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회사 생활이 편하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괜찮다.
물론 회사와 하는 업무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직원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내가 반을 맡아 학생들을 관리하는 입장이기에 직원들과 어울리는 시간 보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다. 그리고 정기 회의에 참여하는 시간 말고는 같은 부서의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드문 편이다.
이렇다고 해서 학생 관리 외의 업무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업무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지시가 있어 이렇게 소통하며 지낸다.
이렇다보니 직원들과 말하는 시간은 거의 없고,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재밌게도 말을 안 하는 날은 딱 담임 시간에 공지를 이야기하고 쉬는 시간에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의 문의만 해결해 주면 된다.
말을 많이 하는 날은 어떤 사건사고가 생겨 학생들을 불러 길게 이야기하거나, 이 문제들을 가지고 위의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특히, 학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그리고 상담 시즌에는 정말 많은 말을 한다.
근데 말을 하는 게 보통 쉬운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화란 단순히 근황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일과 생활에 대해서 생각하고, 신중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가거나 대답해야 하기에 꽤나 많은 신경을 쏟게 된다.
일반적인 회사를 다닐 때는 나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업무에 대해 공유하고, 어느 정도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보통 점심 식사 시간에 같이 밥을 먹고, 서로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종종 업무에 치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야근에 꽤 했었다.
이렇다 보니 회사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치여 집에 들어오면 굉장히 힘이 들었었다.
내가 파악한 내 성향은 내향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 내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라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원만한 이미지가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현재 나는 재수기숙학원에서 반을 관리하며 학생들의 입시 및 생활을 담당한다.
즉, 반을 잘 관리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면 학원에서도 그 사람이 반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어느 정도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해서 상황을 공유하고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능력치가 충분하고 눈치도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혼자 업무를 볼 수도 있다.
학원 업무 1년 차에는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아 다른 직원들이나 팀장들에게 계속 물어보며 업무를 처리했고, 2년 차에는 작년에 진행했던 일이니 눈치껏 움직이며 업무를 보니 무난하게 흘러갔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젠 연차가 쌓이자 내 선에서 커버되지 않는 상황들만 만약을 위해 위에 보고 웬만한 것은 알아서 움직이니 아웃사이더로 혼자 잘 일하고 있다.
그리고 식사할 때 밥을 혼자 먹는 편이 많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니 흡연 구역에 갈 일도 없다.
물론 기본적인 업무 회의와 대화에는 참여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답형으로 길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반 관리를 잘해서 사건사고가 없으면 시간에 맞춰 칼출근 칼퇴근이다.
개인적으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터라 다른 직원들이 출근 시간 전에 나오거나, 퇴근 시간이 넘도록 업무를 보거나 학생과 상담하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정말 급한 사건이 아니라면 그냥 출퇴근 시간을 지킨다.
물론, 학원 업무의 특성상 쉬는 날에도 처리해야 일들이 있어 부득이하게 업무를 보기도 한다.
당연히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불가능한 곳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힘들게 어울리는 것을 노력하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