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으로 가는 길

딸과 함께

by 샨띠정

요즘 부쩍 서울 갈 일이 생겼다. 딸아이의 여름 방학이라 같이 서울 구경도 할 겸, 한국에서의 나름 넓은 세상을 경험시켜 주고픈 엄마의 마음도 물론 가세했지만 그 이면에는 친구 없이 심심한 방학을 보내는 딸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엄마의 역할이 추가된 셈이다. 덕분에 내게도 좋지 않겠는가?

남부터미널에서 진천행 직행버스 경일여객을 타고 고속도로 위를 달린다.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뻥 뚫린 푸른색 버스전용 차선이 당당한 대로를 만들어주니 교통체증의 짜증에서 해방된 것도 시원함을 주니 더없이 좋다. 거기에다 판교를 지날 때 양쪽으로 우뚝 우뚝 솟아 각 기업들의 상징을 드러내며 건축미까지 겸비한 테크노피아를 지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빌딩숲 위로 펼쳐진 하늘도, 군데군데 섬처럼 자리한 언덕배기 동산들까지, 초록빛 울창한 가로수와 숲들이 그런대로 자연과 어우러진 회색빛 도시의 운치도 볼거리가 되어 다가온다.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영동고속도로 갈아타고 초록 산들이 무성해지는 순간에는 마치 거의 집에 다다른 듯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어쩌면 서울이 가까이하기엔 먼 짝사랑의 대상이라도 되는 듯, 뒤돌아보지 않고 잊으려 노력하는 심정까지도 가슴에 가벼이 품을 수 있는 시골집, 내 집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면 한 시간 내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다행이었다. 가지 않아도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몸을 싣고 달려갈 수 있는 서울이 있어서 그동안 위안이 되었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간다지만, 도시와 멀어지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나의 4년 동안의 시골생활을 이어왔다. 9월 10일이면 정확히 만 4년을 채운다.


인도식당을 보더니 환호성을 지르는 딸아이.

금박이 씌워져 빛이 나고, 화려한 문양의 타일 디자인과 대리석 바닥에 마음이 쉼을 얻기라도 하듯

"너무 좋아, 너무 좋아."를 연발하는 게 왠지 짠하게 보여서 더 격하게 공감해 주는 엄마.


테이블을 인도 음식으로 채우고 손으로 난과 로띠를 찢어먹으며 딸아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해븐(Heaven)이야~바로 천국이야".


많이 그리웠나 보다. 요즘 부쩍 인도음식을 찾는다. 먹고 싶다고 조르는 날이 많아지는 걸 보니 자기 딴엔 한국생활이 녹록지 않나 보다. 이미 눈치를 채긴 했지만 마음이 짠하다.


친구들이랑 싸돌아다니고, 시시덕거리며 놀아야 할 나이겠지만 아직은 엄마만 따라다닌다. 불현듯 짜증이 올라오려다가 자취를 감췄다. 엄마가 친구가 되어 주면 좋지 않겠는가?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이 시간을 즐기고 누리기로 마음을 정하고 사랑을 한 국자 더 담아 본다.

그런 우리와 함께 시간 보내주고, 얘기 나누며 커피 마시며 힐링 타임을 선물해 준 선화언니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하다. 단 둘이 만나면 더 홀가분하게 얘기 나누고 좋았을 텐데, 샤이니와 함께 해서 더 즐거웠다고 말해준 언니.

방학 때 일부러 날 잡아 시간 내준 언니에게 고맙다.


이제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다.

집으로 오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