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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Jan 14. 2023

강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다. 헤어질 결심

강아지 입양 보내기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할까?'

반려견 장군이와 꽃순이를 바라보며 고민이 가장 컸던 부분이다.

동물의 존엄성을 생각하면 도저히 내 마음대로 반려견을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대 위에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일 년에 두 차례씩 암컷과 수컷을 잘 단속하면 될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흘러 보냈다.


"암컷은 새끼를 낳게 되면 더욱 자궁에 병이 생겨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힘들게 되어요. 건강을 위해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게 오히려 좋아요."


 단골 동물병원 원장님의 조언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중성화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는 내년 봄에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시골에서는 면사무소에 신청만 하면, 마을 반려견들의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해준다니 봄까지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봄을 기다리던 시월의 가을날.

우연한 사고로 꽃순이가 임신을 하게 될 줄을 몰랐을뿐더러 일곱 마리 새끼 강아지들을 낳을 거라는 상상조차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너무나 큰 충격이었지만, 축복하며 어미의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두 달의 임신 기간을 거치고 12월이 되어, 세상에 갓 태어난 일곱 마리 꼬물이 천사들을 만났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반려견의 임신과 출산은 경이롭고 신비한 한 생명체의 삶과 존엄성을 배우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 큰 행운이고, 기쁨과 환희를 맛볼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어미 꽃순이와 일곱 새끼강아지들

한 생명체가 어미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와 어미의 품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며 자라 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미의 절절한 모성애는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저절로 숙연해지게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어미 역할인데 어쩌면 그리도 잘 해내는지 칭찬을 해주고 또 해주고 싶었다.


어미는 일곱 마리의 새끼들에게 몸이 말라가도록 젖을 물리고, 일곱 마리들이 배설하는 모든 배설물이 바닥에 닿기 전에 바로바로 깨끗하게 뒤처리를  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 마리 한 마리 냄새를 맡아가며 몸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핥아주었다.


어미의 부지런함과 헌신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어 보였다. 그렇게 어미는 화장실에 갈 때와 준비해 준 미역국을 먹는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일곱 마리 새끼들을 품고 있었다. 


새끼 강아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 가며, 눈에 띄게 성장 단계를 따라 순서대로 변화를 통해 성장해 갔다. 그리고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새끼 강아지들의 재롱도 늘었다. 눈을 마주치며, 손을 내어주고, 냄새를 맡으며 손가락을 핥아주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되었다.

기분이 좋다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반갑게 달려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조심조심 기다가 걷다가 탐색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일곱 마리 꼬물이들

아기 천사들을 바라보며 누리는 기쁨과 행복을 뒤로하고, 지금 또 하나의 고민을 맞이했다.


이렇게 앙증맞은 꼬물이들을 다 기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미 집에서 함께 하는 세 마리까지 더하면 열 마리가 되는 반려견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일단 한 두 마리 정도는 우리가 키우기로 하자. 그래도 우리는 반려견이 네 마리,  다섯 마리가 되는 거야. 나머지는 좋은 분들에게 입양을 보내자."


가족회의를 했다. 다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백암동물병원 원장님께 도움을 청했다.

초보 반려견의 보호자인 우리에게 너무나 귀한 분이시다. 변함없이 친절하게 조언해 주시고, 설명해 주시며, 심지어 전화 상담까지 따뜻하게 받아주시는 분이시다.

우리에게는 은인이시다. 이번에는 일곱 마리 새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얼른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이유식을 시작하며 어미젖을 줄여가야 해요. 어미가 젖을 오래 물리면 어미가 힘들어서 병이 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미랑 새끼들이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전화로 먼저 상담을 하고 직접 찾아뵈었다. 입양을 위해 고민을 나누었더니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셨다.

"이제 한 달이 되었으니 사료를 불려서 먹는 연습을 시켜야 해요. 그래야 어미를 떠나서도 잘 살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께서는 일단 우리 연락처를 따로 수첩에 적으시면서 강아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연락을 주시기로 하셨다.


"선생님, 정말 사랑으로 돌보고 키워줄 수 있는 분들이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보내기 싫지만 더 사랑받고 자라게 하고 싶거든요."


"요즘 그게 문제예요. 버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에요. 일단 여기저기 소문을 많이 내서 알리는 게 중요해요. 많이 알려야 해요. 혹시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직 입양하시겠다는 분이 없어요. 아무도 입양을 안 하면 어떡하죠?"

선생님은 그럴 경우에는 장날에 오는 아줌마(동물 파시는 분)한테 갖다 주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는 안 하고 싶다고, 너무 가슴 아파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눈시울이 붉히며 말하는 나를 위로하셨다.


"오히려 장에서 돈 주고 사가시는 분들이 더 소중하게 사랑으로 기를 수도 있어요. 그냥 데려갔다가 책임 안 지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요."


지금 당장에는 그 누가 새끼 강아지들을 데려간다 해도 도저히 떠나보내지 못할 것만 같다. 눈에 삼삼한 맑고 예쁜 강아지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막 서서히 여기저기 우리 강아지들  입양 소식을 알리기 시작한다.


헤어질 결심이 또 다른 아름다운 만남으로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이 세상에 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 강아지들이 소중함을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은다.


어쩌면 내 생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나와 우리 가족에게 숭고한 경험으로 남게 될 일곱 마리 칠둥이 인절미 꼬물이들로 인해 행복하고 감사하다.


우리 시골 마을 북카페 꿈꾸는 정원에서 아기 천사들이 태어나주니 더없이 고맙다. 한편으로는 일곱 마리를 다 책임져주지 못해 한없이 미안하다.


통곡하며 단 한 마리도 보낼 수 없다고 우는 딸아이를 보며 말했다. 엄마도 아프다고, 엄마도 너처럼 크게 울고 싶다고, 엄마도 일곱 마리를 다 기르고 싶다고 말하는데 목이 메어 왔다.


생명이 선물로 와준 것도 감사하지만,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가 너무나 큰 과제로 남아 가슴이 아리다.


그래도 꽃순이에게 어미가 되는 숭고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위안을 삼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도 덩달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인생 공부 시간을 가졌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인절미 요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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