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 보다는 나를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by 은궐


매년 작게는 100여 명, 많게는 150여 명의 학생들을 만난다.

내가 만난다는 기준은 단순히 인사만 나누는 관계가 아닌 상대방에 성향과 생활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다.


기숙학원에 오기 전에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해 봤고, 그곳에서도 입사와 퇴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기숙학원에 와서 많은 학생들을 만나보니 최소한 회사를 다녔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미지 관리를 신경써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생각해 보자.

회사를 다니는 입장이라면 회사 내의 이미지가 괜찮아야 한다. 왜냐하면 회사는 내게 돈을 주는 입장이고, 나는 성과를 내야 한다.


더불어 상사 혹은 직장 동료들과 트러블이 있으면 원만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어느 정도 양보하고 무난하게 지내야 하기에 개판을 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이에 부합되지 않는 폐급도 있지만 이건 넘어간다.)


지금 기숙학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에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하는 상대가 학생들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social-phobia-4205699_1280.jpg


기숙학원이라는 곳은 밥 먹고, 자고, 공부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보니 학생들이 서로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면 징징거리는 학생, 눈앞의 공부를 회피하고 매일 딴짓하는 학생, 홀로 다니며 열심히 하는 학생, 무리 지어 다니며 말하기 좋아하는 학생, 공부하는 척하며 망상하는 학생,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이 매우 강한 학생, 하루에 전화를 한 번씩 해야 하는 병에 걸린 학생 등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니 내 머릿 속 사고도 점점 넓어진다.

처음에는 학원 규칙를 FM 기준으로 학생들을 대하다 보니 많은 트러블들이 있었고,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더불어 학원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면 내가 병이 나서 쓰러질 것 같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끝에 프로세스를 정했다.


1. 먼저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을 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그 학생의 성향과 상황을 기억해 본다.

2. 내가 어떤 해결책을 주었을 때 만약 상대방이 나라면 수긍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핵심적인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는 것이었다.

사람의 외모가 다 다르듯 그 사람의 가진 성향도 모두가 다르다.


일괄적으로 학원 규칙이 지키는 것이 베스트이나, 크게 학원 규칙을 넘지 않는 선이나 담임 재량으로 유연하게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했다.


3-1. 내가 말한 해결책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고 시행한다.

3-2. 특정 학생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 정말 불가피하게 해 줘야 하거나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3-3. 원칙을 이야기하며 냉정히 거절한다.


이 동네는 정말 소문이 빠르다.

학생들은 재미있는 것이 없기에 소문이나 말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언비어가 돌기도 하기에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특히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담임 입장 상 3-1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똑같이 적용 가능하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면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이다.


3-2의 특혜는 외출로 대입해 설명한다.

기숙학원의 특성상 학원 규칙대로라면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외출에만 가능하고, 그 외에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냥 힘들어서 1박 2일 동안 집에 갔다 오겠다는 학생의 말에 이를 수용하면, 다른 학생들도 힘들어서 집에 갔다 온다고 하기에 추후 학생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말 아픈 학생이 1박 2일 동안 집에 갔다 오겠다고 하면 이 학생의 외출은 당연히 수락해줘야 한다. 기숙학원에서 쉼은 제약이 있어 집에서 쉬는 것이 학생 입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3-3처럼 거절하는 것이나, 3-2처럼 이렇게 1박 2일을 외출을 한다더라도 사람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없으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기숙학원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는 늘 어렵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상황을 판단하고 성향에 따라 다른 정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번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고 가끔은 내가 주장하는 말이 정답이 아님을 느낀다.

덕분에 매년 조금씩 사고가 넓어지고 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다.


솔직히 혼자 일 할 때가 가장 편하나, 사람은 사회성을 가진 동물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밖에 없다.

덕분에 예전처럼 혼자 일할 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종종 있으나, 나름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버릴 수 없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 것도 없이 주말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