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시골 풍경

메주 만드시는 어르신

by 샨띠정

가을이 깊어간다.

늦가을 농촌은 차가워진 바람에 시린 손을 움직이느라 바쁘다.


집 나가서 이웃집을 들락거리던 우리 집토끼 쵸코 덕분에 나도 덩달아 어르신들의 일거리를 기웃거려보며 이것저것 소소한 작은 수확도 많았다.


이장님 댁 어르신이 메주를 쑤신다고 하셔서 들러봤다. 쵸코가 맛있는 식량을 얻어먹던 곳이다. 어르신이 직접 수확하신 국산 메주콩을 따서 말리고, 또 좋은 콩을 고르고, 씻고, 가마솥에 삶아 방아를 찧고, 메주틀에 으깬 메주콩을 넣은 다음 손으로 꾹꾹 눌러주고는, 마지막으로 발로 밟아주며 메주를 완성하는 작업을 잠시 도와드렸다.

메주틀에 메주 만드시는 어르신

"저도 집된장 만들어보고 싶어요."

"메주 가져다가 만들어 봐."

"그럴까요? 할 수 있을까요?"

"에이, 할 수 있다마다."

그렇게 나는 어르신께 메주 두 말을 주문해 두었다.

앞으로 메주를 말리고, 띄우고 해야 진짜 메주가 완성되는데 내년 1월이나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메주 띄울 때는 냄새가 말도 마. 엄청 나."


기억을 돌이켜보니 할머니께서 메주를 쑤시고 방에 걸어두셨던 희미한 추억아 아련히 떠올랐다. 어르신이 메주 값도 싸게 잘해 주셨다.

이젠 내년에는 집된장과 집간장으로 맛있고 구수한 한국의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우리 바로 아랫집 어르신은 거대한 작두콩을 썰고 계셨다. 처음 보는 콩인데 크기가 바나나 만한 게 정녕 콩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햇볕에 말려서 끓여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시며 썰어서 말리시는 중이셨다. 나도 한번 손작두로 콩을 살짝 썰어보다가, 어르신이 내주신 삶은 옥수수만 씹어 먹으며 어르신 말동무만 해드리고 말았다.

시골 농촌에는 몸에 좋은 온갖 약초가 널려있는 것만 같아 모두 볼로 장생 할 것만 같으니 나 또한 건강해질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지.

작두콩 썰어 말리기

시골에 살면 마트에서 사지 않고 동네 어르신 댁에서 기른 농작물을 바로 직접 가져와 먹는 즐거움이 있다. 쌀도 시골에 오고 나서는 여기서 자급자족하고 있다. 방앗간에서 바로 도정한 햅쌀을 이장님 댁에서 받기로 했다.

사람의 입이 간사한 게 인도에서는 인도 쌀만 먹고살면서도 맛있다고 했는데, 한국에 와서는 이곳 경기미의 맛에 빠졌다. 다른 시중 마트에서 파는 쌀은 이제 못 먹을 것만 같다.

쌀맛 입맛이 어느새 고급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표고버섯도 받아서 잘게 썰어 가을 햇볕에 말렸다. 요즘은 다들 건조기에 말리기도 하지만, 쨍쨍한 가을 햇살에 말려줘야 비타민과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있다고 하니 마당에 은박 돗자리를 깔았다. 바닥을 깨끗하게 닦고 썬 표고버섯을 널고, 이웃 어르신이 따주신 대추도 함께 말렸다. 요즘 시래기에도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하여 시래기도 좀 말려 두었다.

표고버섯과 대추 말리기

장독도 두 개 준비해 두었으니 고추장도 담가 보고 싶은 욕심이 올라오는데, 어찌할까 고민 중이다. 일단, 먼저 된장과 간장 만들기에 도전하도록 하자.

요즘은 달걀도 닭장에서 낳은 알을 모아다가 한 판씩 주시는 동네 어르신의 달걀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큰일이다. 마트에서 사는 달걀 맛과 그것도 다르니 어쩌란 말인가?


우리 집토끼 쵸코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정착 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어 보인다. 꽃순이도 반가운지 계속 토끼장 옆을 지나다니며 관심을 갖고 쳐다보았지만, 쵸코는 아직까지 조금 경계하고 있는 중이다.

집으로 돌아온 쵸코

무사히 가을을 지나 한겨울까지 꽃순이, 장군이, 쵸코 모두 따듯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가을 햇살과 푸른 하늘, 맑은 공기와 쾌적한 가을 날씨 그리고 가을 단풍과 풍성한 먹거리를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내려주신 주님께 더욱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