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세계가 궁금하다
밖에서 바라보는 창문 안의 세상은 늘 따스하다.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하는 것과는 별개로 언제나 주황색 전구 아래 다정함이 있을 것만 같은 여운을 남기면서. 적어도 창문 밖은 위험해도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안전이 보장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먼 길을 걷고 걷다가 지친 나그네에게 창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작은 불빛이 삶의 희망을 주는 것처럼.
빗속을 걷다가도 우산을 쓰면서도 동경하는 곳은 창문 안의 세상이며, 눈보라 치는 겨울날 손발이 꽁꽁 얼어붙어 벌건 귀를 데워줄 수조차 없는 그 순간에도 창문 안의 세상은 얼마나 포근하고 따스한지 그 어느 곳이든 다다르고 싶은 목적지로 삼고 싶은 곳이 되지 않던가? 마침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 풍경을 보게 될 때까지 말이다.
문득 내가 참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은 보이지 않는 내 마음속 창문 안의 내면세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나는 지금껏 풀지 못한 그 모든 수수께끼가 다 풀릴 것만 같은 내 마음속 창문 안의 그곳을 선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답을 찾아 헤매는 수학자나 연구자들의 심정으로 집착과 간절함을 담고는 탐구자의 자세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아니 잘하면 볼 수도 있는 창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고 싶어 한다. 이제 더 이상 창문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그만하고 싶다고 외치면서.
가을장마가 계속된다. 매일매일 내리는 비가 반갑지 않은 요즘은 더 창문 안의 세상에 머물고 싶은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밖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닿지 않는 그 어느 곳이 아닌 뽀송뽀송한 창문 안 공간에서 투명한 유리를 통과해 보이는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편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나는 떨어지는 빗줄기 대신 창문 안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인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선택했다.
우산을 쓰고 바삐 움직이는 그 누군가에게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물방울 하나 없는 공간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가 어떻게든 또 다른 내면의 창문을 통과해 들어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부러운 마음도 조금은 머금은 채로.
엊그제 또다시 응급실에 갈 뻔한 상황을 맞았다. 구급차가 오고 있는 동안 구토와 함께 몸이 서서히 안정되어 구급차를 취소하기까지는 죽을 것 같은 통증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종합병원에서 심장 CT 촬영도 하고, 혹여라도 이상이 있을지도 몰라 검진을 했다. 심장에 염증이 있었지만 이제 괜찮다고, 모든 기능이 정상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안심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리고 다시 맞은 응급상황에 그 원인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졌다.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 마음속 창문 너머에 있을 것만 같다. 가만히 돌아보니 나는 중요한 순간마다 몸이 아팠다. 그걸 이제야 깨닫는다. 내 속에 내가 모르는 중요한 단서를 마음속 창문을 통해 엿보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처음 초등학교 2학년 소풍 때 무슨 일인지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해 담임선생님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서 다녀왔다. 나는 지금도 선생님의 그 자전거를 기억한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강원도 설악산으로 갔을 때도 나는 갑자기 아파서 일본어 과목을 가르치던 2학년 담임 김종영 선생님과 함께 속초 시내까지 따로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일과가 끝난 저녁이었기 망정이지 얼마나 큰 민폐를 끼쳐드렸는지 모른다. 분명 그 병원비를 담임선생님이 지불하셨을 것이다.
그 후로도 수련회를 가서 배탈이 단단히 나서 일행들을 뒤로하고 혼자 병원에 가거나 침을 맞으러 간 적도 몇 차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위경련으로 죽을 것만 같은 순간에 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곤 했으니 내게 이런 응급상황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오늘 나는 창문 안 세상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빗길을 뚫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긴 채로. 창문 밖은 위험해 더 이상 뛰쳐나갈 용기조차 일찌감치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한 가닥 실마리를 잡고 싶은 열망만큼은 간절했다.
내 마음속 내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어떻게 그 꽁꽁 닫힌 창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 볼 수 있을지 궁리 중이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