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를 아늑하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며 궁리에 궁리를 더했다. 내부 벽과 천장의 색을 정하는 것부터 바깥 하늘과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과 문을 내는 위치, 그리고 문의 색상까지도 평범하고 모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색을 입히고 싶었다. 북카페 꿈꾸는 정원에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가는 여정은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1. 전체적인 벽과 천장의 색상
사실 미리 구상은 되어 있었지만, 자신감을 갖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시공사 사장님과 처음 벽과 천장에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카탈로그를 가져와 의논하던 순간 마음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저는 벽은 겨자색으로 하고, 천정은 밝은 청록색으로 하고 싶어요."
"아이 참, 아직도 인도에서 벗어나질 못하시네요. 색감이 없으세요."
내 의견이 사장님으로부터 묵사발을 당하던 순간이었다.
그전에도 지붕을 초록색으로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주장을 펼쳤음에도 촌스럽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터였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후유증으로 몸이 안 좋아서 잠시 집에서 쉬고 있던 찰나, 남편과 사장님은 우리 집 박공지붕을 진회색으로 결정해버리고 말았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나는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 의견을 꼭 관철시켜야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나중에 후회한들 어찌할 도리가 없을 테니까.
"이번에는 제 의견을 수렴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사장님은 마지못해 내가 원하는 겨자색과 연 청록색을 칠하기로 하시면서, 내게 미안하셨던지 점심을 사겠다고 하셨다. 내가 이미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아시고는 마음을 풀어주고자 하셨다. 그렇게 못 이기는 척 남편과 함께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며 서로 기분 좋게 북카페 인테리어를 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후에 사장님은 내게 인테리어 사업을 해보라는 극찬을 남기셨다. 보시기에 나름 마음에 드셨나보다.
북카페꿈꾸는정원
2. 책꽂이와 조명, 스피커
책꽂이를 직접 만들고, 조명을 설치하면서 나는 발품을 팔아 전등을 사러 돌아다녔다. 책을 꽂아야 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며, 천정의 높이와 전등의 위치를 이리저리 생각을 돌려가며 자리를 잡아갔다.
스피커의 위치도 중요했다.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요란해서도 신경을 건드려서도 안 되도록 최대한 맑고 좋은 소리의 스테레오 사운드를 위해 미리 주문 제작한 두 개의 스피커의 위치와 높이를 정했다. 포인트를 주기 위해 사장님이 붙여놓으신 물결무늬 나무는 아직도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부만 뜯어내고 그냥 내버려 두고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북카페꿈꾸는정원
3. 작은 세미너룸
북카페에서 책꽂이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소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방을 만들어서 책꽂이와 슬라이딩 도어로 구분을 했다. 지금도 하얀 칠판을 붙여서 세미나와 수업을 할 수 있는 그 작은 공간은 인기가 많다. 나 또한 종종 머무르는 곳이다. 독립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캘리그래피나 독서모임 등 작은 소모임이 이루어지는 아지트와 같은 곳이 되었다.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큰 통 창을 두 개나 만들어 두어서 따사로운 햇살이 항상 비치는 온화한 곳이라 겨울에도 훈훈하고 따뜻하여 신기하게도 난방을 따로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곳이다.
북카페꿈꾸는정원의 작은 공간, 세미너룸
4. 화장실은 더 빛나게
설계사는 화장실을 가능한 좁게 하여 공간을 아끼라고 내게 조언을 건넸다. 그런데 나는 무엇보다 화장실은 남녀로 구분되어야 하며, 수전이 있는 파우더룸과 화장실을 분리했다. 주방 옆에 작은 창고용 수납공간을 설치하여 벽과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엔 햇살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쭉한 직사각형 픽스 창문을 만들어서 바깥 풍경이 안으로 들어오게 했으며, 전체 벽은 프라하 광장이 그려진 큰 그림 벽지로 완성했다. 두 개의 화장실 문도 겨자색과 닮은 노란색으로 입혔다.
화장실 옆 공간
5. 북카페 주방 인테리어와 창문
커피와 음료, 샌드위치를 판매하기로 처음부터 계획했던 거라 편리하면서도 예쁜 주방을 만들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벽 하나는 인테리어와 실용성을 겸비한 선반을 설치했다. 영국에서 가져온 컵과 접시로 장식을 하고, 시원한 음료를 담아낼 유리컵을 올려놓았다.
한편에는 뒤로 초록 풍경이 보이도록 창문을 설치했다. 설거지하면서 가끔은 바깥을 내다보며 시골 산자락에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눈 오는 날엔 창밖으로 내리는 하얀 눈을 바로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아무튼 카페 주방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커피 머신부터 그라인더, 정수기, 테이블 냉장고와 냉동고, 포스 기와 컴퓨터, 앰프, 주방 싱크대와 블랜더, 얼음 빙수기, 전자레인지, 오븐까지 준비해야 할 비품이 가장 많았다. 메뉴를 신속하고 정갈하게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동선을 잘 파악하여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카페 주방이 나름대로 널찍하게 잘 마련되었다. 조명과 메뉴판, 인터넷 모뎀과 CCTV까지 준비해야 하는 모든 모양과 위치는 북카페의 인테리어에 들어간다.
6. 원서와 많은 책 그리고 '샨띠 책방'
북카페 인테리어는 천장까지 높이 세워진 책꽂이에 빼곡히 꽂힌 책이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도 오래전부터, 영국에서부터 영어 원서 책을 모아 왔다. 그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책들도 많고, 꾸준히 좋은 책들을 모아 온 덕분에 책들이 넘쳐나서 급기야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북카페 입구에는 판매를 위해 작은 동네 책방인 '샨띠 책방'을 준비했다. 새로 입고한 따끈따끈한 도서를 전시해서 따로 책방 코너를 만들어 두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새것도 몇 개 있지만 대부분 당근 마켓에서 중고로 구매하여 겨우 구색을 맞추었다.
7. 실내 테이블과 의자, 액자
근사한 가구 매장에서 잘 구성된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구입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후회되지 않는다. 인테리어에 끝없는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오래전 영국 사람들이 사용하던 중고 테이블도 한국에 가져와서 북카페 홀 중앙에 두었다. 영국에서 중고 시장, 카부츠 세일에서 구입한 옛날 그림 액자도 벽에 걸어서 인테리어를 완성시켰다.
8. 정원 가꾸기 그리고 노을과 하늘
북카페 꿈꾸는 정원의 정원을 꾸미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계절마다 꽃들이 바뀌고, 텃밭의 야채들이 자라도록 관리하며, 북카페를 둘러싼 장미 넝쿨이 더 많은 꽃들을 피워내도록 돌보는 일은 수고와 땀이 바깥 인테리어를 담당한다.
감사한 것은 푸른 하늘과 탁 트인 들판을 넘어 문수산 자락을 넘어가는 석양의 노을은 더없이 아름다운 북카페의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이루어 준다. 초록 잔디는 그 모든 것을 돋보이게 하는 바탕화면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북카페꿈꾸는정원
9. 새들의 노래
새들의 노랫소리는 어떠한가? 실내에 스피커를 설치할 때 한 지인이 내게 정원에도 스피커를 설치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나눴다. 나는 단번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바깥 정원 마당에 있는 그 순간에는 야외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내 신념을 밀어붙였다. 봄이 되면 온갖 새들의 소리가 음악이 되어 연주하며, 여름이 되면 개구리들까지 합세하여 합창을 이룬다. 시골 북카페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오묘하고 즐거운 인테리어가 아닐 수 없다.
북카페꿈꾸는정원의 노을
이쯤에서 북카페의 인테리어는 마무리되었다. 모든 것은 끝이 없었다. 어느 정도 계획한 예산 안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거액을 쏟아부어 더 멋지고 세련된 북카페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수와 처지에 맞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10.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나를 위로하면서도 마음에 부담을 주는 사실 하나.
북카페의 인테리어를 완성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북카페를 지키는 카페지기라는 것이다. 어쩌면 내게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희망을 주는 대목이다. 돈으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북카페를 관리하고 지키는 주인장의 몫이 커버할 수 있다면 당연히 우리가 노력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젊지도 않으며, 이제는 더 이상 예쁘지도, 세련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중년 카페지기의 어깨가 무겁다. 외모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서적인 심리적 인테리어를 갖추고 싶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쉼을 주고, 마음의 위로와 평강을 누릴 수 있는 카페지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은 계속된다. 옷을 예쁘게 갖춰 입으면 일을 하기 불편하여 늘 편안한 복장과 신발을 고수하게 되지만, 조금은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겠는가?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목소리는 싱그러우며, 부담스럽지 않은 태도와 다정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소유한 북카페 지기가 되고 싶다.
그렇게 인테리어를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고, 기도가 필요하고, 부단한 수고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하루하루 시간이 더 쌓이고 흘러가다 보면, 북카페 꿈꾸는 정원이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완성된 인테리어를 이루어가리라 스스로 믿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