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어렵지만 나중에는 쉽게 할 수 있다.
앞에서 포스팅했던 대로 기숙학원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는데 그중 도저히 나도 이해되지 않는 끝판왕들이 있다. 바로 학원 규칙을 크게 어기는 학생들이다.
개인적으로 기숙학원은 특수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군대도 아닌데 폐쇄적인 공간으로 오로지 공부를 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들어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는 빈약하여 견고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질 수 있기에 벌점 제도를 운영하며 학원 규칙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사람인 이상 한 두 번은 지각을 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서 벌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대 규칙이라는 규정이 있어 이 부분은 고의적인 행동으로 벌점을 받음과 동시에 근신 혹은 퇴소가 결정된다.
중대규칙 위반에는 절도, 흡연, 금지물품을 몰래 사용, 이성 교제, 무단이탈 등이 있다.
여기서 기숙학원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흡연과 이성 교제가 안 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요즘 담배가 기호식품이라 전자담배를 많이 피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니코틴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불어 대부분 기숙학원이 전자담배를 허용하는 편이지만, 아직까지 이곳은 학생들의 생활에 불이익이 크다고 생각해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통학 학원에서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우르르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주변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주변에 담배 꽁지를 다 버려 악취가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그리고 기숙학원 학생들은 집에 가는 게 아니라 24시간 같이 지내는데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학생이 담배 피우기 좋아하는 학생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성 교제는 밖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기숙학원에 자의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들어왔기 때문에 이를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나는 하기 싫은데 주변에서 이성 교제 하는 게 보이면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고, 공부 환경이 훼손되기 때문에 막을 수밖에 없다.
기숙학원의 담임으로서 반을 맡고 있지만, 들어오는 학생들이 어떤 애들인지는 복불복인데 재밌게도 매년 중대규칙을 어기는 학생들이 있다.
이 경우 현장에서 적발되는데, 물품들이 학생의 몸 혹은 가방에서 나온다.
제보로 이야기가 들어온 경우 자세히 상황을 파악 후 CCTV를 통해 확인하고 학생을 불러 이야기한다.
대략 10명의 학생 중 7명은 순순히 중대규칙을 위반을 인정하는데 3명은 그 자리에서 인정하지 못한다.
어느 날, 볼 일이 있어 어느 강의실을 지나가는데 문에 달린 창문을 보니 강의실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태블릿을 만지고 있었다.
경험 상 인터넷 강의를 보는 게 아니라 게임 동영상을 보거나 웹툰을 보는 등 무조건 딴짓이었다.
조용히 들어가 확인해 보니 딴짓이 맞았고, 학원 규칙 상 벌점과 함께 근신이었다.
그렇지만 일을 크게 키우기 싫어 경고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딴짓 안 했어요!!"
"뭐라고?"
"인강 보고 있었는데요? 쌤이 잘못 본 거 아니에요?"
그런데 한 학생이 급히 자신이 하던 딴짓을 지운 뒤 인강을 틀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빡치며 욱한 감정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내 눈으로 직접 노는 걸 봤는데 아니라고?! 네가 지우는 것도 봤는데?!"
"아, 씨! 안 했다고요!"
"씨? 따라 나와 봐."
다른 학생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좋지 않기에, 단 둘이 이야기하려고 빈 강의실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
"정말 딴짓 안 했냐?"
"......."
"잘 생각하고 말해라."
당시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최대한 눌렀다.
그리고 학생의 말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지 대응이 준비되어 있었다.
약 5초 정도의 침묵이 지나고 학생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
"주변에 애들이 있어서 오기를 부렸습니다."
학생이 선택한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었다.
학생의 반응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그 자리에서 했던 학생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다시는 이런 일로 얼굴 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그 상황을 마무리했다.
극히 드물지만 소수의 학생들은 학원 규칙을 어겼는데 증거가 있어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 올라가는 것을 봤고,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 담배를 안 피웠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 답이 없어 위에 내용을 보고 하고, 부모님에게 연락해 퇴소시킨다.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건 본능적인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거짓말을 하면 이 거짓말을 덮기 위해 계속 거짓말이 늘어나 나중에는 대처할 수가 없다.
나 또한 초등학교 때 부모님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한 번 맛 들이니 나도 모르게 계속하게 되고 나중에는 꼬리가 잡혀 크게 혼이 났다.
이후에는 절대 부모님 가게의 물건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도둑질은 나쁘지만 부모님 가게에서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을 함에 있어도 내가 무언가 잘못했다면 순간적으로 남의 핑계를 대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공동 작업 중 남이 잘못했더라도 남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면 더욱 베스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