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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라이트릴 Nov 23. 2022

호텔 캘리포니아 #프롤로그1

나의 하이라이트릴

                         


코로나로 회사가 2년 넘게 비상이다. 나는 1년 가까이 일을 쉬면서 아이들을 돌봐야만 했다. 학교와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종일 돌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슬럼프에서 탈출하고 달라져야겠다고 느끼고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읽던 책의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하이라이트 릴(highlight reel)’


내 인생의 명장면으로, 반복 재생함으로써 잠재력을 발휘했던 그 순간을 다시 체험하며 행복감을 느끼고 꿈과 목표에 다가가도록 도와준다.


인생 전환 프로젝트, 대니얼 케이블




내 인생의 명장면은 뭘까? 두말할 것 없이 ‘호텔 캘리포니아’다.


때는 2015년 11월, 광화문 아시아나 본사 로비에 마련된 무대. 따뜻한 조명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 반짝거리던 날. 사장님도 오셨고 팀장님과 파트장님도 앉아계셨다. 보기만 해도 너무 떨리는 바로 그 순간, 나의 하이라이트 릴.


실은 공연을 기획하면서 선배님은 내게 기타 반주만을 권했다. 회사의 높은 분들이 모두 자리하는 중요한 무대인데다 준비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고, 더 솔직하게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그다지 성실한 기타 세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0년을 거슬러 올라간 2005년쯤일 것이다. 기타를 처음 잡았던 초보 시절, 그때도 똑같이 이 곡을 공연한 적이 있었다. 망쳐버렸다. 기타 줄도 제대로 못 다루고 전기 코드도 제대로 꽂지못하던 병아리 시절, 곡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화음 부분을 완전히 망쳐버렸었다. 돌봐야 할 아이도 없을 때라 시간이 남아돌던 시절이었는데 왜 그렇게 연습도 하지 않고 게을렀는지 생각할수록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공연에서는 솔로 연주를 하고 멋있어 보이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화려한 기타 솔로 두 명이 번갈아 노래하듯이 연주하고 화음으로 마무리하는 곡으로 노래보다 기타 연주가 더욱 유명한 곡이다.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무대에서 기타 솔로를 칠 기회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거라는 것을 말이다.




“선배님 저 기타 솔로 부분을 선배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이번엔 열심히 할게요. 꼭이요!” 선배는 미심쩍지만 믿어주기로 결심하셨다. 내 인생의 다시 없을지 모르는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호텔 캘리포니아’에 매달렸다. 쉬는 날은 기타 가게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가 종일 연습했고, 비행 중 모두 누워 쉬는 휴식 시간에도 이어폰을 꽂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비행으로 인한 해외 체류 중에는 여행용 기타를 가져가서 호텔 방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연습했다. 4살 딸아이는 시어머니께 맡겨둔 채 내 머릿속에는 온통 호텔 캘리포니아 생각뿐 이었다.


공연일.


심호흡하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인트로는 나의 단독 연주라 한층 긴장됐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잘했다. 내 손은 줄과 줄 사이를 미끄러져 춤을 추듯이 왔다 갔다 했다. 선명한 음색이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왔고 성공적인 시작이라며 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노래는 흐르고 흘러 드디어 일렉 기타 듀오 연주가 나올 차례. 쿵쾅대는 가슴을 타이르며 선배의 솔로 연주에 같이 호흡하며 반주를 연주했다. 선배님의 힘 있는 솔로 사운드에 힘을 얻어 손가락을 눌러 줄을 잡아 늘이며 음을 냈다. 용수철처럼 줄을 잡아 늘였다가 줄였다가 정확한 소리를 내려니 손에 땀이 흥건했다.



드디어 클라이막스. 2005년에 망쳐버렸던 바로 그 화음 부분이다. 더욱 긴장하며 선배님과 나의 기타는 함께 노래했다. 조마조마한 시간이 흘렀고 연주는 끝났다.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를 들으며 온몸과 온 마음에 진동하는 기쁨을 느꼈다.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둘째를 임신했고 그 후로 지금껏 아이들을 키우며 이 기억을 잊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코로나가 불러일으킨 이 장면을 나의 ‘하이라이트 릴’로 정한 뒤, 머릿속에서 수없이 재생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느꼈던 나의 첫 사례이며, ‘내가 아는 나의 수준’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실험했고, 성공했다. 앞으로도 이 장면은 나의 새로운 도전마다 계속해 힘을 실어 줄 거라 기대한다.




내일은 3년 만에 우리 밴드가 처음으로 회사에서 공연하는 날이다.


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공연을 위해 푹 자둬야겠다.






2022년 7월 7일 목요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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