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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Jan 08. 2024

계획대로 문제 풀면 모두 맞출 수 있다!

33_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대망의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날이다.

오늘은 수능을 본다 생각하고 일주일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첫 번째로는 6평 대비 기출문제들을 다 풀었다.

일단 개념들을 머릿속으로 다 숙지했지만, 응용을 하면 헷갈리거나 모르고 넘어가는 유형들이 있다. 이를 기출문제들을 풀며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목표 중 하나는 아는 문제들을 틀리지 않고 다 푸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계획표다. 오늘 어떻게 공부하고, 시험에 응시할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할지 한 장의 종이에 적으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했다.


덕분에 오늘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씻고 운동장으로 나와 잠에서 깨기 위한 산책을 시작했다.

뇌는 잠에서 일어난 후 3시간 뒤에야 완전히 깨어나기 때문에, 뇌를 완벽히 깨우기 위한 약간의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평소 아침밥은 띄엄띄엄 먹거나, 1교시 끝나면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는데 모의고사를 볼 땐 쉬는 시간도 아까운 터라 아침을 먹는 것이 중요했다. 더불어 포만감 있게 먹은 것이 아니라 적당한 공복감은 졸음을 없애준다고 하여 적당히 먹었다.


‘사설 모의고사 때와는 다르네.’


강의실에 오니 매 달 한 번씩 보는 모의고사 때에도 긴장감이 있었지만, 확실히 평가원에서 보는 이 모의고사를 더 긴장하는 분위기가 보였다.

평소에는 몇몇 애들이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며 살짝 부산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오늘은 움직임 없이 조용하다.


“오늘 내 자리가 여긴가?”


평소 사설 모의고사 때는 책상 배치만 바꾸고 본인 자리에서 봤지만, 평가원 모의고사 때는 수험번호 순서대로 지정된 자리에 앉는다.


이를 위해 수험표가 사전에 배부되었고, OMR카드에 수험번호를 기입해야 한다.


‘1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국어 공부 좀 하자.’


일어나자마자 걷기와 식사를 빠르게 한 덕분에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


나중에 고사장으로 수능을 보러 갈 때도 학원에서 여유 시간을 두고 도착할 것이라 예상해서 시험 전에 볼 수 있는 노트를 마련해서 이 것만 집중적으로 볼 계획이다.


‘와, 내가 이렇게 외우는 걸 잘했나?’


그런데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 이유였는지, 평가원 모의고사를 본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노트에 적어놓은 모든 글자가 뇌리에 박힌다.


평소라면 잘 외워지지 않았던 문장들이 순식간에 외워지는 것이 스스로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덕분에 중간에 너무 머리가 들어오는 것이 많아 집중력을 환기시키기 위해 쉰 10분을 제외하고 50분을 미친 듯이 공부했다.


“자, 책상 위의 책들은 모두 집어넣습니다.”


감독관 입실 시간이 되자 담임 선생님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 말에 우리들은 보고 있던 책들을 의자 밑으로 내려놓고, 책상 위에는 필기도구와 시계만 두었다.


담임 선생님은 주변을 둘러본 뒤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은 평가원 모의고사이며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나와서 확인하고 있는 만큼 수능하고 동일하게 진행합니다. 그리고 OMR 카드 받은 후 바로 수험번호와 이름, 필적 확인란 등을 기입한 뒤 책상 옆쪽에 두면 시험 시간에 제가 돌아다니면서 도장을 찍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고, 담임 선생님은 시간에 맞춰 OMR 카드와 시험지를 배부했다.


‘희망 속 삶은 보석처럼 반짝이리.’


늘 필적확인란의 문구는 대부분 시에서 따 오거나, 가끔 속담이나 평범한 문장에서 가져오곤 했다.

그리고 시험을 보기 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일으켜준다.


'계획대로 문제 풀면 모두 맞출 수 있다!'


드디어 1교시 시험 시작을 알리는 본종이 치자 OMR 카드 밑에 덮어두었던 국어 시험지를 일제히 펼쳤다.


‘바로 언매부터 푸는 거다.’


가장 난이도가 쉽고, 문제 수가 적은 국어 선택과목부터 펼쳤다.


평소 꾸준히 공부를 했던 만큼 무난하게 문제들이 풀렸다. 헷갈리는 문제가 몇 문제 있지만 여기서 시간을 끌 수 없어 보류해 놓고 빨리 넘기니 12분 만에 마무리했다.

이 정도면 시간 관리는 굉장히 선방했다고 여겼다.


바로 문학으로 넘어간다. 그동안 EBS 수능특강을 기반으로 공부해 두었더니 연계 문제들은 친숙한 느낌이 들고,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암기해 두었더니 어렵지 않게 문제들을 푼다. 


문제는 비문학이다. 평소에도 많이 약한 부분인이라 시간 소요가 많이 들 거라 생각하며 최대한 언매와 문학에서 시간을 줄인 뒤, 여기서 꼼꼼하게 풀려고 노력했다.


독서는 빠르게 풀고 비문학의 지문을 읽는데 내용이 헷갈린다. 앞 지문을 다시 읽기에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내용을 추론하여 답을 찾아낸다. 


‘과학은... 그냥 넘어가자.’


지문을 슬쩍 살펴보니 보니 과학 문제가 있다.

사설 모의고사를 봐도 과학은 매번 틀렸고 내용도 굉장히 어려웠다. 그렇다고 과학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기에 애매모호해서 지금까지 모의고사를 본 뒤 나온 과학 문제들만 꼼꼼히 살폈다.


만약 이 문제를 풀다간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다간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아 넘어갔다.


“종료 5분 전입니다. 마킹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과학을 건너뛰고 인문을 끙끙거리며 풀고 나니 담임 선생님의 말이 들렸다.


‘젠장, 그냥 찍자!!’


이제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OMR 카드에 컴퓨터 사인펜으로 정답을 마킹하며 어려워서 답을 보류했던 문제들의 답은 찍는다. 그리고 가채점표에도 정답 번호를 마킹해 둔다.


“학생들은 머리에 손을 올리고, 맨 뒷사람이 OMR 카드 걷어서 제출합니다.”


시간에 맞춰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자 학생들은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맨 뒤에 있던 학생이 나와 OMR 카드를 수거해 갔다.


그 후 담임 선생님은 바로 OMR 카드의 수량을 확인하고 나갔고, 우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나가서 정답 맞혀보자.”

“화장실부터 가자!”

“수학 공부 좀 해야 갔다.”


주로 학생들은 세 부류로 나누어졌다.

주변 친구들과 답을 맞히려는 아이들, 화장실이 급해서 뛰어나가는 아이들, 채점을 하지 않고 다음 과목 공부를 하려는 아이들.


나는 이미 국어 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점수를 맞춰봐야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얼른 화장실에 가서 급한 볼일을 본 뒤 자리에 앉아 수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괜히 머릿속에 앞서 보았던 국어 문제가 미련처럼 남는다. 정확하게 푼 문제들은 상관없으나, 답이 애매모한 문제들은 친구들과 맞히고 싶다.

하지만 빨리 머릿속에 지워버리고, 수학 오답 노트에 집중하며 서둘러 공부를 마무리했다.


“자, 2교시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수학 시험도 시간에 맞춰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OMR카드와 시험지를 배부하고, 본종에 맞춰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먼저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부터 푸는데 한 문제 당 푸는 시간을 정해놓았다. 이 시간을 넘기면 아직 풀지 못했더라도 넘긴다.

국어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끙끙 거리며 풀었더니 시간 배분에 실패했다. 


‘이건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풀어볼까?’


확통을 다 풀고, 앞 번호 문제부터 차분하게 푸는데 12번의 4점짜리 문제에서 막혔다.

정말 풀릴 듯하면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앞에 두고 있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한 문제에 10분을 쏟아부었다. 이 것도 명확하게 푼 게 아니라 답 2개를 두고 긴가민가 상태로 찍었다.


그리고 4점짜리 문제에 욕심을 부리며 풀고 3점짜리 문제들은 다 맞혀야 한다는 결심으로 꼼꼼하게 다 풀었다.

그 뒤로도 4점짜리 문제들은 시간을 끌며 풀다가 담임 선생님이 5분 전이라는 소리에 몇몇 문제들은 찍고 OMR 카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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