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가옥에서 보는 구찌의 영리한 디지털 홍보 전략
요즘 구찌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가옥'이 뜬다. 얼마전 이태원을 지나다 한창 구찌 가옥을 홍보하는 플랭카드를 본 적이 있다. 아 그 가옥이구나. 그런데 구찌와 한국의 전통 집을 말하는 가옥이 왜 연관되어 있을까? 구찌는 더이상 글로벌 구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국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전략은 특히 한수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잘 쓰는 전략인데 그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 느낄 수 있는 문화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할때 훨씬 더 자신들의 브랜드가 풍부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들에게 한국이란 정말 탐스런 오아시스 또는 인사이트의 에덴동산과 다름 없다. 글로벌 컬쳐 시장에서 K컬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이라는 문화적 용광로에서 새로운 무언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글로벌로 가는 직항로임을 구찌는 너무나도 잘 안다. 구찌가 그들을 한국의 전통 개념인 가옥과 연계시키는 것은 그들이 z세대의 영한 감각에 어필하는 것이며 아주 영리하게 빠짐 없이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중의 하나다.
구찌 가옥에서 보듯 구찌에게 한국을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는 거리이름으로 스토어 명을 매긴다. 뉴욕5번가점, 청담점 같은 식이다. 하지만 한국에 문을 연 2호점의 이름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옥'이라는 전통 주택의 이름에서 따왔다. 한국의 문화가 거리 이름 정도로 커버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트로 미켈레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인 트랜드를 타면서 아예 그 문화 자체를 구찌에 녹이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과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국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제품 라인업도 화려하다. ‘가옥’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여행가방, 색동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제품군이 이 매장에서만 판매중이다. 또한 구찌 보석류 중에서 가장 고가인 ‘프리미엄’ 제품라인, 색동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바이아데라’ 제품들, 디자인의 찻잔과 접시 등 식기도 이곳에서만 단독 판매하고 있다.
source : Gucci official homepage
구찌만이 Z세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닐텐데 그렇다면 구찌는 어떻게 마케팅을 하기에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5월에 공개된 구찌 아리아의 디지털 캠페인을 보면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2021년 5월 15일 구찌(Gucci)는 100주년을 기념한 새로운 ‘아리아(Aria) 컬렉션’을 15일 밤 10시(한국 시간)에 전 세계 동시 공개하면서 보인 디지털 마케팅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아리아 (Aria : 라틴어로 공기라는 뜻) 컬렉션은 라이브 스트리밍과 내러티브 영상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구찌는 디지털 화에 가장 앞선 브랜드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그런 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내러티브 영상은 종합 아티스트이자 비디오그래퍼인 플로리아 시지스몬디와 공동 디렉팅해 특별한 영상을 제작했고 영상에서는 캠페인송과 다름없는 배경음악으로는 릴펌프의 구찌갱을 활용하여 주목도를 강화했다. 그리고 이를 구찌 공식 오피셜 스토어, 구찌앱 등 자사 미디어 채널은 물론,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확산시켰으며 로컬 고객들도 빠짐 없이 잡기 위해 한국의 카카오TV, 중국의 웨이보 등도 로컬 채널을 홍보채널로 적극 활용했다. 한마디로 디지털 미디어 세상의 속성을 완전히 꿰뚫고 훨훨 날아다니는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구찌는 메타버스 플랫폼 선두주자 로블록스(Roblox)와 손잡고 로블록스 내부에 '구찌 가든'이라는 가상 홍보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며 여기에서 구찌에 대한 스토리와 한정판 게임아이템을 판매해 z세대의 관심을 모았다. 구찌는 지난 2월 한국의 네이버제페토에서도 구찌 관련아이템을 판매하는 등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가히 선두주자라고 할만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
< 로블록스에 공개된 구찌 백 >
모두에 이야기한 구찌와 가옥의 연계도 이러한 디지털 마케팅 추세를 보면 답이 풀린다. 이태원에 오픈한 구찌의 플래그샵 이름에 '구찌가옥(Gucci gaok)'이라는 한국의 전통을 표방함으로써, 전세계의 영제너레이션들에게 새로운 구찌를 발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인 구찌가 세계 디지털 명품 시장 흥행의 절대반지로 등장한 한국 시장에 얼마나 세심하게 공을 들이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구찌는 2015년 정확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등장하기 전까지 노쇠한 브랜드로 쇠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켈레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러한 데자뷔는 이전에도 있었는데 1990년대 각종 스캔들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던 구찌에 톰포드라는 걸출한 디렉터가 들어오면서 재비상한 이력이 있다. 당시 디자이너 톰포드는 현재의 40대 후반인 X세대를 타겟으로 뉴욕의 밤거리 언더독 문화를 컨셉으로 내세우면서 구찌의 완전한 부활을 이끌었던 것이다. 1990년대와 2010년대 시대는 다르지만 부활의 공통 공식이 있다. 바로 영 제너레이션이다. 1990년대는 X세대 그리고 2020년에는 Z세대에 어필함으로서 부활의 방정식을 또 한번 쓰고 있는 것이다.
사실 톰포드와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당시의 영 제너이션인 X세대와, 현재의 MZ세대를 사로잡으면서 구찌는 그때마다 퀀텀 점프를 했다 (매출 실적에서 앞단위 숫자가 추가될 정도의 빅 점프!!) 이걸 운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학습된 성공방정식이라고 해야할지... 어쨌든 구찌는 브랜드 부활에 있어서는 진정 레전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보면 구찌는
1. 구찌가옥에서 보듯 글로벌과 로컬의 접점을 절묘하게 찾는 감각
2. 최신 디지털 영상과 뮤직, 3차원 메타버스를 결합한 최첨단 디지털 전략
3. 자사미디어와 소셜 미디어를 적절하게 배합한 글로벌 미디어 확산전략
4. 뛰어난 크리에이터와의 과감하고 전면적인 협업
5. 이 모든 것을 결합해 MZ세대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통해 디지털 명품 시장의 맹주로 다시
등극했다고 할 수 있다.
#하이엔드데일리 #구찌 #구찌가옥 #알렉산드로미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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