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호구로 봤어? 끝까지 간다!!
부모님이 찾고 있는 비싼 녹즙기가 있어 혹시나 싶어 내가 일하는 지역의 당근마켓에 검색해 보니 발견했다.
엔젤 녹즙기라는 제품인데 굉장히 성능이 좋은 대신 정품 가격이 비싸 중고 거래에서는 사기치기 좋은 제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 택배 거래는 권하지 않고, 직접 물건을 보고 살 수 있는 당근마켓에서 찾아봤는데 이렇게 있어서 나이스였다!!
판매자의 게시글을 읽어보니 19년도 제품을 21년도에 사서 1년간 사용했고, 그 동안 보관만 하여 괜찮다고 한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달했고, 50만원에 사기로 판매자의 협의했다.
거래 하기로 날과 시간이 일 때문에 나는 맞지 않아 가지 못하고 부모님이 갔는데, 거래 장소가 밖이어서 집에서 녹즙기를 돌려보기로 하고 쿨거래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지고 와서 보니 사용하고 꽤 방치해 둔 것 같아 더러웠다고 한다.
재빠르게 세척하고 보니 안 쪽이 까여지고 녹슬어 있었다. 혹시나 싶어 과채를 갈아보니 이 녹들이 스며들어 나오는 것이었다.
입장을 바꿔 어떤 사람이든 이런 상태의 녹즙기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님은 쓰지도 못하는 물건을 돈 주고 샀다고 내게 연락했고, 위 사진을 판매자에게 보내주며 연락했는데 말이 가관이었다.
판매자는 녹즙기 돌아가고 잘 갈리니까 이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시글에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들이 있는데 크게 2가지였다.
1. 판매자는 정품을 산 게 아니라 중고 제품을 샀다.
본 글에 정품 가격을 적어 놓아서 정품으로 산 줄 알았다. 근데 다른 사람이 19년도에 사서 2년 동안 쓴 녹즙기를 1년 동안 사용했다. 즉 1년이 아니라 총 3년을 사용한 녹즙기인 셈이었다.
어머니가 날 상태를 보니 1년 정도 사용한 게 아니라는 말이 딱 떨어졌다.
2. 녹즙기에 과채만 간 것이 아니었고 보관 상태도 개판이었다.
어이가 없게도 여기에 벼도 갈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녹즙기에 벼를 간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날이 크게 상해 있어 별의 별 물건을 다 갈았던 것 같고, 보관 하는 동안 제대로 청소가 안 되었는지 내부 상태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게시글의 내용과 완전 다르고 이런 녹즙기를 쓸 수 없기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내가 돈이 필요해서 팔았고 그 쪽이 사 갔으니 못 준다고 배짱 부린다.
좋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걸 더럽게 하니 나 또한 더럽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중고거래 사기로 사이버 경찰서에 신고했다.
나도 중고거래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줄 몰랐다.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고 중재가 되어 합의를 하기로 했는데, 방법은 2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1. 물건을 환불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10만원을 판매자에게 받는다.
내가 멀쩡한 녹즙기를 환불하려고 하니 좀 더 돈을 깍아서 위로차 10만원을 준다고 한다.
2. 판매금 50만원이 아닌 40만원만 판매자에게 받는다.
제대로 작동되는 물건을 제대로 팔았고 샀으면 중고 거래 특성상 환불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일로 본인이 마음 고생 했으니 10만원은 합의금이라 생각해 떼고 준다고 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판매자가 더럽게 나왔다.
다 필요 없고, 내가 원하는 건 판매자에게 50만원을 받는 거니 이런 합의를 없다고 못 박으며 민사까지 갈 생각 있다고 전달했다.
결국 원금 50만원을 받고 녹즙기 돌려주기로 결정되었고 다행히 돈을 받았다.
더불어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라 황당하면서도 좋은 인생 경험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