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니까 가끔 내일의 나에게 부탁한다.
나는 퇴근을 하면 거의 자정이다.
당연히 퇴근이 늦은 만큼 출근도 늦게 한다.
퇴근하면 시간이 늦었으면 최대한 빨리 자야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대로 자기에는 억울해서 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재미있는 웹툰이나 글을 발견하면 조금만 더 봐야지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이 것을 개인적으로 보상 심리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9시간을 회사에서 일했으니 조금이라도 놀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심리다.
이 보상 심리라는 게 기숙학원 학생들에게 대입하면 재밌다.
다시 말하지만 기숙학원 학생이 해야 할 일은 무조건 공부 뿐이다.
그런데 사람이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것이 불가능한 것 처럼, 매일매일 딴 짓을 안 하고 공부만 하는 건 정말 어렵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책을 보기도 하지만 태블릿으로 딴 짓을 하거나 기숙학원에서 금지된 라면을 몰래 반입해서 먹거나 핸드폰을 숨겨서 하기도 한다.
명분은 내가 기숙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스스로 괜찮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정기외출을 하면 밤낮이 바뀌도록 논다.
그리고 정기 외출 후 학원에 돌아오면 후유증에 며칠 동안 정신 차리지 못하고 고생한다.
여기서 의문점을 가져야 하는 건 남들이 봤을 때도 내가 열심히 공부를 했냐는 거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성적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다 말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냉정한 현실이고, 사회는 과정 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행동에 보상을 받기 전에, 내가 보상을 받을 만큼 열심히 했는지 자기 분석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오늘도 후회 없이 열심히 했나?
정해진 일과를 잘 마무리했나?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다음 날의 내게 넘기면 찝찝해서 잠을 들기가 어려운 성향이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해 보고 어쩔 수 없으면 다른 날로 넘기기도 한다.
내가 학생들처럼 힘들게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캘린더에 기록해 놓은 운동이나 일 등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하고 침대에 누웠는지 자기 분석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