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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Jun 07. 2019

버메스터 175 - 럭셔리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턴테이블

Burmester 175 Turntable



버메스터 아날로그의 서막




조용한 카리스마


독일이라고 하면 굉장히 냉정하고 단조로운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그들은 대단히 풍부한 문화적 자양분 위에서 성장한 국가다. 오디오파일이 즐겨 듣는 음악에서도 클래식 강국으로서 독일은 독보적이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국가지만 그 아래엔 음악, 문학 등 예술적 토양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 중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는 버메스터라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독일에 있다. 베를린 소재의 버메스터는 1977년 디터 버메스터가 설립한 이래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기들을 다수 배출해내며 일약 독일의 대표적인 메이커로 성장했다.


아마도 오랜 오디오파일이라면 그 유명한 808 프리앰프와 911 파워앰프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필자 또한 두 가지 제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단 911 파워앰프 같은 경우 여러 스피커들과 매칭해보면서 여타 앰프와 비교해본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911 파워앰프는 매칭 대상이 되는 그 어떤 스피커들도 저역 제동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마치 직각으로 뻗은 날카로운 패널 디자인처럼 저역을 각 옥타브별로 선명하게 구분해주어 같은 저역을 오가는 악기들의 분리도를 급격히 높여준다. 마치 온 몸의 핏줄이 서는 듯 또렷하고 강력한 기음과 말끔한 배경이 특징이었다. 한편 프리앰프 808의 경우 파워앰프처럼 매끄럽고 민첩하며 투명한 소리지만 소리를 그리는 능력이 좋고 때론 음악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여전히 여유가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사용하고 싶은 프리앰프 중 하나로 깊게 각인되어 있다.


디터 버메스터가 수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버메스터는 여전하다. 그의 죽음과 함께 걱정했던 제품의 기조는 절대 변치 않고 있으며 새로운 라인업을 추가하며 혁신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포르쉐 출신 안드레아스 헨케가 CEO로 전격 취임하면서 디터 버메스터의 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럭셔리 카오디오 분야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버메스터는 요란한 마케팅 없이도 여전히 가정과 자동차 등 양 쪽 분야에서 조용한 카리스마를 견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버메스터 175 턴테이블


버메스터가 턴테이블을 출시할 거라는 뉴스를 들은 건 몇 년 전이었다. 절대 턴테이블을 만들지 않았던 버메스터였기에 호기심을 자극했으리라. 그러나 실제 출시가 이루어진 것은 한참 뒤었다. 175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사실 2017년 5월 출시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출시는 좀 더 늦어졌다. 그리고 작년 독일에서 열린 뮌헨 오디오쇼에서 175 턴테이블이 선을 보였다. 레퍼런스 라인업으로 출시된 175 턴테이블은 기존에 생각했던 하이엔드 턴테이블에 대한 통념을 깨버리는 올인원 아날로그 시스템이었다. 최근 나는 국내 버메스터 수입처인 오드메종을 들러 175 턴테이블을 테스트해보면서 이 모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175 턴테이블을 처음 마주하면 버메스터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크롬 패널이 눈부시다. 그리고 상단은 물론 하단을 매우 두꺼운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처리하고 있다.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이 이음새 없이 통 알루미늄을 절삭해 섀시를 제작하는 것과 비교된다. 175 턴테이블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 턴테이블로서 외부 플래터 안에 별도의 서브 플래터를 설치해 서브 플래터가 모터에 의해 회전하면서 외부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매우 심플해 보이는 이 플래터 구동 메커니즘엔 무려 네 개의 모터가 들어간다. 대게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를 사용하는 턴테이블이 대부분인 것에 비해 매우 많은 모터 개수다. 과거 어디선가 보았던 쿠즈마 XL4가 정도가 떠오른다.



내가 사용하는 트랜스로터의 경우 기본 한 개며 별도로 한 개를 구입해 장착할 수 있는데 175 턴테이블의 경우 기본 네 개의 모터가 탑재되어 있는 것. 이러며 회전 안정성 면에서 이득이 있고 음질적인 부분에서도 우수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와 함께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정상 속도에 이를 수 있다. 175 턴테이블에 사용된 모터는 AC 싱크로너스 모터로서 작동은 내부에 마련되어 있는 디지털 모터 제어 장치에 의해 조정되면 메인 전압의 주파수 변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네 개의 모터로 구동되는 플래터는 총 세 개의 레이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중앙에 황동 레이어를 위치시키고 상하로 알루미륨을 샌드위치처럼 감싸놓았다. 여러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인데 진동 특성은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소재를 혼용해서 사용할 때 훨씬 더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개 턴테이블 베이스를 이런 방식으로 만들곤 하는데 버메스터는 플래터 자체를 3중 샌드위치 구조로 설계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플래터 바닥엔 주로 스피커 내부 벽에 사용하곤 하는 비투멘(bitumen) 소재를 코팅해 댐핑 특성을 상승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턴테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톤암은 9인치 톤암으로 카본/알루미늄 튜브를 사용한 모델이다. 아쉽지만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은 아니고 스태틱 방식으로 톤암 추와 안티스케이팅 그리고 톤암 리프트만으로 구성된 매우 심플한 톤암이다. 베어링의 경우 세라믹과 강철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베어링을 사용하고 있으며 트래킹 능력은 꽤 우수한 편이다. 카트리지 또한 미리 장착되어 출고하는 방식으로 톤암과 카트리지는 외부 업체를 통해 특주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175 턴테이블은 앰프와 스피커만 있다면 구입 후 별다른 세팅 없이 바로 레코드를 재생해 고음질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그래서 버메스터는 고급 MC 카트리지를 장착해 출고하며 심지어 포노앰프까지 내장시켰다. 버메스터의 경우 턴테이블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모델 100이라는 출중한 포노앰프를 출시한 바 있고 이를 175 턴테이블 내부에 거의 그대로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단, 175 턴테이블의 출력은 오직 XLR 한 조 뿐이며 내장 포노앰프를 바이패스시키는 기능이 없으므로 다른 포노앰프는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내장 포노앰프는 오직 저출력 MC 카트리지 전용으로 턴테이블 후면엔 임피던스 조절 기능을 마련해놓고 있을 뿐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오드메종의 버메스터 청음실



사운드 퀄리티


시청은 오드메종에서 이루어졌고 세팅 시스템은 808MK5 프리앰프와 909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스피커는 에스텔론 Extreme으로 세팅해 최근 자주 접할 수 없는 유러피언 초하이엔드 시스템으로 셋업된 상태에서 청음 세션을 진행했다. 이 외에 948 파워 컨디셔너를 사용했고 버메스터 전용 케이블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서두에도 밝혔던, 내가 경험했던 버메스터의 사운드는 무척 냉철하고 고해상도에 온몸의 골격이 또렷하게 형성되는 듯한 소리였다. 그러나 리키 리 존스 등 테스트를 위해 평소 자주 듣는 LP를 들었을 때 처음부터 기존 버메스터의 사운드는 일부 지워야했다. 예를 들어 ‘Chuck E’s in love’같은 곡에서 전 대역 밸런스가 무척 고르고 평탄한 편이며 특히 허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중역과 저역이 꽤 두툼하게 재생된다. 베이스 연주는 정확하면서도 묵직하며 특히 드럼 사운드는 역동적이고 탄성이 강력하게 붙어있다. 동일한 곡을 타이달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보다 잔향이 좀 더 많아 풍부하고 부드럽다. 한마디로 ‘묵직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재즈, 블루스 같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생동감, 마치 재즈 클럽에서 듣는 듯한 싱싱함이 잘 살아 있다. 예를 들어 세실 맥로린 살반트의 ‘Growlin’ Dan’을 들어보면 버메스터의 디지털 소스기기로 들었을 때는 무척 에지 있고 상쾌하게 들렸던 소리와 다르다. 대역 밸런스는 좀 더 저역 쪽으로 하강하며 음색 부분에선 좀 더 존득한 찰기와 끈적끈적한 느낌이 상승해 음을 좀 더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가 안정되어 있어 들뜨거나 산만하지 않고 젠틀하며 제법 포근한 중저역 배음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버메스터가 린 LP12 같은 소리를 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플래터 회전 안정성이나 스피드 정확성은 무척 뛰어나다. 보컬이나 피아노 사운드 재생에 있어서 음정 왜곡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더불어 스피드도 느리지 않으며 리듬감도 훌륭한 편에 속한다. 다만 너무 강력한 추진력이 붙는 스타일은 아니고 꽤 점잖고 육중한 무게감이 실려있다.




예를 들어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같은 곡을 들어보면 소니 롤린스의 색소폰은 이례적으로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아날로그 붐과 함께 갑자기 쏟아져 나온 턴테이블의 가볍게 날리는 소리가 아니고 그렇다고 회고적으로 편향된 소릴 내지도 않는다. 무척 중립적이며 안정적인 밸런스 뿐만 아니라 묵직한 리듬감도 돋보인다.


이번 시청에서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게리 카가 연주한 알비노니의 ‘Adagio in G minor’였다. 누차 언급했던 묵직한 중저역의 기음과 풍부한 배음이 어우러져 LP에 담긴 모든 음악 정보를 긁어내는 듯했다. 파이프 오르간과 콘트라베이스가 섞이고 마스킹되기 십상인 녹음이지만 정확히 음계와 음색이 구분되어 들리며 적절한 텐션을 유지해주었다. 단, 175 턴테이블엔 별도의 클램프가 제공되지 않는데 적당한 클램프만 추가하면 약간 더 음질 상승이 가능할 듯하다. 물론 이런 사운드의 기저엔 버메스터의 프리/파워앰프와 에스텔론 Extreme의 역할도 컸음은 물론이다.




총평


이 외에도 몇몇 LP를 시청했는데 청음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버메스터 175 턴테이블의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예를 들어 자크린 뒤프레와 바비롤리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엘가 첼로 협주곡을 들어보면 앨범 녹음 당시인 1960년대 당시 녹음의 음색과 울림이 그대로 투사되어 들린다. 장르적 편향은 없으나 녹음의 품질이나 시대적 특성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턴테이블이다.


요컨대 만일 디지털처럼 정밀하고 냉철한 사운드를 찾는다면 당신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무척 여리고 부드러운 여성적 촉감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찾는다면 더더욱 175 턴테이블은 당신의 취향과 멀다. 카트리지와 포노앰프 또는 톤암까지 바꾸어가며 즐기는 아날로그 마니아게도 이 심플한 턴테이블은 별다른 재미를 줄 수 없다. 그러나 장르적 편견 없이 여러 시대, 여러 장르의 LP를 최대한 간단하게 그러나 고음질로 즐기고 싶다면 175 턴테이블은 당신을 고민 없는 고품질 아날로그의 세계로 안내해줄 것이다. 175 턴테이블은 전통적 아날로그의 그것을 계승하되 올인원 설계로서 편의성을 감안한 럭셔리 올인원 같은 모습으로 태어났다. 드디어 버메스터 아날로그의 서막이 올랐다.



제품사양


PHONO PREAMPLIFIER

Frequency Respone (+0.2dB/ -3dB) : 16 Hz – 102 kHz (16 Hz - Subsonic Filter)

Output Noise Level : -71 dBV (unweighted 22.4 kHz)

Input Impedance (adjustable) : 4.7 kΩ, 1.0 kΩ, 470 Ω, 330 Ω, 220 Ω, 100 Ω (suggested for factory shipped pickup)

THD at 1kHz/ 0.5mV : 0.0018 %

Gain at 1kHz : 70 dB


DRIVE

Solid-aluminum chassis with cover plate

Stands are adjustable in height

Magnetic damper in floor plate for isolation

Three layer platter for optimized resonance suppression (16,1kg)

Four AC synchronous motors and four belt drive respectively


TONEARM

Multi layer carbon tube

Length of tonearm: 9 inches

Adjustment of azimuth via clamping screw

Adjustment of weight via fine thread


PICKUP

Moving Coil cartridge (MC)

Stylus: Nude Shibata on Sapphire cantilever


DIMENSION

Turntable : 450 x 400 x 250 mm (Width x Depth x Height) 60.75 kg

Power Supply : 450 x 316 x 97 mm (Width x Depth x Height) 8.6 kg

수입원 : ODE www.ode-audio.com / 02-512-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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