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포맷만 봐도 다 아는데"…출신학교·나이 차별 의혹 여전해
※알파벳 이니셜과 실제 학교명·학원명은 관련이 없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뜻하는 'SKY'는 용례대로 표기했다.
"A대 로스쿨은 서울대와 경찰대를 제일 좋아합니다."
"이건 비하인드인데 로스쿨 1~3기에 B대생들이 로스쿨 더 많이 갔다고 (C대에서) 상당히 많은 컴플레인이 왔어요. 배치 상담을 저희 학교 애들은 안해주시는 거 아니에요? 뭐 이런 말도 나오고. 그때 이후로 (C대 로스쿨은 자교) C대생을 상당히 많이 뽑고 B대생을 안 뽑기 시작했어요. (입시결과를) 보세요. B대 (2022학년도) 2명, (2023학년도엔) 없죠."
"D대 로스쿨은 학교의 자율적 판단이 제일 큰 대표적 인서울미니 정성대입니다. (D대) 모 학부에서 법 공부를 시켜요. 법학 성적이 있으면 유리하고 외고 출신이 많습니다."
지난 7월말 서울 서초구 소재 A학원에서 열린 포스트-리트(POST-LEET·'이후'를 의미하는 '포스트(POST)'와 법학적성시험 '리트(LEET)'의 합성어) 설명회. 로스쿨 입시학원 원장이 직접 설명하는 최근 25개교 신입생 선발 트렌드를 듣다보니 로스쿨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 A학원의 설명에 따르면, 로스쿨 도입 15주년을 맞은 현재도 많은 로스쿨이 입시에서 출신대학과 법학과목이수 여부에 따라 지원자를 차등 평가하고 있었다.
▲ A학원이 제작한 '출신학교 분류 기준'. A학원 원장은 로스쿨이 출신대학에 따라 지원자를 차등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A로스쿨(입시학원) 유튜브)
지난 2016년 일부 고위층 자녀들의 부정 입학 의혹이 일자 로스쿨들은 새로운 입시 전형안을 내놨다. 공정성 개선을 위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고,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신상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다. 현재 로스쿨 입시에서는 지원자의 출신학교명은 물론,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장학금명, 기숙사명, 동아리명도 밝힐 수 없다. 성적표 등 각종 증명서에 찍히는 대학 워터마크도 블라인드 대상이다.
여전히 로스쿨이 지원자의 출신대학을 본다는 A학원의 말은 사실일까. 수험가의 중론은 A학원의 주장과 일치한다. '사실상 블라인드 입시가 아닐 것'이란 의혹은 이미 기정사실화된지 오래다. 가·나군 원서 전략은 출신대학과 나이가 평가에 반영된다는 전제 아래 세워진다. 매년 7월말 법학적성시험(LEET)를 치른 수험생들은 각 로스쿨이 선호하는 대학 정보를 공유받기 바쁘다. 로스쿨에 진학한 자교 선배에게 내부 정보를 얻기도 하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자기소개서·면접·배치상담 학원 풀패키지 프로그램을 결제하기도 한다. 학원은 입시 정보의 비대칭을 영업에 적극 이용한다. 로스쿨 전·현직 입시 관계자와의 인맥을 내세워 정보에 목마른 수험생들을 유혹한다.
▲ 학원이 개최하는 입시설명회에 로스쿨 전·현직 교수가 참가하기도 한다. 이미지는 올해 포스트리트 설명회를 안내하는 입시 학원의 온라인 홍보물. (출처: B로스쿨(입시학원) 홈페이지)
▲ 일부 로스쿨 전·현직 관계자들은 학원에서 직접 수강생들에게 로스쿨 입시 정성평가와 관련한 조언을 해준다. 이미지는 로스쿨 전 면접위원이 학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학원의 온라인 홍보물. (출처: C로스쿨(입시학원) 홈페이지)
다음은 A학원 원장의 또다른 설명이다.
"내 자교 선배가 E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올해가 아니고 전년도에 (자교 선배가) 있다 하더라도 (E대 로스쿨)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 우리 선배가 학교 생활을 잘했다면. 이런 경향이 굉장히 크더라는 거예요."
"(F대 로스쿨은) 어디 학교 제일 많이 뽑아요? 고려대죠. 이건 제가 배치상담에서도 항상 말을 해요. 10년 이상 계속 고대생 많이 뽑아줬어요. (F대 로스쿨은) 상당히 까다로운 학교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고득점을 한 지방대 졸업자나 30대 이상 비전문직은 소신 지원을 망설이기도 한다. 결국 이들은 학벌과 나이 '디메릿'을 미리 계산해 안정 지원을 택한다.
"선생님, 저 (리트) 148점인데 서울대 (로스쿨) 써도 될까요? 근데 (학부가) 지방대에요. 안된다는 거예요, 예전엔 뽑아줬지만."
"서류 포맷만 봐도 다 아는데"…블라인드 입시 믿는 수험생 적어
음영처리된 출신학교 정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블라인드 입시에 대한 수험가의 불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입시 유경험자들은 '서류를 직접 제출해보니 개인정보를 완벽히 가리기 어려워 보였다'고 말한다.
로스쿨들이 지원자의 개인식별정보를 가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지원자가 수정테이프를 사용해 직접 마스킹 작업을 할 것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고, 서류 원본을 받아 행정실에서 마스킹 작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수험생들은 두 방법 모두 못 미덥단 반응이다. 로스쿨 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의견들을 종합해봤다. '워터마크를 100% 가리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서류의 서식, 학점 체제(4.5만점/4.3만점 등), 과목명으로 출신대학을 알 수 있다. 성적표의 입학년도, 자격증 취득일 등은 애초 블라인드 대상이 아니므로 나이도 알 수 있다.'
▲ 지난 2022년 모 로스쿨 지원자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화. 한 지원자가 증명서에 찍힌 대학 워터마크를 가리기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는 모습. ⓒ히읗
▲ 지난 7월26일 로스쿨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한 익명의 유저가 '진짜 블라인드겠냐 서류 포맷만 봐도 다 아는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법학전문대학원 갤러리)
실제로 2017년 자기소개서 신상기재 원칙을 위반한 사례가 있었다. 2017년 교육부가 실시한 로스쿨 입학실태 점검에서 서류에 지원자의 사진과 이름, 부모의 이름 및 직업이 노출된 사례 등이 발견됐다. 이후 2018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는 로스쿨 입학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2017년 12월13일 교육부 보도자료 '교육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실태점검 등 결과 발표' 3페이지. 지원자 신상 블라인드 원칙을 어긴 사례가 발견됐다. ⓒ 교육부
▲ '2018~2022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실태 점검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공개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어 비공개 처리"하였다고 밝혔다. ⓒ 히읗
로스쿨 합격자 통계를 보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출신 20대 편중 현상이 뚜렷하다. 매년 비슷한 입시결과가 반복되면서 로스쿨의 '나이 어린 SKY 선호'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원자들의 성적을 별도의 통일된 서식에 재작성하는 로스쿨은 없을까. 지난 2017년 12월13일 교육부가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실태점검 등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점검 대상 로스쿨 8개교 중 1개교만이 '학생의 출신대학을 알 수 없도록 대학 로고가 표기되어있는 성적증명서 대신 대학성적을 별도의 서식으로 재작성하여 서면평가를 실시하고 있었다'.
2023년 현재는 어떨까. 지난 8월초 로스쿨들에 전화·메일·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등으로 직접 문의해본 결과 '별도의 재가공 등 처리를 한다'고 답한 곳이 두 곳 이상 있었다. 그러나 설명이 모호하고 물증이 없어 신뢰도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았다.
다음은 '서류 양식 통일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G대 로스쿨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G대 로스쿨은 학생들에게 서류 원본을 받아 행정실에서 마스킹 작업을 한다.
"성적표 생김새가 학교마다 다른데요. 재가공을 해서 어느 학교 문서 양식인지 못 알아보게 하나요."
"그렇게까지는 안 해요."
"교수가 자기소개서, 증빙서류, 성적표를 같이 보는데, 마스킹을 해도 결국 출신대학을 추측할 수 있지 않나요. 교수가 편견에서 100%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추측한 걸 가지고 점수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고 들면 뭐 사실 완벽할 수가 있을까요."
'지원자가 낸 서류를 스캔하여 학교 전산 프로그램으로 개인정보를 가린다'고 답한 H대 로스쿨은 '워터마크도 100% 가려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H대 로스쿨의 2023학년도 합격자 구성을 살펴보니 SKY 출신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그간 로스쿨들은 'SKY 우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량이 좋은 SKY 출신 지원자 수가 많다'는 방어논리를 펼쳐왔다. H대 로스쿨도 지난해 SKY 출신 지원자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 지난 7월31일, 정보공개포털(https://www.open.go.kr/) 을 통해 H대 로스쿨에 '2023학년도 신입생 선발 지원자들의 출신대학'을 문의했으나 8월10일 '비공개한다'는 내용의 답변이 돌아왔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 지원자와 합격자 통계를 갖고 있을까. 8월2일 교육부에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간 전문석사 신입생 선발결과 통계'의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8월10일 '정보공개 부존재 결정통지서'를 보내왔다. 사유는 '미생산, 미접수된 정보'였다.
"불합격 납득 안 돼" vs "정보 공개시 입시 공정성 훼손"
공정성 논란의 근저에는 '깜깜이 입시의 꽃' 정성평가가 있다. 로스쿨 입시는 '학토릿(학점·토익·리트)' 정량평가와 '서류·면접' 정성평가로 이뤄진다. 이 중 정성평가는 붙은 이도 떨어진 이도 본인의 점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로스쿨마다 상이한 채점 기준표와 점수 급간도 공개되지 않는다. 로스쿨들은 '정보가 공개되면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고 입시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8년 서울대 로스쿨이 정성평가와 정량평가의 실질반영방법 등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평가기준의 공개가 '어떻게' 공정성을 해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알려진 바 없다.
채점 기준을 알 수 없기에 불합격자가 실제 이의 제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본인의 정성평가 점수를 알아낸다한들 '왜' 그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싼 논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 로스쿨에 불합격한 수험생이 자기소개서 반영률에 대한 의견을 밝힌 온라인 게시물. 정성평가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지원자들은 당락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출처: 다음카페 서로연)
수능 점수만 반영하는 대입 정시처럼 '학토릿' 정량만 보는 로스쿨 입시는 없다. 모든 로스쿨은 사실상 '정성대'다. 서류 블라인드 평가 문제에서 모든 로스쿨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출신학교와 나이로 차별받을 수 있단 의구심이 끼어들 틈은 여전하다. 16기 신입생 선발을 앞둔 지금까지도 이 틈을 메우지 못한 로스쿨 입시를 공정하다 말할 수 있을까. 지난 7월23일 치러진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는 15,64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입학정원 2,000명 안에 들기 위해 올해도 수험생들이 '깜깜이 입시'를 치를 예정인 가운데, 일부 로스쿨 전·현직 교수는 오히려 사교육기관에서 정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 블라인드 입시 공정성에 관한 문의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입학에 관한 사항은 해당 로스쿨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 히읗
로스쿨 입시는 '대학의 자율성'이란 미명 아래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육부는 신입생 선발 절차를 사실상 로스쿨의 자율에 맡긴다. 위반 사항이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다. 지난 2016년 로스쿨 입학실태 전수 조사에서 드러난 위반 사항에도 관계자 문책이나 주의 조치 등이 전부였다. 부정행위를 한 지원자의 입학도 취소되지 않았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로스쿨 입학은 한국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유일한 관문이다. 2017년 사법고시 폐지 이후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미래 법조인 선발권을 로스쿨 교수들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은 불명확한 기준으로 선발된 예비법조인을 원하지 않는다. 오늘도 로스쿨 16기 입시 수험생들의 디데이 달력은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