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RFEDALE LINTON
하이파이 입문자들에게 선사하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탄생
와피데일의 과거 명기를 현대적 재해석으로 복원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발매하는 와피데일 헤리티지(Wharfedale Heritage) 시리즈는 덴튼(Denton)으로 꽤 성공적인 명성을 다져왔다. 올 여름에는 본격적인 헤리티지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신제품 린튼(Linton)이 등장했다. 지난 5월 독일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발표와 더불어 세계적인 발매를 알린 스피커 린튼은 유서깊은 영국제 스피커 브랜드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스피커로 35년 만에 새로운 발매를 알리게 되었다.
와피데일이 스피커 제조를 시작한 것은 1932년의 일이다. 머지 않아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영국 오디오의 이 역사적인 브랜드는 긴 세월 동안 발매된 자사의 스피커들과 기술들을 기념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전통을 재해석 해내는 일련의 제품들을 하나의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 헤리티지 시리즈이다. ‘재해석’이라는 말은 과거의 제품을 다시 만드는 복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복각은 복원의 개념으로 똑같이 다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헤리티지 시리즈는 설계 기술에서부터 부품, 소재까지 스피커 제조에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밑바탕부터 전면적인 다시 개발하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의 개념이 들어간다. 와피데일을 비롯하여 미션, 캐슬 그리고 쿼드 등의 오디오 기기들의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이 회사의 CTO인 피터 코뮤(peter comeau)는 과거 인터뷰에서 ‘헤리티지 시리즈는 옛날 소리를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옛날의 영광스러운 스피커들을 현대의 기술과 현대의 사운드에 맞춰 새롭게 현대화시킨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었다. 그 만큼 헤리티지 시리즈의 스피커들은 사운드에 있어서 모든 면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현대화된, 비약적으로 사운드의 진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리뷰 제품인 린튼 또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신제품 린튼은 헤리티지 시리즈의 선배격인 ‘덴튼(Denton) 85’ 의 후속 모델로 등장하는 헤리티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오리지널 린튼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65년의 일이며, 70년대에 걸쳐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판매되며 큰 성공을 거둔 스피커이다. 튼실한 캐비닛에 3웨이 방식의 설계된 ‘린튼 3’가 헤리티지 린튼의 오리지널로 보면 될 것이다. 같은 린튼 시리즈였지만 ‘린튼 2’는 2웨이 모델로 헤리티지 린튼과는 컨셉이 다르다. 오리지널 린튼이 등장할 당시, 린튼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등장한 다른 와피데일 스피커들인 덴튼, 멜튼, 트라이튼 같은 시리즈의 모델들은 사실 BBC 모니터적인 컨셉을 취하고 있으며 유닛 구성과 크기에 따라 차별화를 두고 만들어졌다. 물론 이 시리즈들은 BBC의 인증을 받거나 한 제품들은 아니라서 LS 3/5나 다양한 BBC 모니터 계열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기본 디자인 컨셉과 내용은 상당히 유사했다. 당시 이런 류의 스피커들의 대중화와 인기 덕분에 이런 스피커들이 일련의 시리즈로 등장했던 것이다.
35년 만에 부활한 신제품 린튼 또한 오리지널의 DNA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3웨이 모델인 린튼은 2웨이 소형 모니터에 가까운 덴튼과 달리 좀 더 크고 더 대중적인 사운드로, 더 크고 더 많은 저음을 내줄 수 있는 성능을 갖추기 위해 작은 북쉘프가 아니라 다소 큰 북쉘프 내지는 미들타워에 가까운 스피커로 완성되었고 크기에 맞춰 우퍼의 크기를 대폭 키웠다. 새로운 린튼도 같은 3웨이 설계에 크기와 용적 또한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며 빈티지적인 느낌을 주는 원목 마감의 디자인으로 과거의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레트로풍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3웨이 설계인 린튼은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의 3 유닛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이에 맞춰 전면적인 크로스오버 설계가 이루어졌다. 먼저 아래 동영상을 보면 오리지널 린튼 3의 모습을 볼 수 있다. 60-70년대 당시 스피커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제품인 만큼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들려주던 스피커였다. 소박한 설계와 소박한 만듦새라는 것을 영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부 크로스오버까지 보게 되면 린튼 3는 전용 드라이버들과 캐비닛을 통한 튜닝과 완성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리지널과 달리, 신제품 린튼은 완전히 다른 설계를 추구했다. 일단 드라이버 유닛부터 새로운 린튼을 위해 전면적으로 새로 설계되었다. 저음을 다루는 우퍼는 튼튼한 다이캐스트 섀시로 제작된 200mm 직경의 8인치 케블라 콘 우퍼를 개발했다. 북쉘프라고 하기에는 꽤 큰 미들타워급의 넉넉한 체적에 걸맞게 저음 재생의 한계를 늘리기 위해 개발된 이 우퍼는 오직 린튼만을 위해 사용되는 새 우퍼이다.
우퍼 뿐만이 아니다. 우퍼 위에 장착된 135mm의 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또한 우퍼와 마찬가지로 직조된 케블라 소재를 다이어프램으로 쓴 린튼 위해 개발된 린튼 전용 미드레인지이다. 미드레인지의 경우, 캐비닛 내부에서 별도의 수납 공간에 하우징되어 우퍼와의 공간을 격리시켰다. 이는 우퍼의 저음이나 진동으로 인해 미드레인지의 음이 뒤섞여 명료도가 떨어지고 탁한 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미드레인지는 별도의 자체 스피커 공간이 설계되어 이에 따라 동작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트위터는 25mm의 소프트 돔으로 높은 자력을 갖는 페라이트 마그넷으로 설계된, 역시 린튼을 위해 개발된 린튼 트위터이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리지널 린튼 3의 크로스오버는 대단히 단순하며 부품 또한 지극히 평범하다. 이와 달리 헤리티지 린튼은 완전히 다른 크로스오버 설계를 보여준다. 트위터에서 우퍼까지 모두 새로운 린튼을 위해 개발된 유닛을 사용하는 만큼, 크로스오버 또한 새로운 드라이버에 맞춰 전면적으로 새롭게 설계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훨씬 정교해진 크로스오버 회로를 사용했으며 부품들 또한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고 수량도 많아졌다. 물론 이 가격대에서 문도르프나 듀런드 같은 하이엔드 부품 업체의 콘덴서나 코일, 저항은 아니지만 중저가 스피커임에도 메탈 필름과 폴리프로필렌 필름 소재의 필름 콘덴서들을 투입하는 등의 부품 퀄리티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투입했다.
스피커 드라이버에서 크로스오버용 콘덴서, 코일, 저항 등의 부품 그리고 뒤에 언급할 캐비닛까지, 모든 부품들은 와피데일의 모회사인 IAG(International Audio Group)의 공장이 있는 중국 선전에서 생산, 공급되며, 린튼을 비롯한 헤리티지 시리즈 전체는 IAG의 선전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런 부품들로 만들어진 스펙을 보면, 임피던스는 기본 6옴으로 명기되어 있는데 최저점은 3.5옴까지 내려갈 뿐 그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다. 음압도 90dB로 매우 높은 편이다. 오리지널인 린튼 3의 경우 85dB 스펙의 6옴이었던 것에 비하면 임피던스는 그대로지만 감도는 많이 좋아져 구동은 훨씬 쉬워진 셈이다. 기술적 업그레이드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헤리티지 시리즈의 다른 모델인 덴튼 모델들이 86dB, 85dB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린튼이 훨씬 구동도 쉽고 임피던스도 앰프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스펙이라 할 수 있다.
린튼 헤리티지의 캐비닛은 오리지널 린튼 3 처럼 비교적 전면부가 넓은 편의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슬림하고 좁은 전면을 추구하는 요즘 스피커 설계와는 방향이 많이 다르다. 기본 소재는 MDF로 일반 중저가 스피커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본이나 알루미늄 같은 소재가 이 가격대의 스피커에서 가능할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저렴함을 목표로 만든 스피커들의 캐비닛과는 전혀 다르다. 기본은 MDF에 별도의 칩보드 합판을 본딩하여 접합시킨 듀얼 레이어 보드로 만들어졌다. 대다수 중저가 스피커 내지는 보통의 하이파이 스피커들은 두꺼운 MDF 단일 소재로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린튼은 MDF에 각기 다른 밀도의 칩보드들을 스피커 통 부위마다 다른 입자 크기의 칩보드들을 덧붙였다.
MDF에 부위마다 다른 칩보드를 레진으로 본딩하여 사용한 이유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통울림으로 소멸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와피데일에 따르면, 캐비닛 통에 사용된 칩보드의 공진 현상들은 특정 주파수가 아니라 넓은 주파수 전체에 걸쳐 골고루 분산되어 소멸되도록 하여 특정 주파수에서의 공진의 튀거나 통울림이 소리의 색깔을 바꾸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는 단일 MDF 하나로 제작할 경우, 특정 주파수에서 튀거나 통울림이 심하게 생기는 것을 없애기 위한 설계 기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분명 중저가 제품으로 투입할 수 있는 예산 하에서 제작 기법과 적절한 소재의 가미로 통울림을 듣기 좋은 울림으로 소멸되도록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유닛들이 장착된 전면 패널의 경우는 1인치 두께의 단일 MDF를 사용하여 단단한 강도를 유지하여 유닛의 흔들림이 없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드라이버들로부터의 재생된 사운드가 더 깨끗하고 또렷한 음이 될 수 있는 캐비닛이 완성될 수 있었다.
캐비닛은 올드한 디자인이지만 이처럼 나름의 설계 기술이 투입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레트로풍의 디자인임에도 월넛 무늬의 원목 마감 처리 수준이 꽤나 높기 때문에 절대 이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스피커로는 보이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수준의 만듦새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사운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굉장히 착하다. 아마도 70년대 당시 발매된 린튼의 가격이나 오늘날 린튼의 가격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런 놀라운 일이 가능한 것은 기술의 개발과 중국 공장의 대량 생산 덕분일 것이다. 설계자인 피터 코뮤는 30년 전 그가 만들던 헤이브룩 스피커 가격과 현재 생산 중인 와피데일 다이아몬드 200의 가격이 똑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런 놀라운 가격의 현상 유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거한 설계 기술의 발전과 부품의 고급화 그리고 중국 공장에서의 대량 생산이 가져다 주는 원가 절감의 효과 덕분이라고 한다. 아마 영국내 제조 내지는 IAG 그룹이 아닌 개인 회사 였다면 제 아무리 중국 생산으로 한다해도 헤리티지 린튼 같은 만듦새와 퀄리티를 갖추면서 이런 가격에 제품을 내놓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스피커의 또 하나 특징적인 점은 옵션으로 제공되는 스피커 스탠드가 거의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거의’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분명히 스탠드는 별매품이지만, 실제로는 스탠드가 포함된 가격으로 판매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크기와 높이를 맞춰 스피커를 위하 함께 개발된 악세서리이므로 이 스피커를 위해서는 기본 옵션으로 사용해야 하는 악세서리이다. 스탠드없이 사용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특별히 스탠드를 쓸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 스탠드는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메탈 프레임에 상부와 하부에 나무 판재를 더해 만든 린튼 전용 스탠드는 불필요한 진동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별도의 치밀한 댐핑 처리가 입혀졌다. 기본 디자인은 스피커의 높이를 귀 높이와 맞추기 위해 그리고 이에 맞춰 튜닝이 되었는데, 아래의 빈공간에는 LP 수납이 가능하도록 하여 기능적 편의성도 함께 제공된다.
테스트에는 EAR의 V12 인티 앰프와 소스 기기는 린데만의 뮤직북 10 과 라즈베리파이에 ALLO 보드를 얹은 Roon Ready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Roon Core는 삼성 노트북에 윈도우 10에서 코어를 동작시켰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선입견으로 시작된 린튼의 사운드는 완벽한 반전의 드라마였다. 레트로 풍의 디자인과 저렴함의 대명사 와피데일 그리고 크기는 커졌으나 여전히 저렴한 가격의 이 스피커에게 거는 기대는 두꺼운 중역, 따스한 보컬 톤 그리고 두껍지만 나름의 질감이 살아있는 현악기 및 어쿠스틱 악기들의 사운드.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린튼은 기대와 달리 훌륭한 현대적 올라운더 스피커의 기질로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이 스피커는 중역만 부풀려 놓은 둔중한 스피커가 아니다. 저역은 무르고 고역은 잘라 먹은 빈티지 같은 사운드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선입견이었을 뿐, 현실은 매우 현대적인 해상력과 디테일 그리고 탄력있는 저음과 투명한 중역으로 입체적이며 어쿠스틱한 녹음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가격이 무색할 만큼 중역의 높은 순도와 명료도, 투명함으로 ECM의 고해상도 녹음에서 뛰어난 상성을 발휘하여 고역 끝이 뭉치거나 두꺼운 입자 그리고 딱딱한 입자로 소리를 두텁고 평면적으로 만드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모니터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부분이 있을 정도였다. 뛰어난 어쿠스틱 녹음들에서는 녹음이 지닌 무대, 깊이감, 다이내믹스, 해상력, 디테일 등을 제대로 보여주지만, 단조롭고 평면적인 가요나 팝의 인위적인 밸런스의 어쿠스틱적이지 않은 녹음들에서는 녹음이 지닌 문제점들과 답답함들을 하나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다 드러내놓는다. 생김새만 봐서는 보컬 위주의 가요나 팝 같은 곡을 들어도 듣기 편하게 술술 음악을 풀어내놓는 푸근한 음악성을 내세우는 사운드를 들려줄 것 같지만 그 반대다. 녹음이 좋을 수록 제 소리를 내고, 녹음이 나쁘면 나쁜 만큼 문제점을 그대로 눈 앞에 그려놓는다.
일단 클래식 대편성으로 카라얀이 베를린필과 70년대에 녹음한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중 ‘3악장: 스케르초’를 들어보면 대형 오케스트라의 커다란 규모의 사운드를 제법 멋있게 스케일감을 그려내며 그 속에서 뻗는 관악기들의 울림도 진하고 선명하게 시원스럽게 뽑아준다. 물론 일부 플로어스탠딩 모델들이 들려주는 다이내믹스나 깊이감 있는 음상에 비하면 약간 스케일은 작고 입체감이 간혹 평면적일 때도 있지만, 이 정도 크기의 몸통과 케블라 드라이버 그리고 소프트 돔으로 들려주는 사운드가 이 정도라면 굉장한 선방을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다.
저음 테스트를 위해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테스트했던 리스닝 공간이 8m x 8.8m 의 작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깊이있는 저음을 이 정도 체구의 몸통으로도 쏟아내주었으며, 능력 이상의 저음 내느라 허덕이거나 저음 때문에 음상이 헐거워지는 문제점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저음은 깊고 힘이 있으며 양감도 크기에 비해 꽤 풍부하고 임팩트한 타격도 정확히 제때 울려주었다. 물론 비교했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 비하면 초저역의 깊이감이나 안길의 무대 뎁스 같은 것은 다소 덜했지만 크기와 가격을 감안하면 덴튼의 성능은 꽤나 놀라웠다.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커트 앨링(Kurt Elling)의 <The Questions> 중 ‘Endless Lawns'를 들어보면 보컬의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사운드로 풀려나온다. 도입부에 리듬을 잡는, 드럼이 아닌 발구름의 쿵덕거리는 저음부터 중량감과 적절한 양감의 무게로 저음의 도입부를 성공적으로 들려주며 이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남성 보컬의 발음들은 가격을 무색케할 만큼 부드럽고 명료했다. 보컬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아 관악기 연주를 이어가는 마커스 힐(Marquis Hill)의 트럼펫 사운드 또한 보컬 만큼이나 선명하면서도 부드럽고 자극적인 고역의 딱딱함이나 듣기 거북한 거친 입자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녹음이 지닌 공간적 분위기, 잔향감, 악기의 색채, 보컬의 톤 컬러 모두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모두 혼연일체가 된듯 녹음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소리를 내준다.
ECM 특유의 사운드를 듣기 위해 준비한 도미닉 밀러의 <Absinthe> 중 ‘Mixed Blessing’ 에서는 도미닉 밀러의 기타는 전작인 ‘Silent Light’ 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투명해진 울림의 디테일한 기타 사운드로 한층 진화했으며, 산티아고 아리아스가 연주하는 반도네온의 멜로디와 사운드 또한 매우 진하고 풍부하며 반도네온 특유의 잔향감과 울림이 입체적이면서 편안하게 풀려나온다. ECM 녹음을 알 수 있는 기분좋은 청량감에 악기들의 풍부한 디테일과 입체감 넘치는 무대까지, 녹음이 지닌 뛰어난 퀄리티를 있는 그대로 다 끄집어 내어 눈 앞에 보여준다. 모든 면면을 비교하자면 함께 한 플로어스탠더가 모든 부분에서 더 우수한 사운드와 스테이지를 들려주었지만 덴튼의 사운드 또한 그에 비할 바 없는, 비견될 만한 뛰어난 퀄리티를 선사했다. 특히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 퀄리티가 값지게 느껴졌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 비교 대상의 스피커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 덴튼 옆에 서서 스피커 케이블을 번갈아가며 연결했던 스피커는 매지코의 플로어스탠더 A3 였다. 오해는 말자. 덴튼이 매지코 A3와 거의 똑같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지 않은 북쉘프 모양의 레트로풍 스피커는 해상도, 투명도, 입체감, 무대 연출 그리고 자연스러운 중역과 안정된 저역 그리고 거칠지 않고 답답하지 않은 고역 등으로 10배나 되는 가격의 스피커와 견주어도 크게 부족함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교를 하면서 느낀 덴튼의 약점은 당연히 존재한다. 말러나 브루크너 같은 대편성으로 넘어가면 총주 같은 부분에서 일시에 소리가 가운데에서 딱딱하게 붙어버리는 한계를 보여준다거나 어쿠스틱한 클래식 녹음들에서 악기의 수가 늘어날수록 버거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한다. 하지만, 그 비교 대상이 매지코 A3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꾸로 지금까지 이 가격대의 모든 스피커들은 린튼의 사운드를 넘지 않으면 게임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만큼 이 가격대의 모든 스피커들을 한꺼번에 다시 순번 정하기 게임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헤리티지 린튼의 실력인 것이다.
지금까지 중저가 스피커 시장에는 수 많은 스피커들이 등장해왔고, 저마다의 개성과 기술적 차별화로 자기 소리를 내며 고유의 사운드를 만들려는 노력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와피데일의 신작 린튼은 거대 중국 공장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렴함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눈과 귀로 느끼게 만드는, 굉장히 놀라운 스피커를 탄생시켰다. 과거의 스피커를 되살리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등장한 린튼은 단순히 빈티지풍의 디자인과 사운드로 향수어린 추억 되새김 정도의 보기 좋은 스피커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뛰어난 성능과 놀라운 가격 대비 성능으로 이 가격대 스피커 시장 재편할 일순위의 몬스터급 엔트리 스피커이다.
제작자인 IAG의 기술 총책임자인 피터 코뮤는 지난 40년간 헤이브룩에서 와피데일의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중저가 스피커의 핵심을 다뤄온 인물이다. 신작 린튼은 그의 40년 가까운 경험이 무엇인지, 그가 추구하는 저렴한 스피커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완결짓는 완결판에 가까운 스피커이다. 굳이 첨단 기술과 값비싼 소재가 아니어도 충분히 뛰어난, 음악 감상에 부족함없는 훌륭한 스피커를 고급스럽게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음을 린튼으로 입증해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구식의 사운드와는 거리가 먼, 현대적인 사운드 퀄리티를 평가하는 요소들을 제대로 살려낸 입체적이고 투명하며 충분한 다이내믹스와 저음 재생 능력까지 거머쥔 이 스피커는 이 가격대를 평정할 새로운 챔피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트리급 스피커 시장의 허들을 높여도 한참 높여놓았다.
Type : 3way Bass reflex (제품 후면에 위상 반전 포트 2개)
Bass driver : 200mm Kevlar cone
Midrange driver : 135mm Kevlar cone
Tweeter : 25mm textile dome
Sensitivity (2v@1m) : 90dB
Nominal impedance : 6 Ohms
Frequency response (+/-3dB) : 40Hz-20kHz
Bass extension (-6dB) : 35Hz
Crossover frequencies : 630Hz, 2.4kHz (midrange/treble)
Speaker dimensions (HWD) : 565x300x330mm
Stand dimensions (HWD) : 437x300x330mm
Weight : 18.4kg/ea
수입원 : 사운드 솔루션 www.sscom.com, 02-2168-4500
제품 또는 리뷰에 대한 문의는 카카오톡채널 친추 후 톡주세요!
오디오플라자 매거진 카톡채널 바로가기 : http://pf.kakao.com/_uDRBC
하이파이 오디오 추천 리뷰
제품이나 리뷰에 대한 문의는 오디오플라자 카톡채널로 해주세요!
오디오플라자 카톡 채널 바로가기 : https://pf.kakao.com/_uDR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