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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Jan 11. 2024

정말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게 맞나?

34_정답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점심시간은 50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평소처럼 식당에서 배식을 받아 식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수능 날처럼 미리 도시락을 만들어놓고 나눠주는 형태로 식사가 진행되었다.


1,2교시에 너무 긴장하고 집중한 탓인지 피곤함에 강의실에서 엎드려 잠을 잠깐 자고 뒤늦게 식당으로 갔다.

식당도 초반에는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야 하는 만큼 늦게 가면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도시락은 제육볶음, 볶음 김치, 햄, 도시락 김 등 반찬들이 무난했다.

이 점심 식사가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볶음 김치가 평소에 잘 나오지 않는데 모의고사 보는 날에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이렇게 밥을 다 먹으니 입실해야 하는 1시의 10분 전이다.

서둘러 양치를 하고 강의실에 들어가니 거의 다른 애들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어는 듣기 끝나고 OMR 카드에 도장 찍겠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라 졸린 학생은 가볍게 스트레칭할게요.”


1시가 되자 정확하게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OMR 카드를 배부했다.

영어는 먼저 듣기를 진행한 다음 문제를 푸는데, 듣기 시험을 치르기 전 안내 방송까지 포함하면 1시 7분쯤에 시작된다.

혹시라도 담임 선생님은 듣기 시간에 왔다 갔다 하며 도장을 찍었다가 우리들에게 방해될까 봐 그 시간을 미뤘다.


그리고 나는 점심시간에 미리 잠을 잔 덕분인지 식곤증은 없었다.

OMR 카드를 받고 시험 문제지를 받자 영어 듣기 안내 방송이 들려왔고, 1시 10분이 되자 영어 듣기 문제가 나왔다.


‘답이 확실하면 독해로 넘어가자.’


영어 듣기 시간이라고 듣기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커다란 시간 낭비다.

영어 듣기를 듣다가 답이 나오면 그 답을 체크하고 남는 시간에 독해 문제를 푸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영어 듣기를 하며 독해 문제들을 풀었고, 영어 듣기가 끝나자 완전히 영어 문제로 넘어갔다.


‘이건 진짜 공부 부족이구나.’


영어 문제들을 푸는데 중간중간 막히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단어를 알지 못해서였다.

솔직히 영어는 어느 정도의 스킬만 가지고 있고, 단어를 많이 숙지하고 있으면 어렵지 않은데 현역 때의 실력을 믿고 등한시하며 다른 과목들을 공부했더니 이 영향이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때 나온 것이었다.

덕분에 모르는 영어 단어의 뜻은 앞과 뒤의 단어들로 대충 추론했다.


“종 쳤습니다. 뒤에서 OMR 카드 걷어서 제출할게요.”


정해진 시간에 종이 치고, 학생들은 일제히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잘 나오면 2등급, 못 나오면 3등급 정도 나오겠다.’


애매모호하게 찍은 문제들이 절반 정도 맞으면 2등급을 맞을 수 있는 80점 이상이 될 것 같은데, 틀리면 79점 밑으로 떨어져서 3등급을 맞을 것 같았다.


“이제 한국사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바로 한국사 시험을 보는데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문제를 풀고 나니 2등급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10분 만에 문제를 푼 뒤, OMR 카드에 마킹하자 바로 엎드려 잠을 청했다.


다음에 볼 시험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탐구 과목들이라 조금이라도 머리를 쉬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한국사를 마무리하고 OMR 카드를 제출할 때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탐구 과목을 보기 전까지 책을 보지 못하기에 머릿속으로 그동안 공부한 탐구 과목 공부들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확실히 아는 것은 맞을 수 있게 내용을 떠올렸다.


내가 선택한 탐구 과목은 생활과 윤리 그리고 사회문화인데 과목 별로 순번이 정해져 있어, 가장 빠른 순번부터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래서 순번이 빠른 생활과 윤리를 첫 번째로 풀고 사회문화를 두 번째로 푼다.


탐구 과목 문제지는 담임 선생님이 미리 한국사를 볼 때 가지고 와서, 방송에 맞춰서 문제지가 배부되었다.


‘제발 난이도가 적당했으면.’


내가 고른 탐구 과목들은 다른 학생들도 많이 선택하는 과목들이기에 문제가 너무 쉬우면 1개만 틀려도 2등급이 된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우면 난이도가 개판이 되는 과목들이다.

그렇기에 적당한 난이도가 나와야 유리했다.


‘이런... 망했다.’


문제지를 펼쳐 본 나는 절망부터 들었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선 문제 난이도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어렵다고 안 풀 수 없기에 아는 문제들 먼저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풀기 시작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제2외국어 응시하는 학생은 선택 수업 강의실로 이동하고, 국어와 수학 답은 칠판에 적어놓을 테니 조용히 맞춰봅니다.”


드디어 길고 긴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났다.

나는 제2외국어 시험을 보지 않아 강의실에 남았고, 우리 반에서 몇 명은 제2외국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설 모의고사는 미리 정답지와 해설지가 준비되어 있어 바로 나누어 받았는데, 평가원 모의고사는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답이 공개된다.

그런데 기숙학원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컴퓨터나 핸드폰을 쓸 수 없어 담임 선생님이 평가원 홈페이지에 답이 올라오는 대로 칠판에 답을 기입해 주는 것이다.


“선생님. 국어 14번에 3번이 맞나요?”

“맞아.”

“아, 이거 2번인 줄 알았는데.”

“문제를 엄청 꼬아났네.”


답을 기입하는 과정에서 몇몇 학생들이 문제의 답이 맞는지 물어보자, 담임 선생님은 꼼꼼하게 확인하고 적지만 평가원에서 올린 답이 틀리는 경우는 정말 정말 극히 드물었다.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잡을 적을 때마다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의 환호와 탄성이 번갈아가며 튀어나왔다.


‘아, 망했다.’


국어와 수학 정답을 체크해 보니 딱 예상한 만큼 나왔다.


‘정말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게 맞나? 다 허수였나?’


지금 나온 국어와 수학 성적은 75점과 58점이다.

물론 이 과목들은 어려워 성적이 쉽게 오르는 것이 아니지만, 지금까지 받았던 모의고사 성적과 비교했을 때 국어는 10점, 수학은 20점 정도 차이가 있어 등급이 1~2등급이 그냥 확 떨어졌다.

아직 영어와 탐구는 정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충 어떻게 될지 감이 잡힌다.


4개월 동안 학원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종종 보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학원에 들어와서 공부한 생활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 공부가 부족한 건가? 환경이 잘못되었던 건가? 아니면 학원 바꾸는 게 맞을까?’


온갖 가정들이 떠오르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 날 저녁 식사는 고기 뷔페 컨셉으로 진행되었는데 멘탈이 나가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그냥 먹었다.


저녁에는 학원 선생님들의 국어, 수학, 영어 총평이 이어졌다.

국어의 경우는 추론형 문제들이 복잡하게 꼬아져서 나왔다. 지문과 문제를 읽고 정확하게 답을 생각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멋대로 푼 경우 대부분 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불어 EBS 연계 지문들이 다수 나왔는데 지문들의 공부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다 틀렸다.


그리고 이번에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비문학의 과학은 의외로 쉽게 나와 어렵다고 판단하고 넘어간 경우 아쉬운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나중에 과학 문제들을 보니 쉬운 개념 문제풀이라 손만 대면 풀 수 있을 정도였다.


수학은 선택 과목이 어려웠고, 그래프 문제들이 꼬아져서 나왔다. 더불어 응용문제들이 어려워서 개념들을 확실히 숙지하고 충분히 문제들을 풀어보지 않았다면 틀리는 문제들이 많았다.


영어는 평소 영단어를 외우고 기출문제들을 풀었다면 1~2등급은 맞을 수 있는 난이도였다.


나중에 퇴실하기 전에 탐구 정답들이 나왔는데 애매모호하게 찍은 문제들은 다 틀렸고, 기출문제들은 거의 절반이 틀렸다. 이렇게 나의 6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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