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본위너 Apr 28. 2023

이웃님, 괜찮으신가요?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가끔은 그렇게 해요 우리.

애지중지 가꾸던 블로그를 한 번에 빈 공간으로 돌리는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까.

온라인 이웃들이 언젠가부터 남다르게 느껴졌다.

SNS를 시간 버리고 남들 사는 것 지켜보며 자괴감을 느끼는 공간이 아니라 '자기 계발 성장 공간'으로 사용하는 흐름에 따라 나도 관점을 바꿨기에.

내가 지난 2년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하늘을 보고 글 한 줄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빠짐없이 새벽 4시면 일어나 책 읽기 인증을 하는 블로그 이웃님과 호흡을 같이 했기 때문이었다.


블로그 이웃 중 한 분은 참 단아한 분이셨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여주시며 함께 동물들과 따뜻함을 꾸려가삶이 마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아침마다 하늘을 찍어 글과 올리면 몇 년 동안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안부를 물어주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그분. 그래도 마치 언니처럼 동생처럼 내가 있는 공간을, 네가 있는 공간을 아껴주는 느낌은 아침의 시작을 가뿐하게 했다.


어느 날 하루 일과처럼 그분의 블로그에 방문한 날,

텅 빈 공간에 아무 글도 사진도 없었다.

전체글 0.

처음엔 웹사이트의 오류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내 일처럼 마음이 쓰였다.

다행히 간단한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모먼트'라는 공간만은 열려있어서 무슨 일 있으신 거냐고, 괜찮으신 거냐고 구구절절 마음을 썼다.

그리고

지웠다.

혹시 예고 없이 찾아 어떤 사건으로 아끼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다면, 집어치우고 이렇게라도 껏 좀 쉬어가면 어떠나 싶어서.

아니면 마음에 벅찬 일이 있어 어디로든 표출해야만 한다면, 이런 정도는 다행이지 싶어서.

꽤 많은 이웃들의아해하겠지만 마음이 꽉 차 그런 건 신경 쓸 수가 없는 일이라면, 계속 게워내고 게워낼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테지 싶어서.


그래서 여기에 안부를 전한다.




행복하고 싶은데 행복할 수 없을 때,

김미경 선생님의 '행복과 불행을 넘나드는 추' 이야기로 스스로를 지지한다.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가, 돈이 있다가 없다가, 힘들다가 나아졌다가..

인생은 추처럼 왔다, 갔다.

지금이 가장 힘들고 극하다고 생각이 들면, 끝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추는 행복이라는 방향으로 다시 기울어질 것이라는 말씀을 기억한다.


나의 이웃님의 '' 행복의 반대편에 잠시 멈추어 섰을 뿐이길. 













매거진의 이전글 두렵고 초라한 순간도 막아 줄 한마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