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치원

실습

by 하이코드슬럼프

독일의 유치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우스빌둥을 마쳤거나 교육학 학사가 있는 경우이다.

내가 하는 과정은 맥락상 유아교육이지만 굳이 따지면 사회교육학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와 유아교육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리지만 독일에서는 교육자라고 칭하는데,

호칭에서부터 한국과 독일의 유치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가르치는 행위가 있을 때 선생님이라 불리는데 이 말은 즉 독일의 유치원에서는 수업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한국의 유치원에서 일해 본 적은 없어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카의 유치원 생활을 옆에서 봤었을 때 한글과 산수를 배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조금 많이 오래되긴 했지만 약 20년 전에 서울의 한 영어 유치원에서 일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는 수업시간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독일에서의 첫 실습 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등원부터 하원까지 아이들은 원하는 곳을 선택하여 정말 놀기만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독일의 유아교육에서는 말한다.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놀이를 선택하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놀지 혹은 혼자 놀 것인지 등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자신의 욕구에 따라 결정한다.

자유롭게 놀면서 아이는 자기 효능감을 쌓고 창의력과 집중력을 키운다. 또래와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기른다.

한국의 교육과 독일의 교육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한 장단점도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나는 유치원만큼은 독일의 방식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대부분의 것이 자신의 의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당연히 눈에 보이는 학습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취학 아동이지만 여전히 알파벳을 쓸 줄 도 읽을 줄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마다 발달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만 여긴다. (실제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는 예외)

아이들의 발달속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만약 조금 더딘 편이라면 일 년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이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단 이민자 가정의 아이뿐만 아니라 독일인 가정의 아이 중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내가 실습했던 반의 아이는 독일 가정의 아이였고 부모님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업군이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그 아이는 자기 이름을 제외하고는 알파벳을 읽을 줄도 쓸 줄 도 몰랐다.

아무튼 놀기만 하는 방식이라서 그런지 처음 일했을 때는 하는 일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속한 그룹에서는 최대 20명의 아이가 있고 교육자는 4명이 있는데 놀이하는 파트를 나눠서 아이들을 지켜본다.

같이 놀아주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이것은 아이가 원할 때이거나 혹은 친구가 없어서 혼자 있는 아이일 경우 교육자도 놀이에 참여한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아직 친하지가 않아서 나는 할 일이 너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 혹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개입해야 하고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표현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이것도 꽤나 품이 많이 들고 퇴근하고 나면 진이 빠지기는 한다.

물론 이것 외에 아이들의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 다 같이 할 수 있는 활동, 만들기 등등을 준비하는 일들도 있기는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한국의 영어 유치원, 기사를 통해 알게 되는 한국 유치원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비교가 안될 만큼 수월한 것 같다. 반대로 그래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지 나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 부모들도 없고 그래서 컴플레인을 하는 부모들 또한 거의 없다.

아이들도 독립적이라 일일이 밥을 먹여줘야 하거나 큰일을 볼 때마다 도와줄 필요가 거의 없다.

한국의 문화 특성상 모든 것이 빨리빨리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할 시간을 기다려줄 수가 없는 것도 이해하고

직접적으로 아이를 챙겨주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장단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강하고 독립적이다. 그래서 천천히 가르쳐주거나 잘 설명해 주면 그들은 다 이해하고 알아서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교육이 이뤄지는 궁긍적인 목적은 아이가 잘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