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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Oct 26. 2024

그녀

오지 못할 손님

그녀의 목소리는 여리고 얇은 비단 같았다.

얼굴은 옅은 수채화 물감을 발라놓은 듯 차분했고, 눈은 맑았다.

나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의 맑은 눈가가 자주 붉어졌다. 눈물을 훔치곤 했다. 나도 따라 울 것 같아 꾹 참았다.

회색빛 티셔츠와 옅은 청바지가 그녀의 얼굴빛과 닮아 보였다. 심지어 그녀가 타고 온 전기차의 푸른색 자동차 번호판조차도 그녀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닮아 보였다.


왠지 더 가까이 교제하고픈 사람들이었다. 넓은 농지를 가로질러 농로길을 걸어가면 그의 한옥 대문을 만난다. 그녀의 남편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였다. 유쾌하며 열정도 느껴졌다. 그의 한옥집도 그가 설계해서 지은 집이라고 했다.

북카페를 오픈하면 오겠다고 했던 그가 오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그러니까 우리가 북카페를 오픈하던 즈음 그는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7 개월 만에, 3월 1일 아침, 난 그의 부고 소식을 받았다. 믿기지 않아 확인을 하고서야 사실임을 받아들였다.


그가 생전에 우리 북카페에 기증하고 싶어 하던 책을 그의 아내가 들고 왔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게 주어졌던 7개월 동안,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던 그를 꽁꽁 붙들고 있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봄에는 이곳저곳 산책하며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국 그렇게 못하고 가버렸어요. 그럴 줄 알았다면 함께 다녔을 텐데.."


그가 북카페에 오고 싶어 했는데 날이 풀리면 봄에 가자고 미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끝내 그는 이곳에 오지 못하고 말았다. 마음이 아팠다. 아려왔다.

인생이 계획대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내일이 있어 감사하지만, 그 내일이 내 것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함을 배웠다.


오늘도 남편의 약을 한 알 먹고 자다가 일어나서 왔다는 그녀. 안아주고 싶었다. 뭐든 해주고 싶은 그녀.


남편이 떠난 이곳 시골에서 계속 살 계획인지 내가 물었다. 청소년인 아들 둘이서 아빠가 지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그대로 이 동네에 머물 거라고 했다. 아들들이 아빠 옷을 물려받아서 입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의 책들도 우리 북카페에도 남아있다.


그냥 멀리 떠나지 않는다니 마음이 좋았다.

이제 자주 얼굴 보자고, 내가 조금 귀찮게 할 거라고 했다. 밖으로 나올 힘도 없겠지만, 조금씩 더 다가가서 손을 붙잡아주고 싶다.


그녀가 조금만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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