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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생활 May 30. 2021

빛이 있으라 이전에 요구사항 먼저!

모든 일에는 시작점이 있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생겼다고 하는데, 우리가 접하는 앱이나 인터넷의 특정 서비스는 그냥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 한마디만 한다 해서 간단하고 쉽게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도깨비방망이처럼 “로켓 배송” 생겨라 하면 뿅 하고 생기면 좋겠지만 이런 서비스가 생기려면 엄청난 리소스가 들어간다) 어떤 서비스나 기능이 생기려면 그게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이로 인해 생기는 효과는 무엇인지 등 요구사항을 차근차근 정리를 한 뒤에야 기획, 디자인, 개발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이렇듯 요구사항의 분석과 정리는 서비스 기획의 가장 출발점이 되는 단계이다. 이런 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한 문서를 서비스 요청서, 사업 요구사항 정의서, BRD(Business Requirements Document)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데 기본적으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항을 정리한다는 큰 틀은 같다.


그러면 왜 이런 작업이 필요할까? 간단한 예로 우리가 일하는데 필요한 사무실을 만든다고 해보자.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만들지는 못한다. 사무실 10개가 필요한지, 20개가 필요한지,(근무인원에 따라 사무실의 개수가 달라질 것이다) 단층으로 만들지 5층짜리로 만들지,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 지방에 있어야 하는지, 서울이라면 위치는 어디인지 등 조건과 필요한 사항에 따라 비용과 건축 방식 등 엄청나게 많은 사항들이 달라진다. “50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 가능해야 하고, 위치는 상관없으나 서울에 있어야 하며, 3층 이상의 건물이어야 한다” 등 설계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조건과 필요한 사항이 정리되어야 비로소 사무실을 만드는 일이 시작 가능할 것이다. 


앱의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를 만드는데도 요구 사항 정리가 필요하며, 요구사항은 크게 비즈니스와 고객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즈니스 관점의 요구사항은 이 서비스를 통해 사업적으로 어떤 효과와 가치가 발생하는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고객 관점의 요구사항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정의를 하는 것으로 해당 기능이 만들어 지거나 서비스가 개선되었을 때 고객에게 어떤 편리함이나 이익이 있는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고객 가치가 매우 중요한데 아무리 비즈니스 관점에서 필요한 기능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고객에게 별로 유용하지 않거나 필요성이 없다면 그 서비스는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고객 관점의 요구사항이 정해지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기능 들이 필요한지 정의가 필요하다. 요구사항이 구체화되어 최종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은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구현되었나이기 때문에 필요한 기능들의 항목 리스트와 상세 사항이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회사나 산업 특성에 따라 다른데 이 부분만 따로 떼내어 PRD – Product Requirements Document로 더 상세화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쇼핑몰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을 보여주며 판매를 견인하는 베스트 코너를 예시로 들어보자. 종합쇼핑몰 A몰은 최근 고민이 생겼다. 최고 인기 상품 100개만 노출되는 베스트 코너에 헤어핀, 머리띠 같은 저가의 액세서리 상품군들과 제조사는 다르지만 생수, 화장지, 물티슈 같은 트렌드와 상관없는 동종의 생필품 상품들만 항상 노출되어 다양한 상품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흔히 IT와 협업을 안 하거나 사업만 수행하는 조직 또는 사람의 경우 “베스트 코너가 이상하다, 저가 상품만 나오고 특정 상품군으로 도배된다. 개선이 필요하다” 정도로 요구사항을 말하거나, 그 정도면 요구사항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서비스나 기능은 빛이 있으라 해서 그냥 바로 빛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게 이루어지기 위한 세부사항에 대한 정리와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경우를 예시로 요구사항(BRD)을 간단히 정리하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저가 상품 위주의 노출로 객단가가 떨어지는 사업적 손실과 쇼핑몰이 다양한 상품을 갖추지 못해 상품 구색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고객 관점에서는 트렌디하고 실제 인기 있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노출되어 상품 탐색과 구매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고객 니즈와 동떨어진 상품들 위주로 노출되는 상품 전시 로직의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주요 요구사항은 베스트 코너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잘 팔리는 상품이 고루 노출되어 거래를 견인하고 고객에게는 가이드를 제대로 해주는 걸로 정리할 수 있다.


이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 베스트 코너의 수정을 위한 기능적인 요구사항이 필요하다. 이 현상은 베스트 상품의 기준을 판매 건수로만 잡다 보니 저가의 상품과 필수 공산품과 같은 판매 건수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품 위주로만 노출되는 것이었다. 이 경우 베스트 상품의 기준을 판매 건수 외에 상품의 판매 가격도 일정 부분 포함시키고(1,000원짜리 헤어핀 1개와 50,000원짜리 청바지 1개의 판매에 동일한 가치를 주지 않고 상품 판매 가격에 가중치를 준다는 이야기이다) 생필품만 있는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이 일정 비율로 베스트 코너에 몇 개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을 거는 걸로 보완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문제를 개선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사항들을 쭉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개발이 필요한 기능들이 모아지고 정의될 수 있다. 


예시니까 간단히 정리했지만 실제 요구사항을 정리할 때는 살펴 볼 항목이 훨씬 많다. 경쟁사나 시장의 트렌드, 통계나 정량적인 데이터, 고객 조사 사항, 디자인 및 UI적인 니즈, 기대 효과 등 종합적으로 정리되어야 들어갈 리소스도 추정할 수 있고 해당 작업이 얼마나 가치를 지닐지 판단이 가능하다. 특히 기대효과 부분이 중요한데 회사의 자원은 한정적이고 이러한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과제들은 수없이 많기 때문에 우선순위와 자원 투입을 하는 기준을 기대효과 중심으로 봐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1의 자원을 투입해 3~4의 효과를 보는 과제가 1의 자원을 투입해 1~2의 효과를 보는 작업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문제 사항과 해결책만 있고 기대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요구사항만 있는 경우, 제한된 자원 투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 효과를 추정하고 규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요구사항 정리 시에 체크리스트처럼 꼭 살펴보고 정의해야 할 항목들을 잘 만들어 두면 좋다. 거기에 맞춰 답변을 달듯 정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요구사항이 짜임새 있게 정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BRD 예시를 보고 회사 상황과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항목을 가감하며 최적화된 양식을 만드는 데 참고해도 좋다. 


정리하면 요구사항은 모든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사업과 고객 관점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내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유용한 tool 이 되기 때문에 상세하게 잘 규명하고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통해 잘 담아내는 게 핵심이다. 


[예시] 요구 사항 정의 항목(Requirements Document) 


1.    Introduction (도입개요) 프로젝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2.    Business Case (구체적인 사업내용) 

2.1.     Situation / Problem 본 사업과 관련하여 현재 상황(당사, 경쟁사, 시장 등) 및 문제점 

2.2.     Business Goals 본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 또는 목적

2.3.     Business Requirements 본 사업의 요구사항에 대한 필수적인 내용 요약

2.4.     Design / UI Requirements 디자인이나 UI 적으로 필요한 사항

2.5    Functional Requirements 기능적으로 필요한 사항

3.    Expected Effects (기대효과)

3.1      Expected Returns (High Level)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기대효과

3.2      Expected Financial Returns / Business Performance 재정상의 기대효과 / 사업성과

3.3      Expected Benefits to User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 및 가치 

4.    Legal Considerations (법률적 고려사항) 

5.    Accounting Considerations (회계적 고려사항) 

6.    Reporting Considerations. 본 사업에 대한 통계(매출, 거래, 측정 Tool 등) 관점의 개발 필요 여부

7.    Required Marketing Supports. 필수적인 마케팅 지원사항(프로모션, 노출, 광고, 제휴 등)

8.    Schedule, timeline and deadlines (일정, 시간 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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