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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Apr 11. 2024

부모님께 연락하고 성적 채점 해 보자.

60_수능 점수 채점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눈 앞에 교통대란이 펼쳐지고 있었다.


학원 안의 운동장과 주차장은 이미 만차임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자동차는 없고, 들어오려는 자동차만이 있었다. 게다가 버스가 들어오기 위해 길을 통제하고 있으니 더욱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들어오려는 자동차는 학부모 차량으로 수능 끝나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와서 짐을 싸서 가려고 하는 것인데, 미리 짐을 정리해 놓았음에도 차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언제 나갈 수 있을 지 짐작되지 않았다.


‘역시 담임 선생님 말을 들어 나쁠 것 없구나.’


현재 우리 반은 담임 선생님의 강압 아닌 강압으로 학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다 수능장에서 바로 집에 가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몇몇 학생들은 다시 학원으로 와서 짐을 싸려고 했지만 무조건 거절당했다.


그리고 수능 당일이 되자 담임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학원 버스는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하니, 20분까지 짐을 버스에 싣고 탑승할게요.”


버스가 정차 하기 전, 선생님의 안내를 듣고 머릿속으로 계획을 그렸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향한 곳은 기숙사였다.


그 곳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샤워 도구 및 화장품 등을 가방에 모두 담고, 미리 옷을 담아둔 캐리어 하나를 끌고 나왔다. 기존 가방에는 문제지와 노트 몇 권만 담겨 있어 자리가 넉넉했다.


이미 다른 짐들은 택배로 발송했기에 기숙학원에서 가지고 갈 것은 캐리어 가방, 등에 매고 있는 가방 뿐이었다. 아까 내릴 때 보니 서울로 갈 학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일단 이 짐들을 가지고 강의실로 갔다.


“짐 정리는 다 끝내고 온 거니?”

“네. 폰 받으러 왔습니다!”

“알았어. 그럼 부모님께 연락하고 성적 채점 해 보자.”

“넵!”


강의실에는 담임 선생님이 대기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도 학원으로 복귀하는 학생들 인솔을 맡았지만, 도착하자 강의실로 왔다.


만약 학생들이 학원 오자마자 핸드폰을 가지게 되면 부모님과 연락하거나 성적 채점하느라고 짐 정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학원 버스를 타고 갈 경우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핸드폰을 받으면 거기에 빠져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은 모든 짐 정리를 마치고 강의실에 오는 학생에게 담임 선생님이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지금 국어와 수학만 떴네.’


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아직 시간이 안 되어 영어와 한국사, 탐구 과목 정답은 뜨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국어부터 채점을 시작했다.


‘난이도는 높지 않았는데, 문제들을 꼬아놓아서 어렵게 느낄 뻔 했어.’


국어는 매번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약한 유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틀리지 않기 위해 공부했다.

더불어 다양한 문제의 지문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독해하고,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덕분에 낯선 지문과 선지가 나왔어도 망설이지 않고 풀 수 있었고, 시간 절약하며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우와! 90점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재수를 하면서 처음 받는 국어 점수였다.

대박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수학도 채점을 시작했다.


‘이건 진짜 어려웠어. 몇 개는 찍었는데...’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는 마지막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 맞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채점해 보니 4점 짜리 2개를 틀렸다.

그리고 앞 부분은 다 맞았는데, 12번을 넘어가면서부터 비가 내렸다.


“다행히 찍은 건 맞아서 83점?!”


운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평소 모의고사 때는 운이 없어, 찍은 건 다 틀리곤 했는데 수능에서는 다 맞아 신기했다.


솔직히 찍는 것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해서 찍을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가능했다. 노베이스 상태로 찍으면 진짜 복불복인데, 다행이도 찍었을 때 어느 정도 감이 있는 상태로 찍었다.


이렇게 국어와 수학 성적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가채점 등급을 확인했는데, 학원 별로 점수 격차가 3~4점 정도로 차이가 나서 오히려 헷갈렸다.


“선생님. 가채점 했는데 원점수 기준으로 국어 90점, 수학 83점이면 등급이 어떻게 될까요? 국어 선택과목은 언매 봤어요.”

“국어는 끝자락으로 1등급에 들어갈 것 같은데? 나도 문제들을 보니 생각보다 유형들을 꼬아놓아서 애들이 쉽게 풀지는 못했을 것 같다. 수학은 높은 3등급?”


마침 담임 선생님과 같은 강의실에 있어 물어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근데 가채점 기준과는 다를 수 있어. 내가 말한 건 나중에 끝까지 봤을 때의 기준이야.”

“그럼 영어하고 사회탐구가 평소 성적대로 나오면 2합 5 기준의 논술은 안 보러 가도 될까요?”

“애매모호한데? 나중에 정시는 등급이 아니라 표준점수와 백분위 혹은 표백점수로 계산하다보니까. 음.... 영어 2등급, 탐구에서 2, 3등급 정도가 나오면 점수 계산해보고 확정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점수가 이 이상으로 나오면 괜찮을 것 같고.”

“자, 잠깐만요. 영어 떴어요!”


담임 선생님은 평소 내 성적을 떠올리며 계산했고, 그 사이 다시 한 번 평가원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영어 정답이 올라와서 빠르게 채점했다.


“90점. 진짜 아슬아슬하게 1등급이네요.”


듣기 영역에서는 틀린 것 없이 다 맞았지만, 빈칸 문제와 독해에서 상당히 고전했다.

지금 자세히 생각보니 긴장한 상태에서 듣기와 독해를 번갈아 하다보니 한 문제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빈칸 문제들은 순수하게 내 실력이 부족해서 틀렸다.


여기서 한 문제만 더 틀렸으면 2등급으로 떨어질 뻔했다.

이제 남은 건 사회 탐구 뿐이었다.


“자, 다른 과목은 버스 타고 가서 하자.”


담임 선생님은 강의실 뒷쪽에 달린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채점을 하다 보니 벌써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갈 시간이 되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불러야 하기에 담임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서둘러 짐을 챙겨 움직였다.


나가자마자 버스의 짐 싣는 곳에 캐리어를 놓고 바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그래. 진수야. 수능은 잘 봤니?

“네. 잘 봤어요. 지금 학원에서 서울 가기 전에 전화한 거예요. 다행히 집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현재 논술 공부를 위해 서울에 학사를 잡고 학원을 등록해 놓았다.

만약 수능 점수가 좋지 않게 나왔다면 논술도 보지 못하고, 바로 집에 가야 했기에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었다.


“탐구 과목들은 아직 성적이 안 나왔어요. 나오는대로 학원 등록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문자 남겨놓을게요.”

-그래. 오늘 고생했고, 조심히 올라 가렴.

“네. 고마워요. 엄마. 아빠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이렇게 전화로 수능 중간 결과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피곤함에 정말 골아 떨어졌다. 버스는 저녁 10시 쯤에 서울에 도착했고, 미리 숙소로 잡아 놓은 학사까지는 거리가 있어 택시를 잡아 이동했다.


아직 버스와 지하철은 운행하고 있으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피곤함과 캐리어 때문에 힘들 것 같아 택시를 선택했다.


“자, 탐구 과목을 채점하자.”


학사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기 전에 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탐구 과목들의 정답이 올라와 있어,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 화면의 정답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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