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상향에 도달하는 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결국 스스로가 누구인지 정의하게 되고 그 실패가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 코난 오브라이언,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 축사 中
꿈은 언제나 실패한다. 씁쓸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꿈꿔온 그대로를 현실에서 이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사 자신의 꿈을 이룩해 냈다고 해도, 우리는 그 꿈을 위해 희생해 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게 된다. ‘내가 꿈꿔온 건 이게 아닌데...’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엄한 현실에 맞게 자신의 꿈을 변화시킨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는 영향력 있는 시민운동가로, 작가를 꿈꾸던 아이는 패션 잡지 칼럼니스트로 꿈을 바꾼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정신없이 살아가던 아이는 때때로 색 바랜 일기장에서 잊고 있던 자신의 옛 꿈을 발견하고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한' 매력적인 미소의 소유자인 그는 세계대전 전쟁영웅임과 동시에 뉴욕 사교계를 주도하는 신흥 재력가이기도 하다. 성과 같은 그의 저택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성대한 파티가 벌어진다. 한 마디로 세상천지에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남자가 바로 그다. 하지만 그는 공허한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는 '더럽혀질 수 없는 꿈'을 지고 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인공, J. 개츠비의 이야기다.
'그는 자기 주변을 미친 듯이 둘러보았다. 마치 과거가 집안 어둠 속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매복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을, 예전 그대로 돌려놓을 거야." 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 본문 137P(E북 리더기 페이지로서 종이책 페이지와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가츠는 참혹하게 가난했던 농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달리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그는 매일같이 흙먼지를 마시며 농사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만들어 낸 강렬한 상상을 확장시켜 나간다. 상상 속의 그, 즉 J. 개츠비는 자수성가를 이뤄낸 후 미국 상류층 사교의 중심이 된 모습이다.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청년이 됨과 동시에 집을 떠나게 되고 여러 곡절 끝에 군에 입대하게 된다. 입대 후 우연히 가게 된 파티에서 그는 ‘데이지’라는 이름의 상류층 처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이 여자에게 키스하고 나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의 비전들이 곧 사라질 그녀의 호흡에 영원히 결부되고, 그의 마음은 이제 신의 마음과도 같이, 다시는 유희와 장난의 세계에 머물 수 없게 될 것임을 알았다.’
- 본문 138P
하지만 국가의 명에 따라 개츠비는 먼 이국으로 파병 가게 되고, 처음엔 개츠비를 기다리던 데이지는 ‘톰 뷰캐넌’이라는 억만장자와 결혼한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개츠비는 데이지와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 5년 동안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부를 쌓는데 몰두하게 되고 결국 신흥 재벌로서 미국 사교계의 중심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지와 재회 해 자신의 ‘더럽혀질 수 없는 꿈’을 완결하기 위해. 그는 현실에 흔들릴 때마다 꿈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더욱 정교하게 세공해 간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꿈과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 법이다. 톰이 아닌 톰의 돈을 사랑했을 뿐이라 믿었던 데이지는 ‘당신(개츠비)을 사랑했지만 톰을 사랑한 적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야.’라며 그의 ‘더럽혀 질 수 없는 꿈’을 산산이 부순다. ‘당신(신흥 자본가)은 아무리 용을 써도 우리(전통 상류층) 같아질 수 없어. 우리는 당신과 종자가 다르거든.’ 이란 톰의 말 역시 상류층 진입이라는 개츠비의 꿈을 좌절시킨다. 결국 개츠비는 자신의 부서진 꿈을 안고 쓸쓸히 파멸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개츠비는 ‘위대한 개츠비’인 걸까? 이상을 향해 질주하다가 꺾여버린, 평범한 실패자에 불과한 개츠비 아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 ‘평범한 실패’이다.
‘나는 개츠비 자신도 전화가 정말 올 거라고 믿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는 자신이 오래 간직해온 안온한 세계가 이미 끝나버렸고, 단 하나의 꿈을 갖고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던 것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렀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본문 200P
꿈의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꿈은 (비록 처음뿐일지라도) ‘더럽혀질 수 없는’ 무언가이다. 개츠비의 꿈이 그러했고, 나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모든 꿈들이 그러했으리라. 비록 얼마 안 가 깨어질 꿈에 불과하더라도 우린 꿈을 꾼다. 그것은 오직 꿈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위대함이기 때문이리라. 개츠비의 ‘위대함’이 우리에게 좀 더 인간적인 위로와 희망으로 읽히는 이유 역시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