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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Dec 13. 2022

실패의 이유

심리학에는 시간의 굴레라는 게 있다. 앞만 보고 가야지 하고 걷다가 정신 차려 보면 맨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와 있다. 유사한 패턴의 형태로 반복되는 삶의 구간을 뜻한다. 마치 매일 똑같은 아침이 우스꽝스럽게 반복되는 영화 속의 줄거리처럼.

어떤 이는 누구와 어떤 사랑을 하든 간에 결론이 정해져 있다. 이별통보를 받고 크게 상처받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또 어떤 이는 늘 새로운 투지로 일을 시작하게 되지만 결국 다시 백수가 되어 돌아온다. 그는 쓰디쓴 세상의 부조리를 더욱 깊이 이해한 자다.


프로이트는 이와 같이 특정 조건에서 반복적인 패턴으로 자기 실패를 이어가는 심리 현상을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 불렀다. 내적으로 완전히 각인되어 거부할 수 없는 태도들이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늘 조심해야지라고 다짐하는 일들이 웬만하면 반복된다. 그리고 또다시 비애에 젖고 슬픈 결론에 도달한다.


많은 실패자는 이와 같이 실패로 향하는 반복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한다. 결점을 고치지 못하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타인의 미숙함, 세상의 부조리와 불공평을 논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자신의 실패와 무능을 은폐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실패하는 태도를 끝끝내 고치지 못한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매일 밤 다른 이유로 반드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은 매번 다른 이유로 똑같은 패배의 잔을 기울이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자신의 결점을 고치지 못하고 반복적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능함이다. 타인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이 아니고, 환경이 나를 실패하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능해서 결점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은 의심스럽고 적응이 안 되어 익숙한 불행을 선택한다.  


정신분석 계통에서 이런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 중 하나는 비교적 간단하다. 내가 시간의 굴레에 빠져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려 한다는 것을 의식하면 된다. 자신이 더 성숙해져서 불행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생각해 보면 된다. 그리고 유익과 행복의 궤도로 옮겨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참고: 반복되는 슬픔의 굴레를 벗어나는 법, 정신의학신문, 2019.04.28)


 긍정적인 작은 변화들에 집중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언젠가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유의미한 변화를 인지해내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의 굴레에서 우리를 건져낸다.


실존철학자 키에르 케고어에 따르면 삶을 이해하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지만,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주어진 운명적 환경도 고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가능한 확실한 한 가지는 과거와 환경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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