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전형과 연습형의 차이

'연습과 훈련' 편

by 러너스 하이

Intro


나는 스포츠 팀에 강의를 가거나 선수들을 상담을 할 때, 이렇게 질문한다. "너희는 연습간다고 해? 아님 훈련간다고 해?" 사실 정답은 없다. 다만, 두 가지를 구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물어본다. 결국, 숨겨놓은 질문을 한다. "연습과 훈련을 구분해서 사용해?" 그럼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샘. 두 개가 똑같은 거 아닌가요?"

"꼭 구분해야 하나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연습과 훈련이 과연 똑같다고 생각하는지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결론은 엄연히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연습과 훈련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가지고 있는 기량을 실제 시합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가지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연습과 훈련의 이해


연습은 '부족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 훈련은 '자신이 이미 안정적으로 만들었거나 보유한 장점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준비를 위한 방법'을 의미한다.


먼저, 연습은 잘 안 되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잦은 실패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얼마나 짜증날까? 그럼에도 기술의 안정성을 위해 똑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멘탈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끈기와 오기이다. 난 개인적으로 오기는 이때 말고 경기력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좀 다르다. 내가 잘하는 기술, 장점을 전략에 맞게 반복하게 된다. 내가 잘하는 것을 반복하니 신도 난다. 전략은 치밀해야 되지만, 몇 번의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래 생각할 필요는 있어도 오래 수행할 필요는 없다. 이때 필요한 멘탈은 전략을 설정하는 지식과 집중력,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심상이다.


여기서 연습용 선수와 시합용 선수가 갈린다. 그리고 평가가 엇갈린다. "쟤는 연습은 진짜 열심히 하는데 왜 시합만 나가면 잘 못하지?" 와 "쟤는 연습은 열심히 안 하는데 왜 시합은 잘하지?" 로 나뉜다. 쉽게 말해 연습용 선수는 연습만 하고 훈련은 안 한다.


연습은 부족한 기술을 반복하는 특성상, 잦은 실패 경험을 반복하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동으로 학습되게 되지만, 훈련은 내가 잘하는 기술을 반복하는 특성상, 성공 경험을 반복하기 때문에 경기 당일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학습하게 된다.



연습과 훈련의 사례


운동선수에게 시합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이 두 개념을 구분하고 있는 선수는 자신감부터 다르다. 앞서 기술한 내용으로 보자면 여러분은 연습과 훈련 중 무엇을 하겠는가? 당연히 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실제 고등학교 축구 선수와 시합 일주일 전에 나눴던 대화 내용의 일부이다.


나 | "시합 때 어떻게 준비해?"

선수 | "제 단점이 느리다보니까 줄넘기나, 튜브를 많이 땡겨요"(자전거 튜브를 뒤에서 잡고 달리는 훈련)


나 | "그거 하면 경기에 도움이 되?"

선수 | "사실, 도움되지는 않아요. 그냥 하는거죠. 제 단점이니까 뭐라도 하면 안심되니까 하는거죠"


나 | "그럼 너 장점은 경기에서 어떻게 활용해?"

선수 | "그냥 상황히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요?"


과연 그럴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선수로서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통제하는 것과 운에 기대어 장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멘탈은 천지차이다. 내가 전성기 손흥민의 멘탈 중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했던 부분은 자신감보다도 전략에 따라 감차 슈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인지능력에 있다고 본다.


장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백번양보해서 1주일 사이에 단점을 고친다는 것은 가능할까? 분명 전략에 따라 보완해야 되는 부분은 있지만, 단기간에 단점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쳤을 단점이라면 진작에 고쳤다. 소위 연습용 선수들은 장점을 활용하는 전략 보다 단점을 보완하면서 시합을 준비하는 특성을 보이더라...



연습과 훈련의 적용


연습을 하지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할 때와 훈련이 필요할 때를 구분하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운동 학습에서는 이해 > 안정화를 위한 연습 > 배운 것을 활용하는 훈련 순으로 학습을 가져가야 효율적으로 원하는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내 기술이 된다.


조금 더 풀어보자면, 기술이 익숙하지 않을 때는 최대한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예로 수비가 없고, 천천히 기술을 반복하면서 감각을 익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익숙해졌을 때는 실제 시합에 맞는 상황과 속도가 필요하다. 또한, 실패했을 때 다시 어떻게 성공시킬지 집중하는 멘탈도 이때 훈련이 되어야 한다.


운동학습 측면에서 볼 때, 기본기가 형성될 때까지는 반드시 많은 양의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정 수준에 올라갔을 때는 누구의 장점이 더 날카로운지 싸움이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무작정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적용 방법으로는 시합 한 달 전에는 연습의 비율을 높였다가 시합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기술 수준과 컨디션을 고려하여 점차 훈련의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나아가 스스로의 단점에 매몰되기보다 준비한 전략이 적절한지 점검하며 장점을 활용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실전형 선수가 되어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