는 경험을 해볼 기회가 사실상 흔하지는 않다. 여하튼 나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일이 일상 속에서 ‘생소한’ 일이 아니게 되었으면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러면 예술이 조금 더 대중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요즘 우리 팀에서 하는 제로베이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도 제로베이스 리미티드라는 경매를 준비하다 머릿속이 펑 터질 것 같다. 디피부터 홍보까지 우리 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애초에 0원부터 시작하는 경매라는 것 또한 우리 팀에서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쓸 말이 많을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겪어왔던 구구절절한 나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으로 편하게 쓰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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