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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Apr 08. 2024

수능장에서 실력대로 풀면 대박 난다!

59_아는 것은 실수하지 않고 잘 풀었고, 모르는 건 잘 찍었다.


평소에는 종소리를 들으며 눈을 힘겹게 떴는데, 수능 당일인 오늘은 종이 치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니 종치기 5분 전이었다.


더 이상 자는 건 어려워서 몸을 일으켰는데,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조용히 화장실에서 씻고 있자 곧 종이 쳐 룸메이트인 찬혁이도 잠에서 깨어났다.


우리들은 별 다른 말 없이 평소처럼 행동한 뒤, 침대 위에 집에 갈 때 가져갈 박스를 올려 놓았다.

둘 다 저녁에 학원 버스를 타고 갈 것이기에 어느 정도 짐 정리가 필요했다.


“날씨가 진짜 춥다.”


밖으로 나오니 서늘한 찬 바람이 몸을 덮쳤다.

날씨가 쌀쌀한 편에 새벽 공기까지 합쳐지니 호흡 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


평소 아침을 가볍게 먹는 편이라 오늘 아침도 적당히 먹고, 강의실에 일찍 도착했다.


“진수야, 잘 하렴!”

“네. 감사합니다.”


강의실에는 미리 담임 선생님이 나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응원을 받으며 점심 도시락과 함께 학원에서 주는 물과 간식도 챙겼다. 그리고 신분증과 수험표가 든 서류 봉투도 챙겼는데 가채점표도 들어있었다.


“내가 버스 타는 곳이 남자 기숙사 쪽 버스였지.”


거리가 가까운 학교에 배정된 경우 버스가 안 쪽에 위치해있었다. 버스를 타기 전 강의실의 화이트보드에서 버스 위치를 확인하고 가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니 익숙한 얼굴들, 같은 반 친구들을 보니 긴장이 덜 되는 것 같았다.


“인원 체크 하겠습니다. 본인 이름 부르면 대답해주세요.”


버스 탑승 시간이 되자 다른 반 담임 선생님이 버스에 탑승해서 인원 체크를 시작했다.

다행히 인원이 모두 맞아 시간이 지체되는 일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방 안에 수험표, 신분증, 컴퓨터 싸인펜 등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핸드폰은 나중에 학교 정문에서 제가 나눠 줍니다.”

“선생님, 저 수험표를 강의실에서 안 가져왔어요.”


출발 전, 선생님의 말에 확인해보니 다른 반 학생이 수험표를 놓고 온 게 확인되어 급하게 그 학생이 내렸다.

핸드폰은 수능 고사장에도 가지고 가서 반납하면 되지만, 기숙학원에서는 만약의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핸드폰을 나중에 수능 보고 나오면 주기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 꽤 오래 전에 핸드폰을 미리 학생에게 준 적 있었는데, 핸드폰을 반납하지 않아 부정행위로 적발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제출하지 않은 학생의 잘못이 크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일부로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우와. 학과 선생님들이다!!”

“잘 보고 올게요!!”


드디어 수능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하는 학원 정문 쪽에 그 동안 수업 지도한 학과 선생님들이 모두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창문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우리들도 손을 흔들리며 화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안은 고요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계속 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었고, 잠을 청하는 학생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버스가 도착합니다. 버스는 정문 옆에 멈춰설 테니 걸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는 학생은 이 위치로 오면 됩니다.”


20분 정도 지나자 버스는 수능 고사장에 도착했고,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정문이 보였다.


“수능 별거 없어. 떨지 말고 평소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풀면 괜찮아.”


손목 시계를 보니 입실 시간 전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가 있어, 이 시간 동안 각 과목별로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작년에 이런 경험을 했음에도 이상하게 떨리는 마음과 긴장감은 멈추지 않았다.


"수능장에서 실력대로 풀면 대박 난다!"


그렇기에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조용히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제 마지막이다.




시험 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치며 맨 뒷자리에서부터 OMR 카드를 앞으로 넘겼다.

보통 모의고사는 시험이 끝나면 바로 나갈 수 있었지만, 수능은 검토 과정이 필요하여 모든 시험이 끝났지만 자리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끄, 끝났다....’


드디어 9개월 동안 수능을 향한 마라톤이 끝났다.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기분이 있다.


수능이 끝나면 신이 나서 굉장히 기쁠 줄 알았는데, 그냥 쉬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풀 수 있는 건 다 풀었어.’


예상보다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았다.

만약 작년 수능의 난이도를 생각했다면 커다란 오산이었고, 문제 유형들도 복잡하게 꼬아놓았다. 덕분에 애매모호하게 공부했다면 찍지도 못할 정도여서 불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


아는 것은 실수하지 않고 잘 풀었고, 다시 수능에 도전한다해도 이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대한 점수 채점을 뒤로 미루고 싶지만, 이 점수에 따라 내일부터 할 논술 공부가 어떻게 될 지 결정되기 때문에 학원에 가면 빨리 가채점표에 기입해놓은 점수를 체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하셨습니다.모두 퇴실할게요.”


시험이 끝나고 40여분이 지나서 퇴실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진수야. 잘 봤냐?”

“그냥 평소 실력대로 본 것 같아. 넌?”

“모르겠다. 망한 것 같아.”

“진짜 출제 유형이 바뀐 문제들이 너무 많았어.”


밖으로 나가던 중 같은 반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핸드폰 받자마자 바로 단체방 만들어서 초대할게.”

“응. 알았어.”

“집에 잘 가!”


정문을 빠져나오자 우리들은 각자 목적지가 달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여기서 부모님이 데리러 오는 경우의 학생은 정문에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핸드폰을 받고 갈 것이고, 학원 버스를 타고 가는 경우에는 아까 이 곳에 올 때 타고 온 버스에 탑승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문 근처에 있는 학원 버스에 타니 몇몇 학생들이 미리 와서 의자를 뒤로 눕힌 채 잠자고 있었다.

나도 빈 자리의 의자에 앉아 잠을 청했고, 얼마 후 선생님이 조용히 인원 체크를 한 뒤 조용히 버스가 이동했다.


그리고 학원에 도착했는데, 예상 외의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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