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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an 29. 2021

한겨레가 촉발한 언론계 신구논쟁


한겨레 젊은기자들의 성명이 언론계 신구논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한 고참기자는 한겨레 내부 게시판에 "한겨레 기자는 언제나 진보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려면 한국일보로 옮기라"고 남겼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건데 초딩같은 논리라서 웃겼다. 무려 40여명의 후배들이 고민하다 내건 성명을 보고 함께 더 토론해보자, 잘못된 게 있으면 고쳐보자 할게 아니고 일장 훈수만 늘어놓는걸 보면 어느 언론사든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있지도 않은 후배권력을 상정하고, 짐짓 자신의 경험을 과장하며, 자신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사라질까봐 후배를 견제하는 비겁하고 무력한 꼰대 언론인의 민낯이 이번 사태로 낱낱이 벗겨지고 있다.


아재들이 뭘 잘못 읽고 있는데,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엔 '친정권 기사가 많다'는 구절만 있는게 아니다. 추미애 라인 사람이 제공한 자료를 데스크 급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결과적으로 오보가 났다는 주장도 담겨있다. 


모든 언론사는 각자 가치가 있다. 조중동의 가치가 있다면 경향 한겨레의 가치가 있다. SBS의 가치가 있으면 MBC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다른 보도가 나오는 것은 각 언론사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일터다. 한겨레 기자들은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된 이후 쌓아온 가치를 부정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기사 등으로 비추어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려다가 결국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하게 된 그 경위와 과정에 대해 따져보고,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누가 검찰쪽에 유리한 기사를 쓰자고 했나. 이쪽을 무리하게 두둔하다가 사달이 났으니 팩트에 맞지않는 무리한 보도는 지양하자는 건데 후배들을 무슨 윤석열과 검찰 편으로 몰아세운다.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좋은 예다.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28일 자사의 법조 분야 보도가 정권 편들기라고 비판한 한겨레 신문 젊은기자 40여명을 향해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을 거쳐 2018년 2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으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신문 칼럼 등을 통해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뉴스통신진흥회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기관이다. 연 3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연합뉴스의 독립성을 관장해야 할 기관장이 한겨레 신문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거다. 


강 이사장은 “나는 한겨레 젊은 기자 40명 포함, 한겨레 전 구성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과연 최소한 한겨레신문 법조기사의 불공정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 원인을 따져 보는 토론회, 혹은 세미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겨레 같은 국민주(국민이 주인인) 신문의 기자들이 검찰의 가두리 양식장 같은 기자단에서 조중동 등 족벌수구신문들과 어울리는 취재 관행이 옳은 것인지, 언제까지 그런 취재 관행에 매몰돼 있어야 하는지 까지도 따져 보자”고 덧붙였다.


강 이사장은 “만 43년 언론계 밥을 먹은 선배로서, 그것이 부족하다면 30여 년 한겨레 애독자로서, 그것도 부족하다면 창간 때 소액이나마 아이들의 이름으로 한겨레에 투자한 주인으로서의 당당하고도 절실한 요구”라고 했다.


강 이사장은 이어 한겨레 젊은 기자들을 향해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제발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며 “당신들이 던진 돌에 국장단이 맞아 죽기 전에 한겨레 창간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선배들과 바람 앞의 촛불을 지키는 심정으로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수만 주주들이, 한겨레에 그나마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애독자들이 먼저 죽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자꾸 이런 언론계 원로(라고 쓰고 퇴직 이후 할 거 없어서 정권에 줄대서 좋은 자리에 가 있거나 한 아재)들은 논점을 흐린다. "교육을 잘 못 시켰다" "아집을 걷어 치워라" "회사 안의 문제점을 밖으로 전파하지 마라" "뭘 보고 친정권 이라는 거냐" "한겨레는 국민들이 주주다.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등. 젊은 기자들이 숱하게 증거를 대는데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자꾸 과거의 민주화 세력과 현 정권을 연결하며 '어려서 뭘 모른다' '조중동 주니어네' 한다. 어두웠던 시절을 견디며 기자생활 했던 분들의 총명함이 사라진걸까. 저쪽이 너무 싫어서 이쪽의 허물에 눈감는 그 모습을 보며 "선배 행세 좀 하지 마세요"하고 싶다. 


따져보면, 이런 성명은 조중동 젊은 층에선 나온 적이 없다. 비슷한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지는 일이 허다할텐데 한겨레 기자들의 고민이 그저 소중할 따름이다. 자꾸 이념과 가치 혹은 세대 문제로 몰고가며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젊은 기자들의 외침을 문자 그대로 봐달라. 미리 답을 다 내놓고, 사실에 입각한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건 과연 누구인가.


[한겨레 기자들 성명 전문]


<한겨레>는 지난 2019년 9월 ‘조국 보도 참사’ 성명을 발표할 때와 견주어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성역’ 없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한겨레〉는 조국 사태 이후 ‘권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점점 무뎌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나 법무부 관련 의혹 취재는 가장 늦게 시작했으며, 결국 빈손으로 빠져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최근에는 한발 늦은 취재를 넘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운전 중 폭행을 감싸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결국 현장에서 무기력을 넘어서 열패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통이 잘 된다”, “균형 잡힌 보도”라며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 하는 국장단을 향해 절박한 심정으로 현장 기자들의 뜻을 모아 이 성명을 씁니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에 유독 관대했습니다. ‘윤석열 새 혐의…’양승태 문건‘으로 조국 재판부 성향 뒷조사’라는 지난해 11월 25일 자 기사에서는 추 장관의 틀린 주장을 그대로 담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는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의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문건에 ‘조국 재판부의 물의 야기 법관 여부’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한겨레〉는 침묵했습니다.


현장 분위기와 전혀 다른 무리한 기사 계획이 편집회의 과정에서 만들어져 일방적으로 찍어 내려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법원이 검찰총장 직무 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다음 날인 12월 2일 ‘“법원 초토화시킨 장본인인데…” 윤석열 살린 법원 결정에 착잡한 판사들’이라는 기사가 오전 지면계획에 잡혔습니다. 애초 현장 기자들은 ‘법원이 추 장관의 행정권 남용을 제한했다’, ‘재판부의 법리와 양심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판사들의 반응을 묶어 발제했지만, 편집회의를 거치더니 법원 판결로 ‘착잡한 판사’를 앞세우는, 취지가 정반대인 기사안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이 초토화됐다’거나 ‘법원 결정이 착잡하다’는 판사들의 반응은 극소수였습니다. ‘착잡한 판사들’ 기사는 결국 오후 지면계획에서 빠졌지만, 이 기사가 어떤 이유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현장 기자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같은 날 편집부에서도 ‘오늘 자 1면을 보며’라는 제목의 비판 글을 집배신에 올렸습니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를 인용한 법원 판결을 비롯해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절차 등을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한 지면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감탄고토.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염치도 없는 것인지. 정파성 미명하에 저널리즘이 죽어가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현장에서 ‘친정부 매체’라고 조롱받는 기자들의 열패감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도 집배신에까지 올라온 추-윤 사태 관련 항의 글에 대해 국장단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리한 편 들기는 오보로 이어졌습니다. ‘이용구 차관 관련 검찰 수사 지침 “목적지 도달 뒤엔 운행 중 아니다”’는 기사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사실과 맥락에 맞지 않는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찰이 법무부 차관의 폭행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었어도 어차피 특가법 적용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준 결과였습니다. 서초동에선 “추미애 라인 검사가 전날 밤 텔레그램으로 〈한겨레〉에 기사를 써줄 것을 요구했다”는 찌라시까지 돌았습니다. 현장 기자들은 기사가 나간 뒤 공보관에게 사실관계에 대해 지적을 받고 해당 의견을 법조팀장에게 전달했지만 자료를 준 취재원과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틀린 사실은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사실관계가 틀린 자료라는 현장 보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일부 내용만 수정해 이를 지면에까지 실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장단에 묻고 싶습니다.


최근 불거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또한 공정한 잣대로 보도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심지어 지난 15일 자 지면에 실린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 흠결과 실체적 정의 함께 봐야’라는 제목의 사설은 ‘실체적 정의’를 위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상황을 옹호하는 논리로 쓰였습니다. 절차적 정의는 결코 훼손될 수 없는 법치주의의 핵심 가치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라는 인물을 떠나 기본권 침해는 최소한의 적법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건 〈한겨레〉가 지난 30년간 지켜온 가치입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김 전 차관이 저지른 죗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분노와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김 전 차관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혀 상충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국 사태 때부터 지적된 편 들기 식 보도가 이런 사설과 보도를 낳은 본질입니다.


현재 법조 기사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쓰이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부끄러움과 책임은 온전히 현장 기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겨레〉가 어쩌다가 “파시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사를 쓰게 된 걸까요. 〈한겨레〉가 쓰고 있는 비판 기사 가운데 상대가 아프다고 받아들일 만한 기사는 몇 개나 될까요. 그런데도 데스크들은 “현장 발제가 없다”, “현장 기자들은 식견이 없다”며 논점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사회부장이 지난 11월 열린편집위원회에서 “전통적인 검찰 기사가 아니다 보니 식견 있는 기자들이 볼 수 있다. 일선 취재기자들은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한 말은 데스크가 현장의 목소리를 어떤 논리로 배제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일방적인 찍어 누르기식 발제와 기사 작성 지시 환경에는 현장의 적극적인 발제도 불가능합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한겨레〉 창간사를 다시 되새깁니다. 이해관계를 떠나 틀린 건 틀렸다고 비판하고, 의혹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취재해야 합니다. 국장단의 정확한 판단과 현장 기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좋은 보도를 만듭니다. 데스크에서 구체적인 정황이나 물증 없이 ‘한쪽 편을 드는 기사’를 현장에 요구하며 설명하는 게 소통이 아닙니다. 현장에선 더는 “법무부 기관지”, “추미애 나팔수”라는 비아냥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국장단의 어설픈 정권 감싸기와 모호한 판단으로 ‘좋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법조팀도 비슷한 문제 제기를 수차례 해왔지만 전혀 개선된 게 없었습니다. 이는 법조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한겨레〉 취재기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는 데에 젊은 기자들의 뜻이 모였습니다. 데스크와 현장 기자들의 생각 격차는 커져만 가는데 국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토론단위 확대’ ‘보도 점검 자리’ ‘현장 기자 비상구’ 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한겨레〉현장 기자들은 국장단과 사회부장, 법조팀장이 해당 기사와 사설에 대한 경위를 밝힌 뒤 그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탁상공론을 넘어,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특정 정파·좌우 진영 가릴 것 없이 공정한 잣대로 보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 마련도 함께 요구합니다.


[임석규 한겨레 편집국장 입장문]


후배들이 왜 이런 성명을 냈을까,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려 했습니다. 좋은 신문 만들고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는 열망 이외에 다른 뜻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성역을 두지 않고 권력과 자본을 비판해온 한겨레 기자로서 자긍심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는 비명 같은 외침이라고 믿습니다.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편집국장 맡은 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일들도 많습니다. 판단을 잘못한 일도 있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머뭇거리다가 때를 놓치고, 더 달라붙어야 할 때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보도도 더러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특정 정당, 정치세력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지 못한 부분은 있을지언정 보지 않으려 일부러 눈을 감지는 않았습니다.


성명에는 법조 보도에 대한 여러 사례가 나옵니다. 사내 구성원 중엔 거론된 내용에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성명에서 거론된 사례나 세부 내용을 두고 논박을 이어가다 보면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젊은 현장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성명에 거론된 사례에 국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거론된 사례 외에 그동안 한겨레가 다뤄왔던 다양한 사안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국장단 전체가 지금의 상황을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체적 내용과 경위에 대해선 차후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의 간담회 등을 통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화 방식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여러 형태를 두루 검토하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성명에 거론된 사례 외에 지난 보도들과 편집국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겨레 내부의 이견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더욱 두드러진 게 사실입니다. 특히 법조 보도를 둘러싼 생각의 편차가 갈등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법조 보도의 이면엔 복잡한 정치·사회적 논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사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점의 차이도 있고 강조하는 포인트에 따라 이견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팩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해 유독 법조 관련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민감한 사안들이었으니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팩트가 뭔지 더욱 엄밀하게 점검하고 꼼꼼하게 짚어봐야 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개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놓친 점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콘텐츠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좀 더 과감하게 시정하고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 아침에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이 보직사퇴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두 사람만의 책임도 아니고, 두 사람이 책임지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대신 콘텐츠를 최종 책임지는 편집국장으로서 현장 기자들의 성명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공정 보도를 위한 후속 조처를 책임 있게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성명에서 요구한 대로 다양한 형태로 토론단위를 확대하고 보도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현장 기자들과의 소통 방안도 두루 의견을 모아 더욱 구체화하겠습니다.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콘텐츠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와 기구, 조직 등도 조속히 마련하려 합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성역없는 보도야말로 지난해 1만호를 넘어선 한겨레가 미래를 향해 쭉 뻗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성명이 인용한 대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란 창간사를 거듭 새겨봅니다. 편집국장으로서 성역없는 보도에 대한 시그널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겠습니다. 이번 성명이 한겨레가 추구해야 할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산적 논쟁과 치열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안팎의 여러 사정 탓에 여기에 담지 못하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자리를 통해 대화하고 토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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