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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Apr 04. 2024

어떻게 수험표와 신분증을 버릴 수 있지?

58_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학원에서는 예비소집일에 학생들에게 수능 날 가지고 갈 가방을 가지고 오라고 한 뒤, 수험표와 신분증 등 중요한 물품은 가방 앞에 달린 주머니에 넣도록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학생은 가방이 아닌 수험표와 신분증을 잠깐 보던 책 사이에 끼어 놓았다.

그 날 저녁, 많은 학생들이 수능 전날이기에 지금까지 보던 책들을 버리기 위해 학원에서 마련한 장소에 일괄적으로 다 버리는데, 이 학생이 책 사이에 수험표와 신분증을 끼어놓은 것을 깜빡하고 같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학생이 1명이 아니라 다른 반 학생도 포함해서 2명이었다!!

학원에서는 2시간 동안 책을 뒤져 수험표와 신분증을 찾아보았지만, 책을 파해지는 속도보다 학생들이 책을 버리는 속도가 빨라 찾을 수 없었다.


“그 학생은 수능 못 본 건가요?”

“어떻게 수험표와 신분증을 버릴 수 있지?”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다행히도 수험표에 들어가 있는 사진은 학원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사진이라 담임 선생님이 미리 여분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수험표를 잃어버린다해도 수능 고사장에 일찍 도착해 신분증과 수험표를 만들 때 제출했던 사진을 내면 재발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신분증만 해결하면 된다. 학생 부모님에게 연락해보니 학생 이름으로 만든 여권이 집에 있었다. 집과 학원까지 거리가 3시간이었지만 여권이 있어야 수능을 볼 수 있기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이 학원 방문해 여권을 전달했다.


“이렇게 수능 전날에는 멘탈이 많이 깨졌지만, 다음 날엔 정신차려서 수능은 잘 봤죠.”


이 말과 함께 그 학생이 I대였다.

인서울 대학교의 중간 쯤 이지만, 작년에 봤던 수능 성적으로 갈 수 있던 대학교가 T대 였다.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 올려 원하는 목표 대학교에 진학한만큼 스스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다행히 이 학생은 잘 풀려서 다행이지만, 정말 전날까지 죽었다가 살아났습니다. 예비소집일에 여러분들 중 이런 학생이 없길 바랍니다.”




드디어 예비 소집일이다.

이 날은 수업이 없다고 하여 모두 자습실에서 마무리 공부를 하다가 10시가 되자 강의실에 모두 모였다.


“지금부터 기숙학원 학생들의 수능 예비 소집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영상을 시청합니다.”


교육청 장학사의 주관으로 예비 소집이 이루어졌는데, 각 강의실의 스크린에 수능 전 챙겨야 할 물품, 수능 주의 사항 등 안내 영상이 약 10여분 정도 이어졌다.


작년과 크게 바뀌지 않은 내용이나 혹시나 바뀐 점이 있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수험표는 담임 선생님이 배부합니다. 수험표를 받으면 생년월일과 응시 과목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영상이 끝나자 담임 선생님이 우리 반 학생들의 수험표와 신분증을 가지고 왔다.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면 나와 신분증과 수험표 그리고 학교를 확인할게요. 수험표와 신분증은 분실을 염려하여 내일 아침에 다시 줄 예정이고, 학교는 정리해서 강의실 뒷편의 보드판에 게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부모님에게는 학원에서 연락이 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말과 함께 담임 선생님이 한 명씩 이름을 불러 나온 뒤 각자 신분증과 수험표를 비교해서 확인하고, 종이에 확인했다는 싸인을 남겼다.


‘가까운 학교에 배정됐네.’


미리 담임 선생님이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별 거리를 대충 알려주었는데, 기숙학원과 제일 가까운 고등학교에 배정됐음을 확인했다.


“야, 너는 어디야?”

“진짜 먼 학교 배정 됐어! 망했음.”

“제2외국어를 괜히 신청 했나?”

“난 신청 안 하길 잘 한 거 같아.”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 해 보니 4개의 학교로 나누어져서 배정되었는데, 제2외국어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가까운 거리의 학교에 배정되었고, 제2외국어를 신청한 학생들은 먼 거리의 학교에 배정되었다.


-괜히 제2외국어 안 볼 건데, 제2외국어 보는 곳은 더 조용할 거라는 생각에 신청하지 마세요. 시험 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나고, 학교도 다른 곳에 배정됩니다. 괜히 좋을 것 없으니 본인 응시 과목에 맞춰 지원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수능 원서 접수를 하기 전 해준 말이었다.

이 말을 믿고 거의 대부분은 본인 응시 과목에 맞춰 지원했으나, 몇 명은 청개구리처럼 믿지 않고 제2외국어를 보지 않음에도 신청해 먼거리의 학교가 배정 되었다.


“이렇게 예비 소집을 마치겠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필요 없는 책들을 버리고, 오후에는 조용히 마무리 합니다.”


예비 소집이 끝나고 몇 가지 공지 사항을 들으니 딱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서둘러 밥을 먹고 마지막으로 볼 책들만 두고 그 동안 공부했던 책들을 모두 버린다.


‘진짜 끝이 보인다! 곧 수능을 본다!!’


정말 버리고 싶었던 책들을 버리자 기숙학원 생활을 종지부 찍을 때가 왔음을 느꼈다.

그리고 오후에는 오답 노트와 남은 문제집을 보며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담임 시간을 맞이했다.


“길게는 11개월, 짧게는 9개월 동안 공부하느라고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여러분들과 내일이면 헤어지네요.

오늘은 여러분에게 내일 일정과 당부의 말만 남기겠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차분하게 우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면 부모님이 학원으로 짐 정리하러 오는 경우 기숙사 침대 위에 짐 정리를 하고 나옵니다. 그리고 5시 45분까지 아침 식사 후 바로 강의실로 교탁 앞에서 여러분의 점심 도시락을 챙기고, 제게서 수험표 및 신분증을 받습니다. 그 다음엔 바로 수능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수능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버스 탑승 위치는 강의실 뒤 보드판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뒤 쪽에 앉은 학생들은 뒤로 고개를 돌려 버스 탑승 위치도를 확인했습니다.


“내일이면 수능이라는 마라톤이 끝납니다. 여러분들이 수능을 다시 응시하는 이유는 자존심의 문제일 수 있고,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 취업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 수능 성적이 평소 보는 모의고사보다 잘 나오지 못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을 못한 아쉬움 등 굉장히 다양할 겁니다.


제가 여러분들보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보니 이 것만큼은 기억했으면 합니다. 인생에 있어 대학교가 목표가 아닌 지나가는 곳으로, 좀 더 목표를 멀리 잡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힘이 굉장히 힘들고 지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기숙학원에서 공부했던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좋은 자양분이 되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습니다.


내일 수능이라는 벽은 가볍게 깨 부수고,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성실히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말과 함께 담임 선생님이 박수치자 우리들도 따라 박수치며 우리 모두를 응원했다.

이렇게 모두 수능 대박을 꿈꾸며 내일 실력 이상의 성적을 받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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