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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Mar 14. 2024

내년 추석에도 공부하면서 보낼 건가요?

52_잔혹하지만 N수생은 남들이 쉴 때 공부해야 한다.


‘이래서 담임 선생님이 혼자 다니라고 했구나.’


점점 기숙학원에 미친 애들이 늘어난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무리지어 다녀도 다른 애들 사이에서 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계속 학원과 선생님들은 평소와 똑같이 함께 다니지 말고 혼자 학원 생활을 할 것을 이야기 하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학생들은 이를 한 귀로 들으며 계속 함께 다녔다.


왜냐하면 학원 생활을 혼자 하기에는 외롭고 힘들어,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잠시나마 기분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후 크게 바뀐 것이 있다.


바로 수능 압박감과 공부 스트레스다.

딴 짓을 하든, 공부를 하든 시간이 흐르는 건 똑같지만 혼자 다니면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기에 그저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그런데 친구가 많은 학생은 스트레스 받으며 공부를 하기 보단 이야기를 하며 회피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게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거다!


이들은 강의실과 화장실에 숨어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멀쩡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자습 시간에 종종 필요한 교재를 강의실 사물함에서 가져가거나 화장실에 가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애들이 모여 떠들고 있어 괜히 이들도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학원과 선생님들은 전보다 무리지어 다니는 애들을 찢어 놓으며, 자습 시간에 나가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이야기 할 사람이 있어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혼자가 낫지.’


6평 이후 거의 혼자를 자처한 나는 이젠 애들이 부탁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먼저 다가오는 일이 없었다.

당연히 사람인지라 혼자 다니는 것이 힘들고 외롭다.


하지만 주변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 받으며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자세히 주변을 보면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꽤 많고, 복잡하게 인맥이 꼬여 있는 애들은 다른 곳에서 혼자 공부하기 위해 퇴소하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에 이들은 다시 자신의 힘듬과 외로움을 나눌 친구를 만들 것이 예상되었다.


‘내가 멍 때리는 동안 다른 애들은 공부하고 있어. 무조건 해야 해!!’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아파 잠깐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잤다.

종 치는 소리에 잠이 깨자 다시 정신 차리기 위해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다시 펜을 들었다.


어차피 스트레스의 원인은 공부이니, 이를 회피하는 것보다 그냥 부딪쳐 조금씩 없애기로 한 것이었다.


‘나는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플래너를 통해 하루하루 공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 조금씩 공부량이 늘고, 모르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신기함을 느끼며 점점 공부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 재밌기도 했다.


‘그런데 추석은 어떻게 보내지?’

수시 원서 접수를 위해 9월 정기외출을 다녀왔는데, 9월 말에는 추석이 잡혀 있었다.

과연 이 때에도 수업 할 지, 자습 할 지 아니면 학원에서 어떤 행사가 있을 지 궁금했다.




“추석 당일은 자습하고, 그 외에는 평소와 동일하게 수업 합니다!”

“우우우우우우!!!”

“이렇게 추석을 무미건조하게 보내나요?!”

“선생님, 제발 학원에 건의 좀 해주세요.”


담임 시간에 추석 연휴 기간에 대한 문의를 하자 담임 선생님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곳곳에서 소리쳤지만 그 뒤의 말에 조용해졌다.


“내년 추석에도 공부하면서 보낼 건가요? 이건 올해로 끝내고,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합니다.”


내심 추석 연휴 기간에는 자습하고, 추석 당일은 자유 시간을 줄 거라 예상했다.

게다가 수업을 들어오는 학과 선생님들이 이렇게 언질을 주었기에, 담임 선생님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정말 이렇게 확정인가요?”

“네. 그리고 추석 당일 오전에 자유 시간 주는 걸 고려하고 있는데, 이건 긍정적으로 확정될 겁니다.”


반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의 말에 성이 난 이유는 미리 학과 선생님들에게 추석 당일은 푹 쉬고, 앞뒤로 빨간 날들도 수업 없이 계속 자습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말을 믿고 이 때에는 푹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반 분위기가 들뜬 것도 있었지만 학원에서는 이 모든 걸 뒤엎었다.


“제가 항상 여러분들에게 정기 외출과 관련하여 남들 쉴 때 쉬고, 남들 공부 할 때 공부해야 한다고 말을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5주 이상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정말 힘들어서 지치니까요.”


담임 선생님의 말에 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정기외출 때 학원에 남아 어쩡쩡하게 공부를 하기 보다는 나가서 푹 쉬고 돌아오는 게 컨디션 관리에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추석에 여러분들이 정기외출을 나가나요? 아닙니다. 그럼 이 말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꼭 이 때 쉬어야 한다면 아예 집에 가세요. 밖에 있는 학생들과 똑같이 쉬고 공부 할 거면 폐쇄적인 기숙학원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긴 여러분들이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학원이잖아요.”


뼈를 때리는 공격에 학생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담임 선생님은 이어 설명했다.


원래 학원에선 학생들에게 휴식이라는 희망을 심어 준 학과 선생님들이 말한 대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취소된 이유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수업을 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추석 연휴를 기숙학원에서 자습 하기보단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분명 소수의 학생들이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나갈 거라 예상했다. 


근데 문제는 이런 모습이 남아있는 학생들도 심란해져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막판에 학원이 학과 선생님들을 설득해 추석 당일에만 자습하고 다른 날에는 정상적인 수업하기로 결정되었고, 이 내용들을 부모님들에게도 전달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학생들이 기숙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게 안내할 예정이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공부해야지.’


사정을 듣자 이런 결정을 내린 기숙학원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괜히 쉰다는 생각에 들떠 설친 마음을 가라앉치며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서둘러 받아들이고 연휴 따윈 없다고 적응해야만 했다. 


바로 다음 날, 담임 선생님의 말대로 추석 당일은 자습하고 다른 휴일은 수업 한다는 학원 공지가 나와 추석 연휴가 되었어도 일상처럼 똑같이 수업이 진행됐다.

그나마 추석 당일 오전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지기에 그 때 늦잠을 잔다는 생각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작은 반전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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