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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킥 Sep 06. 2022

[특별판] 초코파이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에서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 그 네이밍이 전체 상품을 대표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게 됩니다. 그중에서 보톡스와 같은 브랜드는 상표로 인정받는 반면 우리가 잘 아는 초코파이나 에어프라이어는 보통명사로 인식이 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네이밍이 됩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최초로 만든 회사는 독자적인 네임으로 사용할 수도, 상표권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봉고


 예를 들면 봉고차가 있습니다. 봉고차는 현재 사전에 ‘10명 안팎이 타는 작은 승합차’로 등록돼 있지만 원래는 1980년에 기아자동차가 일본의 마쓰다와 기술제휴로 출시한 1톤 트럭 ‘봉고’였으며 그 후 출시된 '봉고 코치'라는 승합차였습니다.

[1986년도 봉고 픽업 신문광고]


에어프라이어(Air Fryer)


 상표명이 보통명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에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에어프라이어입니다. 에어프라이어는 2010년에 세계 5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IFA에서 '필립스'가 공개한 제품의 브랜드입니다. 2011년 공식 출시 이후 큰 사랑을 받았지만 2012년 상표 출원에는 실패했습니다.


 당시 특허심판원은 '에어프라이어라는 명칭 자체가 기름 없이 공기를 이용해 튀기는 튀김기로 인식되며 이미 다수의 경쟁 업체에서 비슷한 기능의 튀김기에 이 명칭을 붙여 제품을 만들고 있어 독점적인 상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판단을 한 것이죠. 이로 인해 에어프라이어는 특정 업체의 제품이 아니라 가전제품의 종류를 의미하는 명사가 됩니다. 그래서 테팔의 경우 '액티프라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명을 가지고 시판하기도 하죠.


보톡스(Botox)


 위에서 말한 사례 중에 반대되는 사례는 '보톡스'입니다. 일반적으로 주름을 펴 주는 의약품을 흔히 ‘보톡스’라고 칭하지만 이는 미국의 Allergan Inc. 의 상표명이자 화학 약품의 한 종류입니다.


 보톨리눔 톡신을 주성분으로 하는 모든 의약품을 보톡스로 부르는 관용이 생기자 엘러간 측은 다른 상품을 쓰면서 보톡스라고 홍보하는 병원에 대해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 상표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죠. 결국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20년 7월 한국 브랜드 ‘보노톡스’의 상표 등록 무효 심판에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초코파이


 이번에는 국민과자라고 말할 수 있는 초코파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오리온에서 1989년에 제작한 오리온 초코파이 CM송입니다. 개인적으로 초코파이라고 하면 오리온과 앞의 CM송, 그리고 군대에 입대해서 교회에서 처음으로 먹은 초코파이가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오리온에서만 나오고 있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표 제과회사에는 모두 판매하고 있습니다. 롯데에서도 나오고 크라운에서도 나오고 지금은 판매되지 않지만 해태제과에서도 초코파이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별로 초코파이가 많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초로 개발, 출시한 오리온이 상표권 분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소개드리면, 오리온은 1974 원형으로  빵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 코팅을  빵을 만들고 '초코파이'네이밍하여 출시를 합니다. 또한 오리온의 담당자는 잊지 않고 1976년에 '오리온 초코파이' 상표 등록을 합니다. 이렇게 상표등록을  것이 후에  불이익을 가지게 되죠. 만약에 이때 '오리온 초코파이' 아니라 '초코파이' 상표등록을 했더라면... 2022 현재,  세상에는 '오리온 초코파이' 존재할 거예요.


'오리온 초코파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경쟁사에서는 모두 초코파이를 상품명으로 한 카피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더군다나 오리온에서는 1979년 '롯데 초코파이' 상표 등록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출시 23년 후인 1997년, 뒤늦게 롯데의 상표 등록을 무효화해 달라며 특허 심판과 소송을 걸죠.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끈질긴 상표권 분쟁 끝에 '초코파이' 자체는 원형의 작은 빵에 마시멜로 넣고 초콜릿 코팅을 입힌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인식이 되며, 여러 제조회사의 초코파이 제품은  앞에 붙은 '오리온', '롯데' 외에도 '크라운', '해태'등에 의하여 제품의 출처가 식별되게 되었다고 보여지기에 결국 '초코파이' 그러한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는 관용하는 상표로 되어 자타 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하였다고 본거죠.


쉽게 표현하면, 등록상표 '롯데+초코파이'가 인용 상표 '오리온 초코파이'에 대비하여 보면 상품 출처의 오인, 혼동을 일으킬 염려 또는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구매자를 기만할 염려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초코파이는 관용 상표가 되어 어느 회사든 출시하고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출처: 각사 홈페이지]


오리온 초코파이 vs. 롯데 초코파이


 오리지널을 강조하는 오리온 초코파이와 추격자의 역할을 하는 롯데 초코파이의 숙명적인 대결 이야기를 해보죠.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 4월, 롯데 초코파이는 1978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원조이고 롯데뿐만 아니라 크라운, 단종된 해태 초코파이도 짝퉁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추격자의 마케팅으로 인해 1988년도에 오리온 초코파이는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게 되죠. 출시 당시 초코파이는 가격도 꽤 비싼 편이고 고급 과자에 속해있어서 광고도 '단돈 100원이면 고급 초코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뉘앙스의 광고가 대부분이었죠. 그러나 점자 생활여건이 향상되고 다양한 고급 과자에 밀려 더 이상 고급 과자의 이미지가 유지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업계 1위인 오리온 초코파이의 매출이 하락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오리온이 브랜드 컨셉을 바꿔 1989년부터 ' 정을 나눌 수 있는 과자'로 마케팅을 하게 되죠. 다양한 情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구로 우리 생활 속에 ‘情’ 문화를 강조한 감성 마케팅을 한 것이죠. 1988년부터 시작된 情시리즈 광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이로 인해 판매량도 급격히 늘어나게 됩니다. 1989년에는 아예 네이밍도 차별화해 '오리온 초코파이 情'으로 바꾸는 리브랜딩을 실시합니다. 이처럼 브랜드 전략은 성공하여 한국에서는 초코파이하면 단연 '오리온 초코파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럼 해외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와 롯데 초코파이 전쟁 결과는 어떨까요? 먼저 '오리온 초코파이' 이야기를 하면, 2009년부터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 '인(仁)'과 '미(美)'를 소구하며,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감성 마케팅을 펼치죠.


 한국에서는 초코파이에 ‘情’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초코파이에 '인(仁)'을 넣어 마케팅을 했죠. 중국의 초코파이는 ‘하오리여우(好麗友)’파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좋은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패키지에는 '인자안인(仁者安人)'이 새겨져 있어 중국문화를 충분히 녹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자안인'의 의미는 '어진 사람은 천명을 알아 인에 만족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초코파이에 '미(美)'를 넣어 '초코파이 미(美)'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미(美)는 “맛있다, 예쁘다”는 뜻으로, 맛있다는 오이시(美味)에도 포함된 글자죠. 특히 일본에서는 빨간색 포장을 부드러운 색감을 선호하는 일본 사람들의 성향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이것도 문화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2020년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초코파이'의 글로벌 시장 매출이었는데 4,400억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점유율은 러시아에선 73%, 중국에선 85%, 베트남에선 60% 입니다. 또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연간 20억 개 정도가 팔린다고 합니다.


 반면 '롯데 초코파이'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대우받는 것처럼 거의 모든 국가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보다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만큼은 초코파이의 대우가 오리온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물론 오리온이 늦게 인도시장을 진출한 탓도 있지만 인도에서의 초코파이는 단연 '롯데 초코파이'입니다.


 현재 인도 첸나이와 하리아나 지역에 초코파이 공장 2개를 가동하고 연간 초코파이 매출 약 400억 원을 달성하고 있죠. 인도에서 '롯데 초코파이'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문화적인 환경도 잘 고려한 마케팅을 사용했기 때문인데요. '롯데 초코파이'는 마시멜로에 사용하는 동물성 젤라틴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채식주의자용 초코파이를 개발했기 때문에 힌두교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이죠. 또한 초코파이가 제사 음식으로 쓰이며 고급 과자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롯데 초코파이'는 최근 5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인 초코파이 패키지 디자인 표준화를 단행하고 글로벌 초코파이 슬로건 행복한 순간(Happy Moment)을 내세우며 각국에서 동일한 콘셉트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에서 롯데 초코파이는 2018년에 900억, 2019년에 1020억, 2020년, 1130억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매년 두 자릿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초코파이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서로의 태생(기업)이 달라 경쟁하고 있지만 모두가 맛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코파이 이야기를 정리하며, 초코파이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광고를 보면서 역시 초코파이는 군대에서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초코파이 맛있게 먹는 법_2014년 7월 TV광고]




발행일:               2022년 9월 6일

최종 수정일:        2022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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