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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Jul 16. 2018

알루미늄에서 상상할 수 없던 내추럴 사운드의 완성

STEINHEIM ALUMIN FIVE

‘자연 미인’ 이라 불러야 할까? 스텐하임의 신작, 알루민 5 (Alumine Five)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기계적이거나 인위적이거나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하나도 없다. 듣는 순간,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톤의 사운드를 알루미늄 소재의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움이자 다소 의외스러운 결과이다. 흔히 알루미늄은 금속 소재에 대한 메탈릭한 사운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루미늄 스피커들이 다 차가운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매지코, YG 같은 알루미늄 스피커들은 메탈릭한 사운드가 없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새로운 표준점을 만든 바 있다. 그리고 스텐하임의 신작 또한 알루미늄으로 스피커 분야에서 한 발 앞서가는 알루미늄 스피커의 대세론을 증명하는 결과이자, 나무로 만든 스피커보다도 한층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주고 있다.



음악 기획/제작 그룹이 만든 사운드, 스텐하임

▲ 나그라 마케팅 담당자 매튜 라투르(좌)와 스텐하임의 대표 장-파스칼 판차드(우)

스위스의 스피커 업체, 스텐하임은 설립된 지 8년이 넘은 회사지만, 창업에 비해 실제로 업계에서 알려지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로, 거의 신생에 가까운 스피커 업체이다. 최초의 회사 설립자이자 개발팀은 골드문트를 그만 두고 나온 4명의 엔지니어들이었다. 골드문트에서 회로 설계와 스피커 설계를 담당했던 이들은 직접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 스텐하임을 설립하고 첫 작품인 알루민 2(Alumine Two)를 내놓았다.  하지만 제품 완성 이후 얼마 뒤, 프랑스 드비알레의 합류 제의를 받고 4명 모두 드비알레로 자리를 옮겼다. 스텐하임은 그렇게 공중 분해의 수순으로 가는 듯 했으나 또 다른 스위스의 오디오 전문가에 의해 인수되어 새롭게 회사가 재구축되었다. 스텐하임을 인수한 사람은 나그라에서 영업을 책임지던 장-파스칼 판차드(Jean-Pascal Panchard, 이하 장-파스칼)였다. 본래 재무 분야의 경력을 지닌 그는 스위스의 유명 IT 기업 및 방송국의 재무 담당자로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오디오 커뮤니티와 오디오 샵 그리고 오디오 쇼를 기획, 운영하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기획과 운영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또 다른 클래식 페스티벌인 바비에르 페스티벌 기획,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의 행사에 세실리아 바르톨리 같은 소프라노가 얼굴을 비추거나 아르헤리치의 공연장 옆에서 스텐하임 스피커가 각종 시연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또한 스텐하임이 꾸준히 내놓고 있는 스텐하임 레코딩인 어쿠스틱 세션스(Acoustic Sessions) 도 그의 음악적 애정의 결과물이다. 일반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텐하임은 2015년부터 스텐하임 이름으로 기획된 재즈, 클래식 녹음을 내놓고 있다. 스위스의 재즈 아티스트와 클래식 연주자들과 함께 한 이 녹음들은 모두 스텐하임의 알루민 스피커를 모니터로 사용하여 제작되었고, 모든 레코딩은 스위스의 유명한 클래식 레이블인 클라베스 레코드(Claves Records)의 녹음을 맡고 있는 장 끌로드 가브리엘(Jean Claude Gabriel)의 레코딩들이다.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사운드는 스텐하임 스피커의 특징으로, 클라베스 레코딩의 녹음들이 들려주는 공통된 음이기도 하다. 당연히 스텐하임의 스피커로 녹음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장-파스칼은 나그라의 세일즈 총책임자의 자리를 내놓고 2013년 스텐하임을 인수하며, 취미와 사회 활동으로서의 오디오가 아니라 본격적인 오디오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되었고 지금의 스텐하임을 이끌고 있다.


현재 스텐하임은 장 파스칼 판차드의 지휘 아래, 개발을 맡고 있는 개발 총 책임 엔지니어와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생산팀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개발은 책임 엔지니어와 장-파스칼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장-파스칼의 기본 계획과 아이디어에 맞춰 제품 기획이 이루어지고, 책임 엔지니어는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 그리고 개발된 제품은 장-파스칼의 귀에 맞춰 긴 시간의 사운드 튜닝이 이루어진다. 이는 흡사 미국 아발론 어쿠스틱의 닐 파텔이 추구하는 제품 개발 방법과 똑같은 시스템이다. 아발론과 스텐하임이 다른 점은 ‘실제 튜닝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아발론은 닐 파텔 본인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반면에 장-파스칼은 주변 인맥을 최대한 활용한다. 스위스 오디오 커뮤니티, 방송국 그리고 각종 음악 페스티벌 기획 등에서 활약해 온 인물이기에 주변에 레코딩 엔지니어부터 클래식 공연 기획자, 오디오 제작자, 오디오 딜러들 등 다양한 사운드 관련 인물들이 넘쳐나고, 이러한 인맥 풀을 스피커 사운드 결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장장 끌로드 가브리엘 같은 녹음 엔지니어도 장-파스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 또한 자신의 레코딩과 클라베스 레코드의 녹음에 스텐하임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장 끌로드 가브리엘의 녹음에 대해서는 레코드 리뷰에서 곧 소개될 예정이다).




스테이트먼트를 가정용으로, Alumine Five

스텐하임의 첫 스피커는 골드문트 4인방이 기획했던 북쉘프 모델인 알루민 2에서 시작되었지만, 실제 제품화와 생산은 장-파스칼 손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기본 설계 플랫폼 위에 음악적인 사운드를 입혀 새로운 스텐하임의 스피커 설계 엔진은 완성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알루민 2와 전용 서브우퍼를 더한 알루민 3가 첫 스텐하임 스피커 시스템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알루미늄과 기존 스피커에서 볼 수 없던 스피커 유닛으로 만들어진 스텐하임의 스피커 기술은 궁극의 플래그십인 레퍼런스 얼티밋(Reference Ultimate)와 스테이트먼트 얼티밋(Statement Ultimate)로 이어졌다.


2016년 공식 발매된 레퍼런스와 스테이트먼트는 스텐하임이 추구하는 음향과 기술적 업적 그리고 최고의 사운드를 보여준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플래그십 설계, 생산에서 얻어진 새로운 제작 노하우는 본격적인 일체형 가정용 플로어스탠딩 모델로 이어지는데, 그것이 지난해 발매된 리뷰 모델, 알루민 5 이다. 알루민 5 는 알루민 2 나 3 와 달리, 하나의 일체형 인클로저로 설계된 플로어스탠딩 타입이다. 2개의 모듈로 된 분리형 구조의 알루민 2 나 3 를 단순히 하나로 합친 것이 아니라 레퍼런스의 구조를 그대로 축소시킨 플래그십의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셀룰로스 소재의 PHL 드라이버

알루민 5의 핵심적 특징은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모두 분리된 드라이버 마다 고유 격실을 갖는 알루미늄 설계의 내부 인클로저 구조, 다른 하나는 프랑스 PHL이 제작한 셀룰로스 소재의 듀얼 롤 에지로 설계된 드라이버를 사용한 점이다.


먼저 드라이버부터 살펴보자. 국내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PHL은 드라이버 제작자 이름의 이니셜을 딴 드라이버 제작 업체로, 주로 셀룰로스 소재를 진동판으로 사용하고 서라운드 에지는 더블 롤 형태의 코팅된 섬유 소재로 만들어진 유닛 만을 생산한다. 셀룰로스 파이버 소재는 펄프, 페이퍼 소재의 일종으로 스피커 설계 엔지니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진동판 소재로 꼽힌다. 물론 카본이나 그래핀 같은 첨단 소재도 있지만, 셀룰로스 소재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고 음악적으로 착색이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알루민 5가 자연스러운 음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미드레인지 덕분이다. 스텐하임은 알루민 2를 내놓을 때부터 PHL의 이 셀룰로스 파이버 소재 유닛을 사용해왔다. 다만, 미드레인지만 PHL의 드라이버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알루민 5는 미드레인지 뿐만 아니라 우퍼까지도 모두 PHL의 유닛을 도입했다. 트위터는 실크 돔 소재의 시어스 유닛은 레퍼런스 얼티밋이나 스테이트먼트와 동일하지만, 우퍼까지 PHL을 쓴 것은 알루민 5가 처음이다.


또한 우퍼의 구경도 알루민 3의 8인치 크기가 아닌, 그 보다 더 큰 10인치 PHL 유닛이며 그것도 1개가 아니라 2개의 10인치 우퍼로 저음을 구사한다는 점이 알루민 5가 아랫 모델과 완전히 다른 점이다. 이는 레퍼런스나 스테이트먼트에서 구사한 멀티 우퍼 방식의 4웨이 설계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알루민 5는 3웨이 구성이긴 하지만, 저역 부분의 대역을 인클로저 내부적으로 2개로 분할하여 각기 다른 저음을 내어 사운드의 밸런스를 잡도록 한 것이다. 레퍼런스나 얼티밋에서 6개 이상의 우퍼로 저역을 분리, 컨트롤하던 것을 물러받은 셈이다.


또 하나의 특징인 인클로저도 특기할 만하다. 풀 알루미늄으로 설계된 인클로저 내부에는 오로지 볼트와 넛트 그리고 격벽의 틈을 막는 실리콘 개스킷 만으로 완성되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상부 모듈과 아래 우퍼 2개의 구성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부는 트위터, 미드레인지, 상부 우퍼, 하부 우퍼(+포트) 구성의 4개의 분할 챔버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각 대역별 사운드가 스피커 내부에서 섞이거나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리고 알루미늄의 메탈 소재가 가져다 주는 단단함과 차폐, 격리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며 이로 인해 스피커 유닛이 자기 소리를 정확히 낼 수 있도록 하여 유기적인 대역 밸런스를 이끌어 내도록 했다. 그리고 외형적으로는 알루민 2나 3와 크게 달라보지 않을지 모르지만 유닛의 크기도 커진 만큼 인클로저의 크기와 부피는 알루민 2/3와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가로폭은 5cm 더 넓어졌고, 안으로의 깊이도 10cm 이상 더 길고 깊어진, 한층 커진 부피의 인클로저로 완성되었다. 



사운드 퀄리티

스텐하임은 자체 튜닝과 대외 행사에는 크게 2가지 시스템을 사용한다. 레퍼런스 급에는 항상 같은 스위스 브랜드인 CH Precision의 소스와 앰프 세트를, 그리고 알루민 2나 3에는 나그라의 재즈 프리앰프와 VPA 파워 앰프를 사용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CH Precision의 L1 프리앰프와 M1 모노 파워 앰프를 사용하고, 소스도 CH Precision의 C1을 준비했다.


알루민 5의 음은 확실히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음이 지나치게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가 어느 하나 튀거나 자극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하얀색 도화지에 약간의 회색빛 음영이 미묘하게 배어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색채의 사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역의 디테일이 부족하다거나 롤오프 기미가 느껴지는 법이 없는 것이 이 스피커의 최대 장점이다. 충분한 디테일로 대편성 클래식 연주에서는 다양한 악기들의 디테일을, 재즈의 세션 연주에서는 연주의 인터플레이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디테일이 죽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자극이 없고, 악기의 음색이 순하고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특히 녹음이 좋은 재즈 보컬 연주를 들어보면 보컬의 바이브레이션이나 입술, 혀의 치찰음, 파찰음 같은 부분들이 귀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렇게 듣다 보면, 음질을 따지기 보다는 음악에 그대로 빠져들게 되고 손은 금방 리모컨의 볼륨을 높이게 된다. 그것이 스텐하임 스피커가 갖고 있는 무기이자 알루민 5의 강력한 음악성이다.




레퍼런스 레코딩스에서 나온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중 4악장을 들어보면, 넓고 깊숙한 런던 필하모닉의 연주홀 공간이 아주 시원스럽고 입체적으로 넓게 펼쳐진다. 약간은 차가운 듯한 공기 냄새와 중립적이지만 아주 살짝 음영이 배인 알루민 5의 음색은 묘한 편안함과 투명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그러면서도 악단이 펼쳐내는 굉장한 다이내믹스의 변화폭을 선명하고 입체적인 대비를 그리며 들려준다. 마치 영상으로 치면 HDR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는 느낌이랄까. 자칫 무색무취 같은 소리가 아닐까 하는 기우와 달리, 채널당 100kg이나 되는 이 알루미늄 스피커는 자연미를 내세우면서도 음악과 녹음에 담겨있는 화려함과 역동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현악기와 독주 바이올린 부분들은 이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색적 표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곡을 바꿔, 같은 레이블의 코플랜드 ‘보통사람들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저역의 재생 한계로 실감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그리 강력한 저음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스피커의 높이는 120cm 정도이며 무게가 100kg이나 되는 거구로, 생김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상당히 깊고 임팩트한 에너지가 실린 저역의 응집력과 무게감을 선사해준다. 팀파니의 에너지는 매우 정확한 느낌인데, 밀폐형의 저음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지만 꽤나 단단하고 퍼짐이 없는 타이트하면서도 울림이 살아있는 저역을 들려주었다. 특히 초저역 재생 능력은 2개의 10인치 우퍼로서 충분히 양감과 깊이감이 살아있는 저음이었다. 여기에 고역의 금관 악기 사운드는 일체의 자극적인 화려함없이 멀리 그리고 높게 뻗는 고음의 매끄럽고 시원한 울림을 내주었다. 클래식에는 더 할 나위 없는 재생 능력이다.



한편 ECM의 키스 자렛 음반 몇가지를 들어보면 이 스피커의 장점을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약간은 차가운 공간의 분위기를 살린 ECM의 녹음들은 키스 자렛의 피아노 독주가 주는 울림을 명쾌하게 포착하고 있는데, 재생이 뛰어난 시스템에서는 실제 콘서트 홀에서 멋진 울림으로 들을 수 있는 피아노 소리를 내준다. 알루민 5로 듣는 키스 자렛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맑고 투명하면서도 피아노의 목질감 또한 잃지 않는다는 점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라면 다소 둔중하고 명료하지 못한 피아노 음이 나오기 십상이지만, 이 스피커는 알루미늄 스피커들이 지닌 빠르고 정확한 트랜지언트의 변화 그리고 피아노 음에서 나타나는 임펄스에 가까운 수 많은 건반 터치의 움직임이 하나노 뭉게짐 없이 명쾌하게 재생되었다. 재즈 트리오 연주에서는 베이스나 드럼으로 인해 다소 시끄러워 지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알루민 5는 절대 평정심을 잃거나 요란해지거나 하는 법 없이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그대로 이어간다. 이렇게 순한 피아노의 음을 경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울림이나 디테일은 전혀 사라지거나 뭉게지지 않는다.





결 론


국내에서는 들어볼 수 없지만, 예전 해외 오디오 쇼에서 들었던 스텐하임의 레퍼런스 스피커들이 지닌 음은 대단히 커다란 공간에 거대한 사운드를 풀어 놓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자극적이거나 인위적인 음이 하나도 없는 내추럴한 사운드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었다. 알루민 5는 그러한 플래그십 기종들이 지닌 큰 스케일과 다이내믹스를 상당 부분 유지한 채, 기존에 스텐하임 사운드라고 평가받던 자연스럽고 순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이러한 톤 컬러와 음악적인 사운드를 아날로그적이라는 말로 마무리하면 다소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밸런스를 지닌 알루민 5의 음은 지금까지 다른 알루미늄 스피커들이 들려준 첨단 하이테크적인 사운드와는 분명 방향을 달리한다. 음악 본연의 컨텐츠에 빠져들게 만드는 음은 오디오적인 음이 아니라, 음악성이 높은 순음악적인 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음악답게 들려주면서도 소위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지닌 뛰어난 공간감과 입체감, 디테일은 멋지게 살아있고 여기에 대편성 음악과 대음량 재생에서의 화려한 다이내믹스의 변화와 대형 스케일의 음장감도 매우 훌륭하다. 또한 PHL 의 셀룰로스 소재의 유닛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분명 이 가격대의 다른 스피커들과도 차별화된, 스텐하임 만의 매력적인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미, 음의 순수성을 그대로 전달해주니 말이다. 굳이 단점을 찾는다면, 소박하고 댄디한 외모(?)를 지적할 수 있을 정도랄까.


스텐하임 스피커의 이미지는 알루미늄 소재나 신진 하이테크 디자인의 스피커와는 거리가 멀다. 분명 그런 소재와 기술이 담겨있지만, 이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은 일체 기계적이지도, 인위적이지도 그리고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저 음악을 음악답게 그것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음악이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다. 기존의 나무나 기타 타 소재로 만든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알루미늄의 몸체와 펄프 소재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울림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음악 체험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청명한 스위스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새로운 하이엔드 스피커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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