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에세이 2024.9.11
딸아이가 흘러가듯 이야기 한다."엄마, 내 친구들 중 나만 일본 못가봤어. 우리 일본 한 번 가보면 안돼?" "엄마, 나 산타 마을이 있는 핀란드 한번 가보고 싶어." "엄마, 언제 우리 미국 데려간다고 했지? 뉴욕 한 번 가보고 싶어."
아이가 이야기 한 장소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여행 계획을 짰다.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19일의 기간과 항공사 직원 신분일 때만사용할 수 있는 직원 할인 항공권을 이용해서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14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에 내렸다. 국내선으로 갈아타 로비아니에미에 도착하니 북극권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타마을은 한산했다. 공인 산타 할아버지도 바로 만나고 크리스마스에 오는 카드도 바로 보낼 수 있었다. 여유로운 놀이터와 박물관에서의 시간들, 작고 아담한 연어구이집 만찬이 너무 좋아 2박 후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1시간 조금 넘게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에 돌아왔다.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젊은 나라였고, 국토 넓이는 우리나라(남한)의 3배가 넘고 인구수는 1/10밖에 안되는 굉장히 여유로운 나라였다. 물가와 세금이 매우 비싸지만 보편적인 복지 체계가 갖추어진 나라여서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고 아이들도 행복했다. 어디를 가나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어 아이들을 많이 환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스웨덴과 러시아에 침탈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중 하나가 되었다니 놀라웠다.
핀란드의 자랑인 오디 도서관에서 신기한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느꼈다. 앞으로 대부분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왔을 때 인공지능을 통해 창출한 거대한 부를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누어 준다면 자신의 취미와 여가를 위해 양질의 시간을 보내거나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여 자아 실현을 하는 삶이 이렇지 않을 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핀란드에서의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새로운 여정을 떠났다.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을 건너가는 실시간 비행기 지도를 보며 마치 콜럼버스가 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뉴욕에 도착하니 화려한 네온사인이 끝없이 펼쳐진다. 빽빽한 빌딩 숲과 수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뉴욕의 거리 풍경을 수놓았다. 뉴욕은 런던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곳이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아이가 어느 행인을 지나쳐 앞서 나가니 욕을 해댔다. 비오는 날 키작은 아이의 우산이 옆에 있는 행인을 거슬리게 했는지 "퍼킹 엄브렐라"라며 위협했다. 길거리에 있는 마약 중독자들, 걸인들, 관광객에게 불친절한 사람들까지..마침 뉴욕에 합류한 남편이 없었다면 너무 무서웠을 것 같다.
전세계의 부가 이곳에 모이는데 사람들은 풍요로워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른 물가에 너무나 커져버린 빈부격차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농축된 분노가 느껴졌다. 이미 상당히 높은 비용의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했는데 모든 곳에서 상당비율의 팁을 추가로 강제로 요구했다.
반면, 거대한 미국 자연사 박물관,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하고 미국문화가 어떻게 전세계를 리드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매우 풍부하게 집약된 인문학적 자원 속에서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새로운 것들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나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딸아이가 너무나 가고 싶어했던 일본으로 가는 길. 14시간 동안 누리는 기내 서비스는 핀에어나 유나이티드 항공과 비할 수 없이 훌륭했다.
기내에서 부터 시작된 친절함은 도쿄에 머무는 내내 이어졌다. 도쿄 타워에서 90도로 인사하는 안내원,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실례합니다." 라는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는 보기 좋았지만 한편 거부감도 들었다. 일본인들의 속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딸아이가 환호한 캐릭터 상품과 차원이 다른 돌고래 쇼를 보며 일본문화의 강점인 '디테일'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 문화는 아날로그적이다. 책과 음반 판매점이 곳곳에 크게 자리하고 손님들로 북적인다. 급격히 디지털화한 우리나라에서는 놓치고 있는 부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전세계에서 컨택리스 신용 카드 하나로 버스나 전철 등 교통 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아직도 현금으로 승차권을 구매해야한다. 좀 더 편리하고자 구매한 여행자 교통카드는 환불 불가이다. 일본의 아날로그적 가치 수호는 디지털 후진국의 면모를 지니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일본의 거리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글자만 다를 뿐 새롭지 않다. 일본인들은 솔직하지 못하다. 자신에게까지 솔직하지 못하고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가면을 쓴다. 일본의 글자는 같은 음을 두가지 가나로 따로 쓰니 비효율적이다. 디지털 속도도 매우 느리다. 고로 우리나라가 낫다.'
일본의 디테일, 미국의 창조력, 핀란드의 보편복지에 한참 못미치지만 최첨단 산업을 리드하고, 치안이 안전하고 다이나믹 스토리가 넘쳐나는 우리나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